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도 스마트·하이브리드 시대
라디오도 스마트·하이브리드 시대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5.11.2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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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라디오 디지털화가 숙제…‘팟캐스트’ 성장도 주목

[더피알=문용필 기자] 시각에 자유를 부여하는 매체로서의 장점이 라디오의 명맥을 유지해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모바일로 대표되는 뉴미디어 시대에서 타 매체와의 경쟁력을 절대적으로 담보해주지는 못한다.(관련기사: 비주얼 시대, 시각을 자유롭게 하는 힘)

▲ 현재 대표적인 라디오 프로그램 중 하나인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사진제공:sbs

라디오 방송사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스마트폰을 통해 라디오를 들을 수 있도록 출시된 라디오 어플리케이션이 이를 방증한다. MBC의 ‘미니’와 SBS의 ‘고릴라’ 등이 대표적이다.

CBS는 자사 라디오 앱인 ‘레인보우’에 기반한 24시간 기독교음악방송 ‘조이포유(JOY4U)’를 지난 9월 론칭했다. 전세계의 라디오방송을 터치 한번으로 즐길 수 있는 ‘튠인 라디오’ 같은 앱도 존재한다.

하지만 모바일 앱에 기반한 라디오 서비스는 라디오의 강점인 ‘보편적 접근성’과는 다소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모바일 데이터를 사용해야 하는 만큼 요금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와이파이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른바 ‘하이브리드 라디오’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FM 수신칩’을 이용해 모바일 데이터가 필요 없는 라디오 디바이스로서 겸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방송전파의 동시전송능력과 모바일의 스마트 기능을 결합한 신개념 라디오다.

▲ 모바일 라디오 어플리케이션인 mbc ‘미니’와 sbs ‘고릴라’./사진: 화면캡처.

임재윤 MBC 미래방송연구소 차장은 최근 한국방송학회 주최 세미나에서 하이브리드 라디오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데이터요금 부담이 없고 스마트폰의 배터리 소모가 적다는 점, 자연재해나 사고로 통신망이 끊겼을 경우 스마트폰 FM라디오가 생명선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하이브리드 라디오의 장점으로 들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FM 수신칩이 내장된 스마트폰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이동통신사 및 단말기 제조사들의 협조가 필요한 지점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라디오의 디지털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숙제다. 임 차장에 따르면 이미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디지털 라디오를 도입해 기존의 FM과 병행하고 있다.

쉽게 말해 HDTV처럼 디지털 방식으로 송출되는 라디오로, 잡음이 없고 몇 배 더 많은 수의 채널을 제공할 수 있다. 임 차장은 “한국의 라디오 산업은 세계적 트렌드에서 고립돼있다”며 “라디오업계의 ‘갈라파고스섬’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라디오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 임 차장은 “예전에는 FM같은 네트워크를 라디오의 핵심 정체성으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며 “(미디어) 전달방식이 굉장히 다양해졌기 때문에 그 보다 좀 더 본질적인 오디오 형태의 콘텐츠라는 점을 정체성으로 삼아야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 더욱 최적화하기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팟캐스트’와의 역할분담

뉴미디어 시대의 새로운 방송포맷으로 주목받는 팟캐스트의 성장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본래 애플의 ‘아이튠즈’를 통해 다운로드하거나 업로드하는 방송 파일을 뜻하던 팟캐스트는 우리나라에서는 디지털 파일 혹은 스트리밍 형태를 통해 제공되는 인터넷 방송을 의미하는 일반명사로 자리 잡았다. 다만, 이는 온디맨드(주문형) 방식에 한정한다. 실시간으로 방송이 스트리밍되는 경우에는 팟캐스트라고 보기 어렵다.

▲ 스마트폰의 fm수신칩 활성화를 위해 개설된 웹사이트 ‘free radio on my phone’./사진 : 해당 웹사이트 캡처.

라디오와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실시간으로 방송되지 않고 파일 형태로 업로드되고, 누구든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취향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난 2011년 정치 프로그램 <나는 꼼수다>를 통해 본격적으로 발화한 국내 팟캐스트 시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성장 추세에 있다.

정치, 시사 관련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던 팟캐스트의 장르도 세분화되고 있다.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 같은 예능 프로그램과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같은 종교 관련 프로그램도 팟캐스트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그 외에도 게임과 영화, 음악, 스포츠 등 다양한 주제의 팟캐스트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박사 이작가의 이이제이> <노유진의 정치카페> 등 인기 팟캐스트는 일주일에서 열흘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방송심의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정제된 방송을 추구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이같은 장점에 힘입어 팟캐스트는 새로운 광고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다.(관련기사: ‘팟캐 광고’, 문 닫기 직전 회사도 살립니다) 소상공인들이 팟캐스트 광고의 주 고객들. 팟캐스트 전문 포털 ‘팟빵’ 관계자는 “인기 팟캐스트의 경우, 회당 광고가격이 50만원에서 150만원가량 된다”며 “지상파 라디오에 비해 낮지 않은 금액이지만 주요 팟캐스트의 경우 한달치 예약이 다 돼있을 정도다. 그만큼 광고효과가 높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언급한대로 방송심의를 받지 않기 때문에 진행자가 노골적으로 제품을 광고하는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류방송사에서도 팟캐스트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JTBC는 <뉴스룸> <썰전>같은 자사 프로그램을 팟캐스트로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 밖에도 라디오 방송을 AOD(주문형 오디오)방식의 팟캐스트로 제작해 업로드하는 경우도 흔하다.

팟빵 관계자는 “자사 PD들이 팟캐스트를 (개인적으로) 만들고 있는 모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방송사 이름을 내세운 것은 아니지만 회사 내부에서 이를 승인하고 시범적으로 제작하는 프로그램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공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팟캐스트 시장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팟캐스트의 성장세를 두고 향후 라디오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미디어가 아니냐는 판단을 내리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고개를 가로젓는다. 대립의 관계가 아닌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 국내 인기 팟캐스트의 로고들./사진: 팟빵 홈페이지 캡처.

배재우 CBS 교육문화센터장(前 CBS 제주본부장)은 “라디오는 목적을 갖고 청취하기 보다는 습관적으로 청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팟캐스트는 목적을 갖고 청취하기 때문에 (미디어 소비행태가) 좀 다르다”며 “라디오를 부분적으로 보완해 줄수는 있어도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예상했다.

임재윤 차장은 “팟캐스트가 잘 되니 지상파 라디오가 사라진다는 말은 소리매체를 이해하지 못해서 나온 것”이라며 “라디오가 이전만큼의 점유율을 갖지는 못하지만 없어지지는 않는다. 맛있는 과자가 나왔다고 밥을 안 먹는 건 아니지 않나. 상황과 니즈에 따라 (팟캐스트와 라디오를) 다 쓰게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차장은 “라디오처럼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오디오 서비스가 있어야 하고 음악이 중심이 되는 서비스, 그리고 주문형으로 전달되는 팟캐스트 등 세 가지가 갖춰져야 소리매체는 완전체가 될 수 있다”며 “이는 해외에서는 굉장히 일반화된 이야기”라고 전했다.

아울러 “5년 정도 지나면 지상파 라디오는 시간이 지나면 의미 없는 뉴스나 시사, 경제정보 등 휘발성이 강한 콘텐츠만을 다루게 될 것”이라며 “휘발성이 약한 교양이나 토크는 팟캐스트로 무게중심이 향할 것이다. 청취자 개인의 취향을 중시하는 음악방송은 큐레이션 음악서비스에 역할을 넘겨주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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