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와 네이밍 겹친 LG전자 ‘K7’, 무슨 전략?
기아차와 네이밍 겹친 LG전자 ‘K7’, 무슨 전략?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6.01.06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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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전문가들 긍·부정 평가 엇갈려

[더피알=문용필 기자] LG전자가 신작 보급형 스마트폰 라인업을 ‘K시리즈’로 명명했다. 이중 ‘K7’이라는 제품은 기아자동차의 준대형 승용차와 같은 이름이다.

이미 시장에서 적잖은 인지도를 쌓아온 브랜드와 겹치는 네이밍을 하는 것은 드문 케이스다. 더욱이 LG전자와 기아차 모두 글로벌 기업에 속하기에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있어 자칫 혼선이 빚어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의 시선은 다소 엇갈리는 모양새다.

▲ lg전자의 신작 스마트폰 'k7'./사진: lg전자

LG전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되고 있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6’에서 K시리즈를 공개했다. 회사 측은 “‘K10’ ‘K7’ 등 K시리즈를 LTE, 3G용으로 출시한다”고 밝혔다. K시리즈는 이달 국내시장을 시작으로 유럽과 중남미, 미국, 아시아 등에 순차출시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LG전자 관계자는 <더피알>과의 통화에서 “K시리즈는 소비자에게 핵심가치를 제공하고자 하는 회사의 의지를 반영한 보급형 모델”이라며 “K는 ‘킬러(Killer)’ 모델이 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법적 문제는 없겠지만...

LG전자의 신작 스마트폰 이름이 ‘K7’일 것이라는 예상은 지난해 11월 해외에서 나온 바 있다. 신작 스마트폰 정보를 출시 전 미리 공개하는 것으로 유명한 모바일 전문가 에반 블래스를 통해서였다.

블래스는 지난해 11월 10일 자신의 트위터(@evleaks)에 “LG의 다음 영문·숫자 조합은 무엇일까? 코드명은 ‘M1’이고 브랜드는 K7”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번에도 블래스의 ‘쪽집게 예상’은 그대로 맞아 떨어진 셈이다.

하지만 ‘높은 적중률’에도 불구하고 블래스의 예상이 나올 당시 LG전자가 K7이라는 이름을 사용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했던 것이 사실. 기아차의 K7이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좀 거칠게 표현하면 ‘LG전자 정도의 대기업이 과연 다른 대기업의 잘 알려진 제품명과 동일한 이름을 쓰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LG전자는 과감하게 ‘K7 카드’를 꺼내들었다.

일단 법적인 문제는 없어 보인다. LG전자 관계자는 “상표권 등록이나 저작권과 관련해 (문제가 있는지) 체크를 했고 충돌은 없다”고 전했다.

▲ lg전자의 신작 스마트폰 이름을 'k7'이라고 예상한 에반 블래스의 글./사진:에반 블래스 트위터(@evleaks) 캡처

실제로 특허청의 특허정보사이트인 키프리스(www.kipris.or.kr)에 K7을 검색해본 결과, 기아자동차 외에도 동명의 다른 상표가 등록돼있는 것이 확인됐다. <더피알>의 취재에 응한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들도 법적인 충돌소지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제품군이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K7이라는 브랜드명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제품군이 완전히 달라 혼동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기아차가 K시리즈로 명성을 쌓아왔고 (그에 대한) 자산적 가치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LG전자의 (브랜드) 편승효과가 일어날 경우 기아차 기분이 별로 좋지는 않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여 교수는 “스마트폰은 고관여 소비재로 볼 수 있는데 원래 (승용차 K7이 가진) 이미지나 주목도가 분산되는 ‘희석효과(dilution effect)’가 일어날 수 있다. 그 또한 (기아차가) 반길 일은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만약 LG전자가 K7을 프리미엄 라인업에서 사용했다면 (승용차 K7도) 브랜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데 문제는 보급형 라인업이라는 점”이라며 “K7이 갖고있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약화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다만 여 교수는 “앞서 언급한 효과들이 그다지 우려할만한 것은 아니다. 그럴 여지가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제성 확보 가능…실용적인 브랜딩

반면, 최장순 엘레멘트 공동대표는 “동네에서 보면 삼성부동산이나 삼성통닭같은 상호도 있지 않느냐. 이것 때문에 삼성전자의 이미지가 추락된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소비자들은 콘텍스트(맥락)상에서 브랜드를 파악하기 때문에 이를 (충분히) 구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브랜드 전략상 기아차의 K7은 기업브랜드 보다는 제품브랜드가 주도하는 구매파워가 더 큰 반면, LG전자는 기업브랜드가 갖는 가전이미지에서 구매가 견인되는 면이 더 크기 때문에 전략상으로 비교대상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LG전자의 브랜드 전략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최 대표는 “K시리즈는 (소비자들에게) 익숙하고 동명의 기아차 제품도 나쁜 이미지가 아니기 때문에 화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브랜드 모방이 아니냐는 논란도 바이럴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기아차 입장에서도 (LG전자와의) 콜라보레이션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타사가 사용하는 알파벳을 쓰기로 한 LG전자 임원진의 판단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며 “자존심 때문에 그러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인데 잘 알려진 이니셜 K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실용주의적인 브랜딩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 기아자동차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신형 'k7'의 외관디자인./사진: 기아자동차.

황부영 브랜다임파트너즈 대표는 다른 관점에서 LG전자의 브랜드 전략에 아쉬움을 표했다. 한 마디로 브랜드 세분화가 과하다는 것.

황 대표는 “스마트폰이 고가라는 점을 감안할 때 도입기에서 성장기로 넘어가는 상황에선 저렴한 스마트폰 수요 계층을 노리는 브랜딩이라고 볼 수 있지만, 지금은 성장기에서 성숙기로 넘어가는 상황 아닌가. 세그멘테이션(세분화)을 위한 세그맨테이션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각 수요계층마다 별도의 브랜드를 도입하는 ‘복수브랜드’ 전략은 기본적으로 모든 계층을 아우르겠다는 시장 리더의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며 “주력 브랜드 하나를 띄우면 서브브랜드나 모델명으로도 충분히 구별이 되지 않나”고 반문했다.

이어 “LG라는 기업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세분화 하겠다는 전략이라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면 ‘과잉 세그멘테이션’이라는 우려가 든다”고 언급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갤럭시’나 애플의 ‘아이폰’처럼 주력 브랜드명을 사용하면서 그 뒤에 각 모델에 걸맞게 알파벳이나 숫자를 사용하는 네이밍 전략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LG전자는 지난 2013년 ‘G2’를 출시하면서 이전 모델에서 사용하던 ‘옵티머스’라는 브랜드명을 더 이상 쓰지 않고 있다. 이후 ‘G시리즈’를 사용해오다가 지난해 10월 ‘V10’을 출시하면서 ‘V시리즈’라는 또다른 프리미엄 브랜드를 만들었다.

보급형 모델의 경우, 지난해 ‘L’이나 ‘F’같은 알파벳 이니셜을 사용했다. 그 이유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보급형 스마트폰 라인업을 대표하는 알파벳은 다른 제조사들도 사용하고 있다”며 중국 화웨이의 ‘Y시리즈’를 예로 들었다.

한편 당사자인 기아차는 LG전자의 ‘K7 네이밍’에 대해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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