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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FA판도, 모기업 상황과 묘하게 닮았네?
프로야구 FA판도, 모기업 상황과 묘하게 닮았네?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5.12.0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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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롯데 천문학적 액수 투자, 지갑 열지않은 삼성

[더피알=문용필 기자] 혹자는 ‘쩐의 전쟁’이라는 표현을 쓴다. 2015년 프로야구 FA(프리에이전트) 선수 시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내부 FA 단속은 둘째치고 타팀 FA를 영입하는 데만 383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가 오갔다. 불과 이틀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 ⓒ뉴시스

아직 4명의 FA가 남아있지만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 중인 김현수와 병역의무를 위해 입소중인 오재원(이상 두산베어스) 정도를 제외하면 사실상 A급 선수들의 행선지는 모두 정해진 상황. 각 팀을 응원하는 야구팬들도 시즌 못지않게 손에 땀을 쥐고 선수들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매년 FA시장이 그렇듯 이번에도 ‘큰 손’은 존재했다. 통크게 지갑을 열고 대어급 선수들을 척척 영입한 팀들이 있었다. 반면, 최소한의 지출만으로 ‘알뜰 쇼핑’에 나서거나 그저 시장 자체를 바라보기만 한 팀들도 존재했다.

물론, FA계약은 꼭 필요한 선수를 영입해 팀 전력을 극대화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런데 눈여겨 볼 포인트가 하나 더 있다. 각 구단을 운영중인 모기업들의 최근 상황, 이미지와 이번 FA시장에서의 움직임이 묘하게 닮아있다는 점이다.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을수도 있지만 혹은 그냥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것일수도 있으니 심각한 의미부여는 금물이다.

 한화  공격적 M&A와 FA영입

최근 2년간 공격적으로 정근우, 이용규 등의 대어급 FA들을 영입했던 한화 이글스는 이번에도 과감하게 지갑을 열었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김태균(4년·84억원)과 베테랑 포수 조인성(2년·10억원) 등 내부 FA를 단속하는 한편, 올해 FA시장에서 최대어급 투수였던 정우람(4년·84억)과 준척급 투수인 심수창(4년·13억원)을 영입했다.

한화가 이번 FA시장에 지출한 돈만 무려 191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정우람과 심수창의 원 소속팀에 지출해야 할 보상금액을 합산하면 200억원 가까이 지출한 셈이다.

이같은 한화의 행보는 지난 2014년 시즌까지 지속된 성적부진을 만회하고 팬들에게 보답하려는 측면이 강하지만, 모기업이 최근 펼치고 있는 공격적인 ‘M&A 경영’과도 닮아있다.

▲ 한화 이글스로 이적한 투수 정우람. ⓒ뉴시스

한화그룹은 지난해 11월 삼성으로부터 석유화학, 방산 계열사 4개를 인수하기로 합의하고 올해 인수작업을 매듭지었다. 이로써 기업의 근간이었던 방산 및 화학 분야에서 국내 1위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내년 M&A 시장에 등장할 것으로 보이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올 7월에는 한화갤러리아백화점이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한화의 공격적인 행보가 야구와 사업 분야 모두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롯데  악재 조금씩 정리하고 이미지 쇄신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2013년 팀내 대어급 포수 강민호와 75억원(4년) 규모의 계약을 맺고 두산 베어스로부터 최준석(4년·35억원)을 영입했지만 지난해 FA시장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에이스급 투수인 장원준과 불펜투수 김사율을 두산과 KT 위즈에 각각 내줘야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2년만에 FA시장의 큰손으로 복귀한 것. 팀내 유일한 FA이자 주축투수인 송승준(4년· 40억원)을 잡았으며 윤길현(4년·38억원)과 손승락(4년· 60억원) 등 준수한 불펜투수들을 영입했다. 이번 FA시장에서 쓴 액수만 138억원. 올 한해 취약점으로 꼽히던 ‘뒷문’을 단단하게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사실 올해는 롯데그룹과 롯데 자이언츠 모두 큰 부침을 겪어야만 했다. 롯데그룹은 오너가에서 불거진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여기에 ‘일본기업이 아니냐’는 달갑지 않은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이를 수습하는 데 애를 먹어야 했다.

롯데 자이언츠의 경우, 앞서 언급한대로 FA선수 이탈 이후 투수력이 붕괴됐고 10개 구단 중 8위라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종운 감독은 취임한지 한 시즌 만에 경질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이른바 CCTV 사찰 의혹으로 인해 사장과 단장, 운영부장 등 구단 수뇌부들이 줄줄이 옷을 벗었다.

▲ 롯데 자이언츠와 fa계약을 맺은 투수 손승락. ⓒ뉴시스

하지만 그룹과 구단 모두 악재들이 하나 하나 정리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경영권 분쟁이 완전히 끝났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룹은 신동빈 회장을 주축으로 경영안정화 작업에 나서고 있고, 구단도 신임 감독을 선임하고 FA선수 영입을 통해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사실 롯데의 이번 FA영입 배경에는 신 회장의 적극적인 투자약속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서는 롯데 자이언츠를 통해 그룹의 이미지 쇄신에 나서려는 속내가 담겨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기 위해서는 롯데 자이언츠 역시 좋은 성적으로 명문구단의 위상을 재확인해야 할 것같다.

 삼성  긴축경영 여파 구단에도?

삼성그룹이 운영하는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FA시장에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내부FA 단속에 몰두했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 팀의 상징격인 ‘국민타자’ 이승엽(2년·36억원)을 잔류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주전 3루수이자 리그 최고수준의 타자 박석민(4년·96억원)을 NC다이노스로 보내야 했다.

지난 2011년부터 통합(정규리그-한국시리즈)4연패를 달성하고 올 시즌에는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삼성라이온즈는 사실 투수수급이 절실해 보인다. 올 시즌 막판 불거진 선수 도박 의혹에 팀내 주축급 투수 3명이 거론됐기 때문. 하지만 구단은 이번 FA시장에서 투수를 영입하지 않았다.

최고의 위상을 갖고 있으면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하지 않는 이같은 행보는 긴축경영에 들어간 모기업과 닮아 있다.

삼성그룹은 최근 전사적으로 긴축경영에 나서고 있다. 올 3분기에만 1조5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삼성엔지니어링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순환휴가를 결정했다. 일부 계열사의 경우, 희망퇴직을 권고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재무와 인사, 홍보 등 본사 지원부문 인력을 10% 가량 줄이고 내년에는 일반소모성 경비를 줄인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직원들에게는 12월 25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총 10일간 의무 장기휴가를 신청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한다.

이런 전사적인 움직임을 삼성라이온즈도 외면하지는 못할 터. 하지만 타선에서는 박석민 외 전력누출이 거의 없고 체계화된 육성 시스템하에서 유망주들이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는 만큼 내년 시즌에서 하위권으로 전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NC  ‘현질’로 최고 아이템 획득

리그 최고의 3루수 박석민을 영입한 NC 다이노스는 96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한 선수에게 과감하게 투자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해 FA시장에서 지갑을 열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박석민이 가세함에 따라 기존의 나성범, 테임즈, 이호준과 함께 NC는 우승을 바라볼 수 있는 막강한 타선 갖추게 됐다. 올 시즌에도 강한 전력을 과시하며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한 상황에서 FA시장에서 야수 최대어를 낚아챈 NC의 공격력은 타 구단들에게 더욱 위협이 될 전망이다. 게다가 전력누수도 거의 없다.

▲ 최대 96억원 규모의 계약으로 nc 다이노스 행을 확정지은 3루수 박석민. ⓒ뉴시스

NC의 이번 영입은 모기업의 주 사업분야인 온라인 게임과 연결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사람을 게임 아이템에 비유하는 것이 좀 그렇기는 하지만, 다른 유저(구단)들이 너무나 갖고 싶어하는 ‘박석민’이라는 레어아이템을 엄청난 ‘현질’을 통해 손에 넣은 셈이다.

‘현실 야구’가 온라인 게임이 아닌 이상 ‘만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는 무리라 할지라도 공격능력이 더욱 강해진 것만큼은 분명하다. ‘파워업’ 된 NC가 우승이라는 험난한 퀘스트를 내년 시즌 달성할 수 있을지 야구팬들의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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