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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소통이 없다[유현재의 Now헬스컴] ‘병든’ 100세 시대 올 수도
  • 유현재 서강대 교수
  • 승인 2015.12.2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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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유현재] 얼마 전 국회에서 진행된 심부전 관련 세미나에 발제자로 참석했다. 물론 헬스커뮤니케이션(이하 헬스컴) 영역이었다. 심부전의 효과적 예방과 관리를 위해 어떠한 ‘건강소통’ 활동이 가능한 지에 대해 논의했다. 발제를 준비하며 필자가 느낀 점은 우리나라에서 고령층, 즉 노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헬스컴 사례가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최근 건강이라는 화두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면서 다양한 헬스컴 활동들이 진행되고 있다.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질병인 흡연을 중단하고 빨리 금연을 결심하라는 공익광고가 골든타임에 방영되고 있으며, 과도한 음주를 자제하라는 홍보 메시지도 주변에서 쉽게 발견된다. 심각성에 비해 간과됐던 대중적 질병인 결핵과 관련한 정보들도 자주 접할 수 있다.

   
▲ 대부분의 헬스컴에서 설득 대상이 되는 타깃은 고령층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대부분의 헬스컴에서 설득 대상이 되는 타깃은 고령층과는 거리가 멀다. 정확한 수치와 비율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건강소통이라는 목적을 갖고 우리나라에서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헬스컴적 노력의 상당 부분은 비고령층, 즉 젊은층을 대상으로 펼쳐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는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우리나라 인구구조의 특성을 고려하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노인층 대상의 헬스컴 노력이 활성화돼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건강한 고령층 형성’이 우리 사회의 목표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 진료비는 약 19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전체 의료비의 3분의 1을 상회하는 수치다.

헬스컴에서도 소외되는 고령층

언제부터인가 ‘100세 시대’를 너무나 쉽게 말하는 사회 분위기다. 보험사를 포함한 금융권이 진행하는 마케팅에는 어김없이 ‘100세 시대를 대비하라!’, ‘은퇴 후 40년을 어떻게 살 것인가?’ 등의 유혹적 메시지가 전달된다. 금융상품을 팔기 위해 장밋빛 수명 수준을 애써 강조하는 전략이겠지만, 누구나 100세를 기록하는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은 미지수다.

고령층과 건강을 주제로 우리문화에서 통용되던 개념들을 살펴보면 건강 추구에 있어 다소 소극적이며, 몸의 쇠약이나 질병을 무기력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던 전통이 발견된다.

예를 들어 ‘인명재천(人命在天)’도 맥락에 따라서는 수동적 운명론처럼 해석될 수 있고, ‘모르는 게 약’ ‘내 병은 내가 안다’ 등의 언명도 적극적으로 건강을 추구하는 행동양식과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이다. 따라서 예전의 전통적 고령층에게는 ‘호들갑 떤다’ 혹은 ‘별스럽다’ 등으로 폄하될 수 있을 만큼 꼼꼼하게 난리를 치며 건강을 돌봐야만 건강 100세가 가능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헬스컴은 무엇이며, 젊은층과 달리 어떠한 차별성을 가져야 할까? 구체적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현재 고령층의 미디어 소비성향을 진단해야 할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60대 이상에게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미디어는 다름 아닌 TV다. 그 가운데서도 지상파의 선호도가 압도적이다. 케이블 등 별도의 채널을 경제적인 이유로 신청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오랜 세월 자연스레 익숙해진 채널만 선택하는 습관을 유지하는 것 등이 이유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지상파 뉴스와 드라마에 대한 시청률 또한 대단히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TV 앞에 머무는 시간이 막대하며, 제한된 채널은 물론 몰입하는 시간대도 유형화돼 있다는 의미다. 고령층을 제외한 모든 연령에서 인터넷을 비롯한 온라인, 모바일 등이 핵심적 미디어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과는 크게 다른 양상이다.

   


TV와 친한 어르신들, 맞춤형 방안은

이같은 현실을 바탕으로 고령층을 위한 헬스컴에 대한 기초적 제안을 할 수 있을 듯하다. 우선 연중 선보이는 공익광고다. 고령층에게 반드시 전달돼야 할 것으로 판단되는 사안들을 공익광고로 만들어 지상파를 통해 방영하는 것은 중요한 과업이다.

하지만 이는 방송사의 협조, 개별 언론사와의 협업, 제작사의 관심, 정부의 결단 등이 복합적으로 결부돼야 한다. 공익광고 재원의 상당 부분이 국가로부터 제공된다 하더라도, 사안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전파 혹은 지면 사용을 용이하게 만드는 것은 사회적인 콜라보임에 틀림없다.

방송을 활용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요즘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간접광고, 즉 PPL 방식이다. 프로그램 일부에서 고령층의 건강을 위한 메시지 및 행동양식 등을 전파하는 것이다. 역시 고령인 배우가 건강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극중에서 자연스레 녹이며 오디언스와 소통할 수 있도록 기획하는 방안이다.

건강검진 수검률을 높이기 위해 국가기관이 톱바텀(top-bottom) 방식으로 전달하는 안내도 중요하지만, 친숙하게 다가오는 동년배 연예인이 전하는 메시지는 파급력 측면에서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매스미디어는 아니지만 노인을 위한 헬스컴에는 전통적인 면대면 소통도 제외할 수 없다. 커뮤니티 기반의 소통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지자체별로 활동할 수 있는 인력들을 가동해 관내에 있는 노인들을 규칙적으로 방문, 최근 호발하는 질환에 대해 설명하고 위급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핫라인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노력은 너무나 중요할 것이다.

다양한 이유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보건서비스, 무료건강검진, 그 외 가능한 복지혜택 등을 깨우치는 작업도 필수적이다. 실제 높은 자살률로 신음하던 전라북도의 한 지자체는 노인이 생활하는 모든 가정에 최소한 한 번씩 방문해 안부를 묻는 운동을 전개해 단기간에 자살률을 낮췄다.

특정 질환의 자각 증상부터 평소 건강한 식문화 및 생활습관 등을 안내하기 위한 ‘손쉬운’ 홍보물의 지속적인 전달도 중요하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설득하며, 그들의 일상에 적용시킬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작업은 결코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젊은층을 대상으로 하는 헬스컴에 비해 몇 갑절의 추가 노력이 투입돼야 할 수도 있다. 미디어 노출도 지극히 제한돼 있으며, 수용도도 높지 않은 상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이유를 비롯한 근본적 제한 사항도 엄존할 것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을 위한 헬스컴은 대대적으로 논의, 실행돼야 한다. 대중교통 경로석은 이미 포화상태이며, 2030년에 이르면 네 사람 중 한 사람은 65세 이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건강한 고령층이 왕성하게, 건강하게 생활하는 환경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현재 서강대 교수  hyunjae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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