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의 미래에 PR은 없다?
PR의 미래에 PR은 없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0.11.2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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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시대, 스토리에 집중하라!” 더랩에이치 주최 ‘트렌드 토크’ 세미나 지상중계

“소셜의 시대, 기업은 무엇을 갖고 대중과 소통해야 하는가? 해답은 ‘스토리’에 있다.”

2011년 PR을 이끌 핵심 키워드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자리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PR컨설팅업체 더랩에이치(대표 김호)가 지난 11월 18일 서울 종로구 서머셋 팰리스 서울(Somerset Palace Seoul)에서 개최한 ‘소셜의 시대, 소설로부터 스토리를 배우다’는 주제의 트렌드 토크(Trend Talk) 행사가 그것. 갈수록 ‘소셜’이 중요해지는 시대에 기업 커뮤니케이터들이 ‘소셜’해지기 위해서는 ‘스토리’ 파워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이날 세미나의 핵심 내용이었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올바른 커뮤니케이션은 핵심 메시지 전달시 ‘왜(why)→어떻게(how)→무엇을(what)’의 흐름으로 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왜’를 전하는 데에는 무엇보다도 ‘스토리’를 활용하는 것이 탁월하다”며 주제 선정의 이유를 밝혔다. 세미나는 한혜원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영상콘텐츠 교수와 배성호 SK텔레콤 홍보부장, 김호 대표, 소설가 김탁환씨 등의 주제별 강연으로 진행됐다.

“나의 이야기 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이끌어내야…”

먼저 한혜원 교수는 ‘창의적 실무자가 알아야 할 디지털스토리텔링 전략 10가지’를 타이틀로 강연했다. 한 교수는 “최근 삼성전자도 최첨단 기술 중심에서 이 기술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 연구에 매진하는 분위기”라며 “스토리텔링은 ‘본질’ 자체를 이야기하기보다 본질을 어떻게 보여주는가의 문제다. ‘말하기(telling)’가 아닌 ‘만들기(building)’라는 보다 큰 개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혜원 교수

이런 측면에서 스토리텔러 역시 단순히 스토리를 말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관리(management)’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또한 “소셜미디어 시대에 요구되는 스토리텔러의 자질은 ‘나의 이야기’가 아닌 ‘그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끄집어 낼 수 있는 능력”이라며 “하나 보다 열이 낫다는 말처럼 집단지성이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성호 부장은 SK텔레콤의 온라인PR을 직접 담당하는 실무자로서 경험하고 있는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들려줬다. 배 부장은 최근 큰 이슈가 됐던 블랙베리 BIS 문제, 갤럭시 시리즈의 OS 업그레이드 등의 사례를 통해 소셜미디어 시대를 맞아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기업 내부 프로세스를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이슈가 발생할 당시 트위터 상에서 대고객 실시간 응대는 기존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CS채널로는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종전엔 위기대응팀이 가동되거나 사장실에서 직접 컨트롤 했지만 이제는 블로그,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담당하는 홍보/커뮤니케이션 부서 역할이 막중해졌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모니터링을 통해 고객 목소리를 경청하는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문제가 발생하면 센싱과 함께 복구부서, 보상부서, 법무부서 등과의 병렬업무를 통해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강구하며, 빠른 시간 내 이를 공지하고 있다”며 시스템화 된 이슈대응 체계에 대해 언급했다.

언론 관리→온라인 여론 주도층 관계 형성

을 전하는 ‘말하는 기술’에 대해서도 잊지 않았다. 그는 온라인 여론 주도층을 파워블로거, 규제기관, IT스페셜리스트 등 세 가지로 분류하면서 “기업 입장에서 이들이 갖는 영향력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과거 언론-기업간 ‘관리’ 개념이 아니라 진정성과 지지를 바탕으로 밀접한 ‘관계’ 형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 배성호 부장

세 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호 대표는 “PR의 미래에 PR이 없다”는 다소 도전적인 화두를 던져 관심을 모았다. 소셜미디어 시대 PR은 우리가 알던 방식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기에 전통 PR만을 고집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먼저 PR/기업 커뮤니케이션의 세 가지 기능을 ▲홍보 소재와 메시지, 스토리를 개발하는 ‘디자인(Design)’ ▲기업의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채널인 ‘전달(Delivery)’ ▲이슈 및 위기관리에 필요한 ‘방어(Defense)’로 구분했다. 이어 “특히 전달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 전통언론에 기사감을 전달하던 것에서 스스로 이야기를 생산하도록 만들고, 전달하는 편집자(editor)의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홍보팀 역할도 전달보다 대화 기능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위기관리 측면에서는 지면에서 기사를 ‘빼는’ 것이 아니라, 소셜미디어 상에서 기업 입장을 ‘더하는’ 방식으로의 변화를 언급했다.

김 대표는 또한 “소셜미디어 시대는 모든 사람이 기자가 되는 시대, 모든 사람이 홍보를 할 수 있는 시대와 같은 말”이라면서 “바짝 위기의식을 느끼는 언론과는 상반되게 PR회사들은 너무 걱정이 없는 것같다. 변화가 올 때까지 별다른 변화를 모색하지 않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소셜시대는 모두가 기자이자 홍보인”

기업의 소셜화 정도를 개인적인 피트니스 활동과 동일하게 적용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김 대표는 “바람직한 체중관리를 위해 근육, 유연성, 체지방 감소라는 세 가지를 충족시켜야 하듯, 기업의 소셜 피트니스 또한 스토리를 통한 기업커뮤니케이션(근육), 유연성과 창의성 넘치는 기업문화(유연성), CSR활동(체지방 감소)가 고르게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CSR과 관련해서는 “종전의 기부나 봉사 개념이 아니다. 이해관계자들이 갖는 ‘기대치’에 대한 기업의 적절한 반응”이라고 새롭게 해석하면서 앞으로 기업 경영에서 CSR이 크게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PR인들이 지금까지 비인간적인 홍보를 해왔다. 소셜 시대는 팩트보다 스토리를, 회사보다 사람을, 강점보다 약점을, 말하기보다 듣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유명 사례를 통해 살펴보는 기업의 스토리 아젠다 및 아이디어에 대한 내용도 언급됐다. 그는 기업들의 스토리 구성 소재로 도움, 직원 배려, 기업을 공격하는 NGO와의 협력,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특별한 의미, 잘못의 공개와 개선 노력, 소비자의 부정적 의견 청취와 공개, 트위터(소셜미디어)에서의 리더 활동, 솔직한 사진 등의 8가지를 꼽았다.

이와 함께 만들어진 스토리를 소셜화하는 구체적인 액션 플랜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기업 커뮤니케이터들은 ▲인터뷰를 통해 스토리를 생산하고 ▲PR부서가 아닌 사람들도 이야기를 함께 만들도록 하며 ▲조직 밖 사람이 우리 조직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우연한 대변자(Accidental Spokesperson) 역할을 하는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대화하며 ▲언론에 나온 기사에 대한 뒷이야기 등을 전달하는 한편 ▲기업의 배드 뉴스(bad news)에 대해서도 쿨해져야 한다.

김 대표는 “이처럼 기업 커뮤니케이터들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스토리를 듣는 능력이 요구된다”며 “PR의 미래는 전통 PR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직종과의 연계선 상에서 새로운 분야와 방법론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소설가 김탁환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소설가 김탁환씨는 ‘이야기꾼으로 사는 법’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줘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야기를 만들 땐 이야기만 생각하고, 테크닉이 이닌 자세를 배우라”면서 “나의 실패담이 다른 사람의 성공담을 이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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