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로 기사 쓰면 포털 퇴출된다?
보도자료로 기사 쓰면 포털 퇴출된다?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6.01.1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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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 ‘리라이팅’ 가능할 듯….대언론홍보 미칠 영향은

[더피알=문용필 기자] 최근 언론계의 가장 큰 이슈는 새롭게 발표된 네이버와 카카오(다음)의 뉴스제휴기준안이다. 이미 양대 포털과 뉴스제휴를 맺고 있는 언론사들은 특히 제재심사규정에 주목하고 있다. (관련기사: 한층 세진 포털뉴스 제휴기준, 쟁점이슈는?)

가장 쟁점이 되는 사항은 보도자료 인용기준이다. 기업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끼거나 노골적인 광고기사를 포털에 노출하는 것은 안된다는 것이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이하 평가위)의 방침이기 때문이다. 허남진 평가위원장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껴쓰는 것은 기자윤리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 포털사이트 다음의 보도자료 섹션. 사진: 해당 사이트 캡처.

이와 관련, 허남진 위원장은 “상식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 ‘상식적인 선’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자연히 일선 기자들이나 언론사로서는 헛갈릴 수 밖에 없는 상황. 기업이나 정부기관 등을 비롯한 취재처로부터 보도자료를 받고 이를 기사화하는 것은 일반적인 기사작성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평가위가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꼈다’는 판단을 내린다면 향후 포털과의 제휴관계가 끊어지거나 재계약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는 일. 언론으로서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또한 보도자료를 토대로 작성된 기사가 ‘정상적’ 기사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일부 소규모 언론의 경우, 평가위가 제시한 기사생산량이나 자체기사 생산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새로운 제휴기준에 따르면 일간지와 방송사는 매월 200건, 인터넷신문은 100건 이상의 기사를 생산해야 한다. 이 가운데 30% 이상은 자체 생산기사여야 한다. 취재인력이 많지 않은 중소언론사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관련기사: 질문 많은 기자들…여기저기서 손 번쩍)

Ctrl C·Ctrl V가 문제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취재처로부터 받은 보도자료에 대해 어느 정도 수정과 편집을 거친 기사는 평가위의 제재대상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포털사의 한 관계자는 “명확히 광고로 위장한 기사에 대한 제재인 것이지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기사가 제재를 받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또다른 포털사 관계자도 “보도자료를 토대로 기사를 쓰는 행위 자체는 제재할 것이 없다”며 “보도자료란 곧 취재자료인데 이것을 반영해서 기사를 쓰는 것이 당연하다. 이를 규제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기사 수를 억지로 늘리거나 광고를 목적으로 아무런 수정이나 편집없이 보도자료를 단순 복사, 붙이기해서 포털에 전송하는 경우가 제재대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케이스가 아니라면 기자들이 지금까지 해온대로 보도자료를 리라이팅(re-writing)해 기사를 작성할 경우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평가위에서 제재심사를 담당하고 있는 김병희 제 2소위 위원장도 비슷한 입장을 나타냈다. 김 위원장은 <더피알>과의 통화에서 보도자료를 정상적으로 리라이팅하는 케이스에 대해 “충분히 (평가위의) 질적평가에서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명백한 사실을 갖고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쓴 기사에 대해 뭐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 지난 7일 열린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 규정 발표 기자간담회. ⓒ뉴시스

다만 김 위원장은 “PR회사나 기업에서 보도자료를 만들어 기자에게 보내는 것은 그대로 기사화해달라는 뜻은 아니다”며 “기자가 하나도 (기사를) 쓰지않고 헤드라인도 (보도자료) 그대로 쓰는 것은 저널리즘 윤리차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특별취재팀’이나 ‘온라인뉴스팀’처럼 책임소재가 분명하지 않은 기사들도 많은데 반드시 기사에는 바이라인(기사작성자명)이 있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모니터링 피하는 편법 우려도

평가위와 포털측이 이같은 방침을 갖고 있기 때문에 향후 기업의 PR부서나 PR회사에서도 보도자료 배포 등 대언론 홍보방식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A기업 홍보팀장은 “아직까지는 일하는 방식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PR회사 대표도 “일반적인 PR업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선 PR인들은 언론생태계의 자정을 위한 평가위 측의 판단에도 충분히 공감하는 모습이다. PR회사 대표는 “영혼없는 기사들이 워낙 많지 않느냐”며 “(제재의) 실효성을 떠나 이런 것이 이야기되는 것 자체가 언론 종사자들이 창피하게 생각해야 할 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오죽하면 (평가위가) 저런 가이드라인을 정하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보도자료를 빙자한 광고를 언론사와 연결시켜주는 업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PR회사 대표는 “그야말로 광고인지 PR인지 구분이 안되도록 온라인 매체에 돈을 주고 (기사를) 몇 건 예약하는 업체들이 있다”며 “그런 업체들에게 (평가위의 조치가)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기업 홍보팀장은 새로운 제재규정에도 불구하고 이를 교묘히 피하는 광고성 기사가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사람이 일일이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모니터링을 피하기 위해 정상적인 보도자료 기사 뒤에 이상한 내용을 붙이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보도자료를 여러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 각 매체마다 다르게 배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역시 정상적인 보도자료를 기반으로 한 기사에 대해 포털이나 평가위가 문제삼을 이유는 없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A기업 홍보팀장은 “보도자료가 (언론보도에) 거의 반영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잘쓴 보도자료는 기자들이 수정하면서 오히려 더 나쁜 표현으로 바뀔 수 있다. 보도자료를 인용하는 행위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PR회사 대표도 “보도자료에 기반한 취재소스에 대해 ‘베낀다’고 표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말 그대로 이는 보도용 자료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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