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은 항상 왜 그럴까?
변호사들은 항상 왜 그럴까?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5.11.1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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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법무와 일할 때 경험하는 어려움들

[더피알=정용민] 비교적 큰 규모의 기업 위기나 이슈관리 프로젝트에는 항상 변호사들이나 로펌(이하 법무라인으로 통칭)이 주된 역할을 수행한다. 필자의 경우에도 클라이언트 업무의 절반 이상이 법무라인과의 업무와 연계된 것들이다.

위기와 이슈관리 유형은 매우 다양하지만, 그 각각을 위해 법무라인과 일할 때 경험하는 어려움들은 단 몇 가지로 추려진다.

전략도 손발이 맞아야지

첫째, 법무라인은 정보를 독점하려고 한다. 그 원인이나 이유가 뭔지 모르겠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변호사들이 판사나 검사로 일하던 시절 습관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판사나 검사 경력을 가진 변호사의 경우 실무 당시 자신이 담당한 건에 관해 커뮤니케이션하지 않고 정보를 독점하던 경험이 당연하게 굳어졌기 때문인 것 같다.

기업 위기나 이슈가 발생했을 때 법적 대응 로드맵이 지속적으로 위기관리팀에 공유되고 업데이트 돼야 하는데 그렇게 ‘상냥하게’ 공유·업데이트해 주는 법무라인을 본적이 별로 없다.그들 대부분이 자신이 가진 정보와 향후 법적 대응 플랜을 최고경영진 일부에게만 공유하고 인정받으려 하는 경향이 강해 보인다.

홍보라인에서는 해당 로드맵을 정확하게 공유 받아야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세울 수 있는데 그게 종종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실제 위기나 이슈관리를 진행하다 보면 법무라인과 홍보라인 활동이 서로 합치되지 않는 경우들이 많다.

일부에서는 법무라인으로부터 어차피 정보를 공유 받지 못하기 때문에 홍보라인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에만 몰두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흔히 이야기하는 기사 완화 작업이 그중 하나다. 홍보라인에서는 해야 할 것에 대한 감이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제한되는 딜레마에 빠지는데 그 이유 중 상당부분이 법무라인의 폐쇄성에 기인한다.

둘째, 법무라인 대부분은 자신들에게 맡겨진 일만 한다. 흔히들 홍보라인은 여론의 법정을 관리하고, 법무라인은 실제 법정을 관리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의미가 서로 각자 할 일만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가끔 법무라인으로부터 “홍보라인이 왜 법적 포지션과 향후 법적 대응 플랜을 알고 싶어 하나요? 그냥 맡겨진 일만 하시죠?”하는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왜 홍보라인이 법무라인에서 하는 일에 참견하거나 엿보려 하느냐 핀잔을 주는 것이다.

홍보라인이 법무라인의 논리와 플랜을 공유 받고 싶어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법적 대응 전략에 언론을 비롯한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논리와 메시지들을 합치시키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지금 당면한 부정 이슈가 법적으로 자사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고, 향후 강력하게 법적 대응 할 것이라는 로드맵이 있다면 홍보라인의 커뮤니케이션도 그에 따라야 한다.

그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홍보라인이 여론에만 신경 써 초반에 무리하게 길티(guilty·유죄를 인정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하거나, 피해를 주장하는 상대방에게 전폭적 수용 커뮤니케이션을 하거나 하면 문제는 더 커지게 마련이다.

반대로 여론이 너무 좋지 않아 법적 문제가 없음에도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이런 경우 홍보라인이 정확하게 법무라인과 커뮤니케이션해서 여론관리 차원에서 문제를 함께 푸는 활동을 해야 한다.

그런데 법무라인에선 “여론 부분은 홍보라인에서 알아서 하시고, 저희는 위에서 최초 정하신 소송 건을 진행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하는 반응을 보일 때가 있다. 물론 정해진 소송을 진행하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

여론의 강약과 방향을 좀 보면서 함께 완급을 조절해 나가는 운영의 묘를 살리자는 건데, 법무라인은 자신들의 업무가 그렇게 유연하다고 보지 않는 듯하다.

셋째, 어떤 위기나 이슈관리 과정에서도 법무라인은 정치적이다. 홍보라인이 법무라인에게 상대적으로 가장 부족해 보이는 부분이 이 정치력이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법무라인은 특정 정보를 자신들만 독점한다. 그 독점한 정보를 최고경영진에게만 공유하고 부분적으로만 설명한다. 당연히 정치적으로 최고경영진은 법무라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된다.

반면 홍보라인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거의 모든 정보를 오픈 한다. 최고경영진들은 신문이나 TV를 직접 보면서 홍보라인의 정보를 검증하거나 추측해 판단, 평가한다. 최고경영진은 홍보라인을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내용을 정리해 보고하는 사람들’로 간주한다. 당연히 법무라인에 비해 상대적인 의지가 작다.

법무라인은 예상되는 결과에도 흔히 하는 개런티를 하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에도 자신들이 빠져 나갈 길을 만들어 놓기 위해서다. 일이 잘못되는 경우를 대비해 일이 잘못될 수 있는 여러 논리들과 법적 조항들을 여러 번 강조해 최고경영진의 면역력을 키운다. 좋게 말하면 전략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정치적이다.

홍보라인은 이와 좀 다르다. ‘한번 해 보겠습니다’ ‘최대한 해 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홍보라인 이야기를 최고경영진은 개런티로 이해한다. 당연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할 수 있다더니 능력이 모자라는구먼’ 하는 질책이 따라온다.

평소 홍보라인이 잘 안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해도 ‘하기 싫어 그러는 거 아니야?’ 또는 ‘자신이 없으면 홍보하지마’ 등의 반응이 되돌아온다. 법적 업무는 법률이 기준이지만, 홍보 업무는 개인의 역량이 기준이라 믿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법무에 밀리지 않으려면

부서 간에 위기 및 이슈관리 전략의 충돌이나 갈등이 존재할 때 법무라인이 승리하는 비율이 높은 건 태생적으로 정치력에서 우위를 점한 그들의 경쟁력에서 기인한다. 그러면 불쌍한 홍보라인은 폐쇄적이고, 자기 일에만 열중하며, 정치적이기까지 한 법무라인과 어떻게 잘 협업 할 수 있을까?

첫째, 경험적으로 두 기능 간 일사불란한 협업과 정보공유가 이뤄지는 기업에는 꼭 ‘특별한’ 최고경영자가 존재했다.

최고경영자가 스스로 “법무와 홍보가 같은 방향성을 공유해 시너지를 내야 이번 이슈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는 기조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법무의 폐쇄성을 개방시켜주는 역할을 해줬다. 양쪽 기능을 함께 불러 같이 논의하고 공유하고 의견을 들어 균형을 잡는 그런 최고경영자가 있어야 한다.

둘째로는 법무라인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홍보라인의 강화다. 보통 법무라인이 독점하려고 하는 정보들의 상당수가 경찰 법조 기자들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간접 확인이 가능하다. 홍보라인이 그런 간접 정보라인들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다면 법무라인의 폐쇄성을 일정 부분 허물어뜨릴 수 있게 된다.

강한 홍보라인은 유수한 대형 로펌의 검찰, 법원 정보라인을 압도하는 정보역량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다. 누가 더 정확한가 하는 판단은 결국 최고경영자가 한다. 그 결과에 따라 신뢰의 방향은 바뀔 수 있다.

셋째, 홍보라인은 최고경영자에게 ‘법무 로드맵에 따라 홍보라인은 관련 여론을 만들어 최대한 지원할 의향과 역량이 있다’는 핵심 메시지를 반복 전달해야 한다.

평소 다양한 사례들을 경영진에게 공유하며 법무와 홍보가 함께 발맞춰 나갈 때 엄청난 시너지가 일어 날 수 있다는 확신을 경영진에게 일관되게 어필해야 한다. 목적과 목표만 공감할 수 있다면 굳이 그런 시너지를 회피하려는 최고경영진은 없다.

사실 여러 홍보인들이 하소연하면서 ‘법무라인의 (조직 내) 힘이 더 세다’ ‘법무는 홍보를 우습게 본다’ ‘법무는 자격증이 있지만, 홍보는 아무나 한다’는 식의 자괴감들을 털어 놓곤 한다.

하지만 실제로 대형 로펌 변호사들과 개인적으로 이야기해 보면 그들의 가장 큰 콤플렉스는 의외로 여론이다. 자신들이 여론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한계를 정확히 알고 있다. 아는 기자들은 있어도 그를 통해 여론을 전략적으로 형성하고 관리해 나가는 경험에는 그리 자신이 없는 것이다.

즉, 홍보라인이 강한 정보력과 실행 역량, 그리고 이를 통해 최고경영진으로부터의 신뢰를 얻고 있다면 법무라인으로부터 지금과는 다른 협업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의미다. ‘법무와 홍보의 싸움은 곧 신뢰의 경쟁’이라는 말은 아주 정확한 표현이라고 본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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