‘팟캐 광고’, 문 닫기 직전 회사도 살립니다
‘팟캐 광고’, 문 닫기 직전 회사도 살립니다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5.11.12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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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광고 플랫폼으로 부상하는 팟캐스트 세계

[더피알=문용필 기자] 질문 하나를 던져본다. 혹시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 광고에서 ‘아로니아 진’이라는 브랜드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처음 듣는다고? 그럼 ‘마카 산삼’이나 ‘조광래 중고차’, ‘빅그린 샴푸’의 광고를 본 적은 있을까. 장담컨대 아마 ‘Yes’라고 답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해당 브랜드나 제품이 낯익은 이들도 분명히 있으리라. 그렇다면 그 사람은 십중팔구 시사 관련 팟캐스트를 여러개 구독하고 있는 청취자 임에 분명하다. 회당 몇십만명 이상의 청취자를 확보하고 있는 인기 팟캐스트에 주기적으로 광고되고 있는 이름들이기 때문이다.

▲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인기 팟캐스트 진행자들./사진:서울시

팟캐스트가 새로운 광고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은 몇몇 인기 팟캐스트에 국한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저비용으로 광고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물론 지속적인 대형 마케팅과 광고를 통해 인지도를 쌓은 대기업에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비용문제로 인해 방송이나 신문 등 매체광고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팟캐스트 광고의 주 고객들이다.

규제 벗어난 팟캐스트는 ‘PPL 자유지대’

여기서 간단히 국내 팟캐스트 현황을 짚고 넘어가자. 지난 2011년 신드롬을 몰고 왔던 <나는 꼼수다>는 국내에 팟캐스트 붐을 일으켰다. 기존 언론들이 전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는 대안언론의 성격이 컸다. 이후 시사 관련 팟캐스트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영화나 종교, 예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가 청취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팟캐스트 전문 포털 <팟빵>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으로 운영되고 있는 팟캐스트는 6300개를 돌파했다. 그야말로 팟캐스트 전성시대라고 불러도 될 정도다. 이들 중 초상위 팟캐스트의 에피소드당(회당) 다운로드 수는 30만에서 70만에 이른다. 월간으로 치면 120만에서 300만까지 늘어난다. 그리고 이는 팟캐스트가 차세대 광고플랫폼으로써 충분한 성장가능성이 있다는 증거가 된다.

팟캐스트 광고의 가장 큰 장점은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방송심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자유로운 포맷으로 광고를 제작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팟캐스트 측이 광고를 만들어주지만, 비용조차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광고주가 직접 자신의 육성을 녹음해 보내주는 형태로도 이뤄진다.

전문 성우가 녹음하든 광고주가 직접 녹음하든, 일류 광고제작사가 만드는 광고에 비하면 여러모로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이같은 점이 매력포인트로 작용한다. 청취자들에게 보다 진솔하게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국내 인기 팟캐스트의 로고들./사진: 팟빵 홈페이지 캡처.

팟캐스트 광고의 매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광고가 나간 후에도 진행자가 해당 제품을 직접 소개해주기까지 한다. 진행자가 실제로 제품을 체험해보고 전해주는 생생한 후기는 덤이다. 간단한 PPL 조차도 규제 당국의 눈치를 봐야하는 방송사의 입장에서는 부럽기 짝이 없는 대목이다.

물론 과장광고는 안 된다. 일반적인 방송과는 달리 상당수의 인기 팟캐스트는 진행자와 청취자 간의 깊은 상호신뢰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 광고요청이 들어오는 제품을 깐깐히 검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와 관련, <그것은 알기싫다> <요즘은 팟캐스트시대>를 제작하는 XSFM 관계자는 ‘비교적 무제한에 가까운 PPL’을 팟캐스트의 장점으로 언급하면서도 “광고주의 콘텐츠 퀄리티에 따라 방송 이미지에 타격이 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역으로 보면 ‘깐깐한 검증’은 팟캐스트 광고 제품에 대한 신뢰도도 올라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여기에 양심과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강조한 광고주의 진솔한 메시지가 곁들여지면 믿음은 더욱 쌓이게 된다.

아울러 팟캐스트 광고는 장점만을 극대화시키지 않는다. 가격대가 좀 높으면 ‘비싸다고’ 솔직하게 이야기 한다. 실제로 한 40대 팟캐스트 애청자 김씨는 “다른 광고에 비해 신뢰도가 높고 믿을만 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팟캐스트 광고의 또다른 장점은 경쟁이 덜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팟캐스트는 똑같은 제품군을 동일한 에피소드에 동시에 광고하지 않는다. 업체와의 신뢰를 지키기 위함이다. 때문에 광고주들은 경쟁 제품과의 과열된 비교우위 전쟁과 비슷한 메시지의 중복을 피할 수 있다.

“광고 요청 감당하기 어렵도록 많다”

팟캐스트 광고의 효과는 일반인들의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전언이다. XSFM 관계자는 “팟캐스트는 생활 배경 이상의 존재감을 지닌다. 구독자가 찾아들을 만한 이유가 있어야 지속적인 구독이 이뤄지기 때문”이라며 “구독자 층의 로열티는 광고효과로 치환하면 라디오나 잡지를 크게 앞선다”고 말했다.

▲ 영상 팟캐스트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방송된 '아로니아 진' 광고./사진:한겨레tv 화면 캡쳐

<더피알>이 취재한 팟캐스트 광고주들 역시 ‘광고효과를 봤다’고 입을 모았다. 이 중 건강식품 ‘아로니아 진’을 생산하는 평산네이처는 일찌감치 팟캐스트 광고의 가능성에 주목한 케이스다.

“‘나꼼수’에 광고를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광고를 받지 않더라고요. 당시 다른 팟캐스트는 별로 유명하지 않았습니다. 독자적 마케팅을 진행했지만 잘 안됐고 시간이 흐르자 회사도 문닫기 직전까지 갔었죠. 그러다가 <그것은 알기싫다>에 광고를 제안했는데 제품을 보고 협의를 한 결과 괜찮겠다는 판단이 나와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주문이 점점 들어오면서 서서히 판매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 여기에 제품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회사가 살아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평산네이처는 현재도 <그것은 알기싫다> <김어준의 파파이스> 등의 팟캐스트를 통해 ‘아로니아 진’을 광고하고 있다.

서울 용산의 한 컴퓨터 업체 관계자는 ‘신의 한수’라는 표현을 썼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업체가 입주한 전자상가의 경우, 2층에 비해 1층은 사람이 별로 지나다니지 않는 편인데 팟캐스트 광고를 시작한 이후 1층으로 매장을 옮겼지만 2층에 있을 때와 매출이 거의 동일하다는 것이다. 

부산의 한 견과류 업체는 단기간에 매출액이 상승한 케이스다. 이 업체는 인기 팟캐스트 프로그램인 <이박사 이작가의 이이제이>를 통해 단발성 광고를 했는데 광고 전과 비교해 매출액이 5~6배 올랐다고. 하루 150여명에 불과하던 홈페이지 방문자도 열 배 이상 증가했다고 이 업체 관계자는 전했다. 블로그나 키워드 광고에 비해 팟캐스트 광고가 더욱 효과적이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현재 몇몇 인기 팟캐스트의 경우에는 대기를 해야 할 정도로 광고요청이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XSFM 관계자는 “광고요청은 감당하기 어렵도록 많아 ‘핸들링 문제’로 고민 중”이라며 “<요즘은 팟캐스트 시대>의 경우 내년 1월까지 계약이 돼 있으며 <그것은 알기싫다>는 대기 중인 광고주를 제외하면 당분간 새로운 계약을 진행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팟캐스트 광고의 태생적 한계는?

그러나 팟캐스트 광고가 ‘만사형통’인 것은 아니다. 몇가지 태생적인 한계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팟캐스트 청취자 층이 폭넓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해당 방송이나 진행자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청취자가 주된 팬층이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올드미디어 광고보다는 아무래도 타깃이 한정될 수밖에 없다.

팟캐스트를 이용하는 연령대가 20~30대의 청년들이 다수라는 점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팟빵이 지난 2013년 실시한 청취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30대 청취자가 약 5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용자 성별로 보면 남성은 약 70%로 여성 청취자(30%) 비율을 훨씬 앞섰다.

이와 관련, 팟캐스트 광고를 진행 중인 한 업체 관계자는 “팟캐스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직까지는) 일부다. 그 안에서는 광고효과가 크지만 불특정 다수라는 개념으로 보면 굉장히 작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청취자가 몇백만명에 이르지만 이 중 광고를 듣고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은 낮다. 앞으로 좀 더 늘어날 수 있겠지만 매출이 어느 정도 올라온 상태에서는 (구매증가폭이) 들쭉날쭉하다”고 말했다.

광고단가도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다. 팟빵 관계자는 “인기 팟캐스트의 경우, 회당 광고가격이 50만원에서 150만원 가량”이라고 전했다. 팟캐스트 광고를 진행 중인 모 업체 측도 “보편적으로 그정도 수준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팟캐스트 포털 '팟빵'의 11월 12일자 일간 인기 팟캐스트 순위./사진:팟빵 홈페이지 캡처.

이는 청취율이 비교적 높은 지상파 라디오 프로그램의 광고단가와 비견될만한 금액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홈페이지에 게재된 라디오 광고단가표에 따르면 MBC AM(전국대상)의 경우 가장 높은 프로그램 광고단가가 100만원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팟캐스트 광고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생각해볼 대목이다. 인기 팟캐스트에만 광고가 몰리다보니 나머지 대다수의 팟캐스트는 손가락만 빨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팟캐스트가 아직은 보편적인 광고 플랫폼으로 자리잡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아울러 아무리 인기있는 팟캐스트라도 지상파 방송사에 비해 영세한 규모, 그리고 철저한 검증 탓에 광고주가 원하는 시점에 광고를 집행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 라디오 방송과는 달리 ‘온디맨드(on demand, 주문형)’ 방식으로 제작되다 보니 광고를 손쉽게 스킵할 수 있다는 점도 팟캐스트 광고의 한계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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