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대통령이 서명운동까지 하게 됐나
어쩌다 대통령이 서명운동까지 하게 됐나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6.01.19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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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솎아보기] 쟁점법안 처리 촉구...“불편, 부적절, 위험”

박근혜 대통령이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주도하는 쟁점법안 처리 촉구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박 대통령은 18일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 설치된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1000만명 서명운동’ 부스를 찾아 서명하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열린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천만 서명운동’ 행사장을 찾아 서명하고 있다.©뉴시스

현직 대통령이 입법 촉구 운동과 같은 길거리 캠페인에 동참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원래 서명이나 청원은 약자가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한 수단으로 쓴다. 그러나 모든 정책과 정치적 수단을 활용할 수 있는 위치의 대통령이 서명운동을 벌이는 건 포퓰리즘적인 행태란 비판이 나온다.

물론 박 대통령이 서명에 참여한 심정은 이해할 수 있다. 경제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노동 개혁과 경제활성화법이 처리되지 않아 답답할 것이다. 그러나 행정부 수반으로서 정치력을 발휘해 법안을 통과시켜야지 서명운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는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주요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대통령이 국회를 압박하기 위해 길거리로 나간 것은 황당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이 입법과 아무 관련이 없는 관전자처럼 행동하는 것도 모자라 길거리 서명 운동에 나선 것은 적절한 대응이라고 하기 힘들다”며 “자칫 대중을 선동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답답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국가 원수가 장외로 나가는 현실은 불편하다”며 “길거리 서명운동보다는 야당 대표와 국회의장을 찾아가서 호소하는 것이 대통령다운 일이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대통령의 거리 서명운동 참여는 국민의 대의기관이자 입법기관인 국회를 외면한 채 국민을 상대로 직접 정치하겠다는 선언”이라며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국정 시스템을 부정하는 위험한 발상이다”라고 비판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천만 서명운동 행사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뉴시스

<주요 신문 1월 19일자 사설>

▲ 경향신문 = 국정 시스템 무시하고 직접 국민 상대하는 박 대통령 / 김무성, 정말 '친박 낙하산 공천'막을 자신 있나 / 이란 제재 해제가 미칠 경제 악영향도 고려해야

▲ 국민일보 = 인재영입 없이 총선 치르겠다는 김무성의 오만 / 반길 수 없는 유가하락 등 대외악재 관리 차질 없어야 / AIIB는 출범했는데 정부 종합대응체계 안 보인다

▲ 동아일보 = 대통령이 입법 촉구 가두서명에 나선 초유의 사태 / 창조금융 80兆에 이름표 붙여 '눈먼 돈'막아라 / '부모 될 자격 없는 어른'이 불쌍한 아이 죽음 불렀나

▲ 서울신문 = 국민의당,교섭단체 조기 구성해 국회 바꾸라 / 신성장 동력 발굴에 한국의 미래가 달렸다 / 어른의 무관심이 빚은 부천 아동학대 비극

▲ 세계일보 = 야당, '혁신'간판 내걸더니 그새 진흙탕 싸움인가 / 학교 성폭력 심각한데 교육당국은 뭐하나 / 법률시장 개방은 피할 수 없는 길이다

▲ 조선일보 = 立法 촉구 서명 운동 위해 길거리로 나간 대통령 / '선진화법'꼼수 부린 與, 그래도 20대 국회 개회 전엔 바꿔야 / 검찰, 前 정권 실세들 계좌 뒤지고도 '아무것도 아니다'라니

▲ 중앙일보 = 정치 '극혐' 부추기는 새누리당 공천 분란 / 법률시장 개방 계속 미룬다고 해결되겠나 / 창조경제 80조원 투입, 규제 완화 없인 헛일

▲ 한겨레 = 대통령이 '입법 서명운동'에 참가하다니 / 불안감 키우는 '비식별화 개인정보 선 활용' / 우리 사회의 수준 보여주는 잇단 '어린이 학대'

▲ 한국일보 = 아동학대 땜질대책 내놓고 할 일 다했다는 정부 / '창조경제'에는 신산업 규제 혀가가 더욱 급하다 / '쯔위 사건'이 일깨운 한류(韓流) 전파 환경의 복잡성

▲ 매일경제 = 총선 예비후보 37%가 전과자, 법 만들 자격 있나 / 포스코 첫 적자, 철강산업 구조조정 서둘러라 / KEB하나銀 성과주의 인사실험을 주목한다

▲ 한국경제 = 아무도 몰랐던 분양권 웃돈 과세 / 법률시장, FTA 취지에 맞게 제대로 개방하라 / 양적완화 등 7년 거품이 만들어 온 퍼펙트 스톰

조선일보는 ‘立法 촉구 서명 운동 위해 길거리로 나간 대통령’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박 대통령이 서명에 참여한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경제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노동 개혁 법안과 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는 해를 넘겼고, 테러방지법은 10년 넘게 발목 잡혀 있다”고 바라봤다.

그러나 조선은 “대통령은 민간 경제단체나 시민운동 세력과는 다른 입장에 서 있다. 행정부 수반으로서 국회와 협력해 민생·안보 문제를 직접 해결할 책임이 있는 국정의 핵심 주체다”며 “대통령이 마치 입법과 아무 관련이 없는 관전자처럼 행동하는 것도 모자라 길거리 서명 운동에 나선 것은 적절한 대응이라고 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한 “자칫 대중(大衆)을 선동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더구나 지금 입법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도 바로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이끌 때 주도적으로 만들었던 ‘국회 선진화법’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대통령이 국회를 압박하기 위해 길거리로 나간 것은 다른 민주국가에서도 전례가 드문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대통령이 입법 촉구 가두서명에 나선 초유의 사태’란 사설을 통해 “어제는 대한민국 헌정사에 기록될 만한 날이다”라는 말로 황당함을 나타냈다.

동아는 “대통령이 추운 날씨에 거리 서명까지 하는 지경이 됐으면 ‘야당 독재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대통령이 거리로 나선 것에 대해 야당 책임을 물었다.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이 등장한 이후 야당은 자신들 뜻에 맞지 않으면 법안 처리는커녕 심의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야당이 ‘법안 연계 처리’를 고집해 여당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국회법 개정안을 ‘거래’했다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일도 벌어졌다”고도 주장했다.

그럼에도 동아는 “국가원수인 대통령마저 장외(場外)로 나서는 현실은 안타깝고 불편하다. 박 대통령은 야당 탓만 하기 전에 ‘원죄’를 인정하고 아프게 반성했는지 의문이다. 길거리 서명운동보다는 야당 대표와 국회의장을 찾아 호소하는 것이 대통령다운 일이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국정 시스템 무시하고 직접 국민 상대하는 박 대통령’이란 사설에서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외면한 채 국민을 상대로 직접 정치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보며 이는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국정 시스템을 부정하는,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4·13 총선이 임박한 만큼 선거중립 위반 소지도 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대통령이 ‘입법 서명운동’에 참가하다니’란 사설에서 “과거에도 대통령과 국회가 갈등을 빚은 적은 있으나, 대통령이 ‘국민 서명운동’에 직접 참여해 포퓰리즘식으로 문제를 풀어가려고 한 적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서명운동을 벌이기 이전에 과연 얼마나 야당과 대화했는지부터 자성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야당과 단독으로 만난 건 취임 직후 단 한 차례뿐이다. 여야 지도부를 함께 만난 것도 5차례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기회 있을 때마다 야당 의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하는 미국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이렇게 국회와 대화하지 않는 대통령은 과거 군부독재 시절에도 없었다”고 쓴소리를 냈다.


기사제공 논객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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