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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핵심 키워드 ‘HOBOCO’[황부영의 Unchangeable] 커뮤니케이션도 진화 과정 거쳐야

[더피알=황부영] 호모사피엔스는 ‘생각하는 인간’, ‘사고하는 능력을 가진 인간’이라는 뜻이다. 인간이 다른 생물과 다른 결정적인 이유가 사고하는 능력을 가진 것에 있다는 의미다. 인간의 차별점을 ‘도구 사용’이라고 보면 인간은 호모하빌리스(Home habilis)가 된다. ‘놀이’를 차별점으로 보면 호모루덴스(Homo ludens)다.

최근 주목 받는 것은 ‘공감하는 능력’을 인간의 차별적 특성으로 보는 ‘호모 엠파티쿠스(Homo empathicus)’다. 미국의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인간의 본성을 ‘공감하는 존재’라고 주장하면서 그의 저서 <공감의 시대>에서 호모 엠파티쿠스가 미래 감성 시대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틴어 엠파티쿠스(empathicus)는 ‘공감한다’라는 뜻이니 호모 엠파티쿠스는 ‘타인과 공감하는 인간’, ‘타인과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간’이라는 뜻이 된다.

앞으로는 남에게 도움이 되는 감정적·실천적 반응을 하는 인간형이 이성적인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보다 더 바람직한 인간형이 될 것이란 얘기다. 리프킨의 표현을 빌면 21세기는 호모엠파티쿠스가 이끌어 나가는 ‘공감의 시대’가 된다.

실제로 인간에게는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본능적으로 읽어내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과학계에선 공감을 개체와 집단의 생존에 유리하게 진화한 능력으로 본다. 현대과학은 인간에게 이러한 공감의 능력이 생물학적으로 내재돼 있음을 밝히고 있다.

1996년 이탈리아 파르마대학의 생리학자 자코모 리촐라티 교수는 한 원숭이가 다른 원숭이나 사람들의 행동을 보기만 하고 있었는데 마치 자신이 직접 그 행동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반응하는 뉴런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후 연구를 통해 인간의 뇌에는 같은 기능을 하는 더 정교한 신경메커니즘이 있음을 알게 됐고, 이를 ‘거울뉴런(거울 신경세포)’이라 부르게 됐다. 인간은 이 거울뉴런이 있기에 좋아하는 사람이 아픈 것을 보면, 같은 부위의 뉴런이 활성화돼 자신도 아픈 것처럼 느끼게 된다. 드라마 대사 “아프냐? 나도 아프다!”가 일리가 있는 말이란 것이다.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인간은 선한 본성이 있는 존재다. 그것이 진화의 과정을 거치며 생존에 유리하게 강화된 결과일 뿐이더라도.

공감해야 믿고, 믿어야 설득

좋아하는 사람이 아프면 나도 같이 아파하는 개인 차원의 공감에서 다수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에 필요한 공감으로 범위를 넓혀 생각해 보자. 리프킨은 공감이란 “관찰자가 기꺼이 다른 사람의 경험의 일부가 되어 그들의 경험에 대한 느낌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했다.

   
커뮤니케이션을 ‘생각의 공통요소(commonness of thoughts)를 형성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할 때와 비슷한 맥락이다. 커뮤니케이션은 메시지에 대해 청중들이 생각을 맞춰 보게 하고 공감을 통해 감정이 이입되면서 믿음이 강화되는 것을 목표로 삼게 된다.

요아힘 바우어는 ‘설득의 법칙’에서 “모든 설득의 출발점은 믿음이다”라고 얘기했다. 기업이든 정부든 어떤 사실에 관해 커뮤니케이션할 때, 청중이 우리 얘기를 믿어 주지 않는다면 설득은 아예 불가능해진다. 우선 공감해야 겨우 믿게 되고 믿게 되어야 비로소 설득이 된다는 것이다.

공감이 되는 이야기는 세 가지를 필요로 한다.

먼저, 사람들은 솔직함에 공감한다. 심지어는 약간의 결함이 있어도 그것을 그대로 인정하면 공감의 정도는 강해진다. 따라서 신뢰하게 되는 경향성도 커진다.

두 번째, 사람들은 유대감을 느낄 때 설득된다. 오랫동안 접했기에 친밀감을 강하게 느끼는 대상의 말 또는 감정이입이 잘 되는 이야기일 때 공감한다.

세 번째, 사람들은 일관된 행동 앞에 쉽게 설득 된다. 이야기를 하는 주체가 언행일치를 보여 주는 메신저라고 받아들여져야 공감과 신뢰를 이끌어낼 수 있다.

솔직하게 열려있는 자세를 보이며 유대감이 있는 메신저가, 모순 없고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발신할 때 청중들은 공감과 신뢰를 형성하게 된다. 필자는 이를 ‘HOBOCO’라고 칭한다. 솔직함(Honesty), 유대감(Bonding), 일관성(Consistency)의 영어 앞 글자를 딴 표현이다.

‘HOBOCO 원칙’으로 바라본 교과서 국정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이슈는 정부가 제기한 논란거리다. 대중 혹은 정당이 제기한 이슈에 정부가 반응하는 대응적 메시지가 아니라, 크게 논란이 되고 있지 않던 주제를 정부가 먼저 나서서 언급한 선제적 메시지라는 특징이 있다.

박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정부가 메신저다. 커뮤니케이션의 관점, 공감의 시각으로 좁혀서 HOBOCO 원칙으로 살펴보자. 물론 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기능적인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는 결코 아니지만 말이다.

   
▲ 민간 출판사들이 발간한 한국사 교과서들 ⓒ뉴시스

Honesty  메신저는 솔직했는가?

메신저가 자신의 결함을 인정하면서 열린 자세로 이슈를 제기했는가 하는 물음이 된다. 정부는 현 역사교과서의 내용이 문제투성이어서 바꿔야 하기에 국정화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하고 있다.

2015년 지금 사용되는 역사교과서가 검인정 기준에 맞으니 통과시켜준 주체가 정부 자신임은 아예 언급도 하지 않는다. 진짜 결함인지와는 별개로, 현재의 역사교과서를 통과시킨 것을 자신의 결함으로 인정하는 제스쳐라도 보였다면 조금은 달랐을 수도 있다.

Bonding  유대감은 적절히 활용되었는가?

메신저에 대해 기존에 가지고 있는 호의가 설득에 잘 활용됐는가의 문제다. 국정화 논란에서 메신저는 정부지만 이때 정부는 다층적인 의미이다.

말 그대로 현 정권의 행정부를 메신저로 볼 수도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정부로 치환해서 볼 수도 있고 넓게는 정치적 지향성에 일치하는 정권성격을 정부로 간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존 역사교과서에 문제가 있다는 것에 동의하는 국민들 중에서도 국정화를 해결책으로 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 점을 생각하면 찬성의견이 반대의견보다 낮은 것은 당연하지만 그래도 국정화에 찬성하는 특징적인 지역이 대구/경북이며, 돋보이는 세대가 50대 이상이란 조사결과는 대통령 개인에 대한 친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Consistency  메신저가 일관성이 있었는가?

국정화 이슈가 본격화되면서 경질된 교육부 차관은 입각하기 전 국정화에 찬성하지 않았음이 알려졌다. 정치적 지향성에서 동질적이기에 기용됐을 사람조차 언행이 불일치함이 드러나면서 일관성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입장의 극적인 변화를 설명하는 노력도 없었고, 교육부나 기타 정부 관료들이 국정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언급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국민도 없다. 대통령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북한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던 사람들이 북한식의 국정교과서는 좋다고 하는 것이야말로 비일관성의 정수가 아니겠는가.

   

 

황부영

브랜다임앤파트너즈 대표


 

황부영  thepr@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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