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의 택시기사 폭행, 아모레는 왜 사과해야 했나
직원의 택시기사 폭행, 아모레는 왜 사과해야 했나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5.12.2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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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조치” vs “오버페이스”…직장인 커뮤니케이션의 경각심 일깨워

[더피알=강미혜 기자] “개인의 잘못이기는 하나, 당사에 소속된 직원들의 잘못인 까닭에 회사의 책임 또한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물의를 일으킨 직원의 소속회사 대표로서 기사님과 가족, 그리고 아모레퍼시픽을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택시기사를 폭행한 20대 커플이 아모레퍼시픽 직원으로 밝혀지면서 회사가 발표한 사과문의 일부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택시기사 폭행 건에 대해 심상배 대표이사 사장 명의로 공식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택시기사를 폭행한 20대 커플이 아모레퍼시픽 직원으로 밝혀져 공분을 샀다. 사진: YTN 뉴스 영상 화면 캡처
택시기사를 폭행한 20대 커플이 아모레퍼시픽 직원으로 밝혀져 공분을 샀다. 사진: YTN 뉴스 영상 화면 캡처

하지만 사안의 경중 여부를 떠나 아모레퍼시픽의 사과에 대한 적절성에는 이견이 있다. 화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빠른 조치였다는 해석이 있는 반면, 개인의 일탈을 회사의 잘못으로 확대한 ‘오버페이스’란 평가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과했다”는 의견이 나타난다.

강함수 에스코토스 대표는 “내부 구성원의 비윤리적 행위, 커뮤니케이션 대응의 실수 등이 온라인상에 퍼졌을 때 조직의 위기로 비화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면서도 “직원 개인의 폭행 건에 대해 대표이사가 나서서 사과한 것은 과잉된 감이 없지 않다”고 봤다.

그러면서 “(아모레퍼시픽이) 기업이미지와 브랜드 보호를 위해 급한 불을 끄는 차원에서 사과한 듯하다”며 “인사나 윤리, 준법 관련 부서의 내부 기준을 갖고 회사 차원에서 커뮤니케이션하고, 직원 잘못에 대해선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강 대표는 “이번 이슈를 통해 직원 개개인의 행동이 조직 바깥에서 다양한 형태로 얼마든지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고 시사점을 짚으며 “사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직원 대상 충분한 사전 교육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역시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한 입장 표명은 할 수 있겠지만 업무 외적인 영역에서의 직원 잘못에 대해 대표이사가 사과한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비슷한 견해를 피력했다.

최 교수는 “기업은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책임져야 할 일과 아닌 일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무슨 일이 터지기만 해도 회사에 대한 비난으로 연결될 수 있다. 무한책임을 지는 자세가 능사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사과는 사과해야 할 사안에 대해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대상을 향해, 적절한 방법으로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며 “이슈나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회사가 나서서 다 사과해버리면 부정적 이미지가 겹쳐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택시기사 폭행 사건 관련, 아모레퍼시픽 사명과 함께 여러 기사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사진:포털 다음 뉴스 화면 캡처
택시기사 폭행 사건 관련, 아모레퍼시픽 사명과 함께 여러 기사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사진:포털 다음 뉴스 화면 캡처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 컨설턴트는 아모레퍼시픽의 사과를 “내부적으로 사안의 심각성을 크게 인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풀이했다. 채용면접 과정에서 불거진 사상검증 논란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른 부정적 이슈가 발생, 사회적으로 확대해석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조속한 사과로 매듭지으려 했다는 것.

그러면서 송 대표는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사례로 바라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개인의 행동이 조직에게도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인지하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소셜미디어 시대엔 공인(公人)과 사인(私人)의 구분이 없다”고 사소한 행위에 대해서도 주의를 당부했다.

또한 “개인 이슈라 하더라도 어떤 ‘흥행요소’를 갖췄느냐에 따라 대중의 주목도는 달라진다”며 이번 택시기사 폭행 사건은 ‘젊은 친구들의 노인 폭행+알고 보니 사내커플+그것도 대기업 소속’이라는 요소들이 더해지면서 사회적 공분이 커진 경우라고 분석했다.

송 대표는 “잘못을 저지른 커플의 신상정보가 속된 말로 다 털리지 않았느냐. 결과적으로 그들 회사와 동료 등 여러 사람에게 엄청난 피해를 줬다”며 특히 “지금은 블랙박스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흘러간 과거가 디지털 파일로 현재화되고 있다. 온라인과 SNS란 오픈된 공간 속에서 누구든 공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를 한 이유에 대해 “개인의 행위긴 하지만, 소속 직원들이 잘못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책임을 통감했기 때문”이라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이 관계자는 “물의를 빚은 직원들은 사규에 따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엄중한 징계 조치를 취했다”면서 “다만,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도 있어서 구체적인 징계 수위나 내용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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