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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년 살아 숨쉬는 활명수의 비밀[헬스커뮤니케이션닥터] 약이 아닌 OO를 팔다

[더피알=김동석] 제품도 인간처럼 생명주기(PLC, Product Life Cycle)가 있다. 하지만 생명주기를 잊은 제품이 있다. 국내 최초의 등록상품이자, 국내 최초의 서양 의약품 ‘활명수(동화약품)’다. 1897년 9월에 세상에 나왔으니 올해로 태어난 지 118년이 됐다. 

활명수가 대단한 것은 118년 장수에만 있지 않다. 활명수는 현재도 소화제 시장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최근 5년 간 평균 9.56%씩 성장하며 매해 400~5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더 젊어지고 있는 셈이다.

   
▲ 우리나라 최초 애니메이션 광고로 디자인한 까스활명수 패키지.

의약품은 환자가 바로 효과를 경험하기 때문에 효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활명수 장수 비결의 핵심은 당연히 ‘약효’에 있다. 하지만, 100년이 넘는 동안 수많은 소화제가 시장에 소개됐지만 활명수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약효만으로 그 오랜 세월을 견뎌왔을 리는 없다.

활명수(活命水)는 이름대로 ‘생명을 살리는 물’이라도 마신 걸까? 신제품이 나와도 채 10년을 버티기 힘든 치열한 제약 시장에서 활명수가 118년간 숨쉴 수 있었던 비결을 살펴봤다.

하나, 이야기가 있다

성공한 대부분의 의약품에는 탄생 배경, 즉 브랜드 스토리가 있다. 의학사에 남는 위대한 발견으로 인식되는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은 알렉산더 플레밍이 푸른곰팡이 주변의 세균들이 사라진 것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면서 탄생했다는 이야기로 유명하다. 최초의 먹는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를 소개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심장병 치료제를 개발하다가 우연히 만들게 됐다는 비화다.

의약품의 탄생 이야기는 그 자체가 오랫동안 대중의 기억에 남게 하는 PR의 중요한 소재다. 동시에 제품의 효능과 직접 연계돼 있는 마케팅의 핵심 메시지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훌륭한 마케터는 제품뿐 아니라 브랜드 스토리 자체를 마케팅하고 영업한다.

활명수 역시 긴 역사만큼이나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생명을 살리는 물’이라는 제품명 자체가 이야기 소재다. 궁중의 비방, 즉 왕이 마시던 소화제라는 것 역시 활명수의 가치를 높여주는 이야기다.

활명수가 탄생할 당시에는 토사곽란(갑자기 토하고 설사가 나며 심한 고통이 따르는 위장병)으로 사망하는 사람까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왕이 마시던 궁중 비방을 담은 소화제가 나왔다는 브랜드 스토리와 활명수라는 제품명은 절묘한 작명이자 최고의 마케팅 전략이었다고 할 수 있다.


활명수에는 항상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1996년 한국 기네스북협회는 동화약품을 국내 최고(最古)의 제조회사이자 최고(最古)의 제약회사로, 부채표는 최초의 등록상표, 활명수는 최초의 등록상품으로 공식 인증했다. ‘부채표가 없는 것은 활명수가 아닙니다’라는 광고 문구로 활명회생수, 활명액, 생명수 등 60여종에 달하는 유사 제품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과정 역시 흥미롭다.

활명수는 현재 연간 1억병을 생산하며, 지금까지 84억병이 팔렸다. 이를 한 줄로 세우면 지구 25바퀴를 돌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이 역시 역사가 만든 이야깃거리다.

둘, 공익이 있다

의약품도 병원 등 다른 의료서비스처럼 소비재이면서 공공재의 성격을 갖는다. 환자를 치료하는 약이라는 것 자체가 공익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제약 산업의 특성으로 인해 공익이 뒷받침되지 않는 의약품은 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제약이 자동차, 반도체 등 다른 산업군에 비해 한국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회공헌(CSR)이나 공익 연계 마케팅(Cause Related Marketing)이 발달돼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활명수는 태생적으로 공익과 깊은 연관이 있다. 동화약품 홍보실은 매년 3월 1일(삼일절)과 8월 15일(광복절)이 다가오면 다른 어느 때 보다 기자들의 문의에 분주해진다. 동화약품이 일제 강점기 상해 임시 정부와의 비밀연락기관인 ‘서울연통부’를 회사 내에 설치하고, 활명수 판매액의 일부를 독립운동 자금으로 전달했기 때문이다. 동화약품 사장들 역시 독립운동 기관이나 광복군에 가입해 독립운동을 한 전력이 있어 민족기업으로서 매년 3·1절과 광복절엔 예외 없이 언론의 취재 대상이 된다.

최근 몇 년 동안 활명수는 유니세프와 함께 ‘생명을 살리는 물 캠페인’을 전개해 왔다. 판매 수익금은 식수와 정화시설이 부족한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깨끗한 물을 전달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생명을 살리는 물이라는 활명수의 브랜드 가치와 공익적 가치를 절묘하게 이어주는 사회공헌 캠페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셋, 정중동(靜中動)이 있다

활명수에는 ‘전통에 대한 존중’과 ‘새로운 변화’가 공존한다. 최근엔 브랜드에 젊음을 불어 넣기 위해 그 어느때보다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지난 8월 여성을 타깃으로 출시한 ‘미인활명수’.

지난 8월 말 동화약품은 여성을 타깃으로 한 신제품 ‘미인활명수’를 내놓았다. 그동안 다양한 종류의 활명수 서브브랜드들을 소개했지만, 특정 타깃을 대상으로 한 신제품 출시는 11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회사 내부는 물론이고 제약업계 기자들 사이에서도 이슈가 됐다.

보수적인 제약업계에서는 좀처럼 시도되지 않는, 젊고 혁신적이면서 통통 튀는 광고들을 시도하고 있기도 하다. 전통 매체가 아닌 현장 고객들과 직접 소통이 가능한 인터렉티브 광고에도 적극적이다.

매년 예술인들이 디자인한 한정판 까스활명수 패키지를 출시해 단기간에 매진 사태가 이어지곤 한다. 이런 시도는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애니메이션 광고의 주인공 역시 활명수다.1936년 베를린올림픽 당시엔 우리나라 메달리스트들의 우승과 입상 축하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활명수가 새로운 변화만 추구하는 것은 또 아니다. 조용한 가운데 움직임, 즉 정중동(靜中動)의 차분한 변화다. 새로운 것에 대한 너무 지나친 호들갑은 전통을 손상시킬 수 있고, 지나친 과거에 대한 집착은 브랜드의 신선함을 떨어뜨릴 수 있다. 활명수는 그 정중동의 균형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앞서 언급했듯이 118년 된 ‘부채표’라는 오랜 상표를 오리지널 제품으로서의 가치를 강조하는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매해 ‘여름생색전’이라는 부채 전시회를 개최해 젊은 미술 작가를 발굴하고, 전통 부채의 현대적인 해석은 물론이고 활명수를 예술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통해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118년 동안 활명수는 약과 약효만 판 것이 아니다. 이야기와 전통과 변화를 통해 신뢰를 함께 팔아왔다. 순간적인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전통의 가치를 존중하며,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했던 ‘우직함’이야말로 찰나의 이익을 추구하는 요즘 세태에 던지는 활명수의 교훈이 아닐까.
 

   

김동석 


엔자임 헬스 대표 

 

김동석  thepr@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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