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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부정의_브랜드1[브랜드텔링 1+1] 가성비 시대 ‘불변의 법칙’은 존재하는가

[더피알=원충렬] ‘전통적인 산업구조가 무너지고 있다.’ ‘기존 방법론이 통하지 않는다.’ ‘전통 매체의 시대가 가고 있다.’ ‘전통적인 가치관이 변화하고 있다.’

우리가 종종 쓰는 말이지 않은가? 게다가 연말연초엔 책으로, TV로, 기사로 쏟아진다. 너무 익숙하다. 돌아보자. 우린 저런 표현을 언제부터 들어왔는가?

   
무너지고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무너질 것이다. 점점 통하지 않게 됐고, 앞으로도 더욱 그럴 것이다. 시대는 가고 다음 시대가 온다. 세태가 변화함은 만고불변이다. 그 단편을 드러내고 단면을 도려내 보인다고 해서 다시금 호들갑 떨 필요는 없다. 지구가 29km/s의 속도로 공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새삼스럽게 놀랄 필요가 없듯이.

우리는 늘 변화에 몸을 싣고 살아오지 않았나? 소비자도 공급자도 세상이 빠르게 변한다는 관성만큼은 이미 충분하게 적응완료다. 브랜딩이란 개념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초기 브랜드가 중요하다는 명제가 먼저 시작됐고, 모두가 그 브랜드라는 것을 소유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시점에서 중대한 오류가 있었다. 브랜드의 진정한 소유권은 공급자가 아니라 고객에게 있을 때 효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개념적으로는 알고 있었으나 실질적인 소비자와 브랜드간의 관계라는 측면에서는 분명 놓치는 것이 많았다.

잔치는 끝났나

많은 브랜드들이 태어났다가 아무 의미 없이 사라졌다. 그 과정에서의 자기반성은 철저한 브랜드 관리로 이어졌다. 각자의 브랜드가 가지는 의미와 미래의 확장성, 현재 소비자들에게 수용돼 있는 이미지들을 제대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 아이덴티티의 중요성이 특히 강조됐다.

그리고 브랜드의 정체를 규정하고자 하는 노력이 계속됐다. 더불어 그 규정에 타이트한 관리가 붙었다. 아이덴티티에서 어긋난 상황을 엄격하게 배제하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명확하고 또렷한 하나의 상(像)을 새기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또다시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내가 밝히고 규정한 바와 실제 고객이 받아들인 브랜드와의 차이가 생겼기 때문이다. 아이덴티티와 이미지간의 간극이 의외로 쉽게 좁혀지지 않는 상황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했다. 브랜드가 의도한 바대로 고객에 수용되지 않고 확산되지도 않는 것이다. 돈은 돈대로 쏟아 붓는데도 말이다.

이 시점에 이르러 브랜드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시작된다. 실제로 근래 브랜드 혹은 브랜딩은 점차 많은 이들에게 의심의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단순한 기업의 인지도보다 ROI(투자수익률)에 기초한 각 제품의 실질적 마케팅에 집중하겠다는 전략방향성의 변화 같은 이야기들이 점점 늘어난다. 뭔가 대단히 격변하는 것 같다.

   
▲ 샤오미는 가성비로 브랜딩됐다. 사진은 샤오미 나인봇 미니.

그러나 더 깊이 들어가 보면 큰 틀은 변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브랜드는 점차 사라지는 유물 같은 개념이 아니라, 그것을 이해하는 관점이 달라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사회현상적으로는 장기불황이 브랜딩에 대한 재신임 요구의 토대가 되는 듯하다.

여기에 합리(合理)라는 가치와 정보접근성이라는 환경이 더해지면 ‘브랜드가 아닌 가성비’라는 화두가 대두된다. 물론 가성비를 중시하는 경향도 어느 시장에서나 특별히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그간 리딩 브랜드가 공고하게 쌓아온 위치의 흔들림이 더욱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요소가 됐다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합리와 정보접근성이라는 부분은 다소 왜곡된 측면이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정보에의 접근은 쉬워졌지만, 또 한편으로는 더욱 어려워졌다고도 볼 수 있다. 그 정보가 맞는 것인지, 실제로 나에게 유효한지에 대한 판단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이다.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양 자체가 너무나도 광대해졌고, 그 사이 사이에 너무나도 많은 어뷰징(Abusing) 정보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초기에 비교적 자발적 선의에 의해 정제된 정보가 쌓이는 시점이 지나고 나면, 일반 소비자가 아주 쉽게 닿을 수 있는 정보들은 이익을 추구하는 당사자들(대체로는 광고의 목적을 가진)에 의해 점령당하기 일쑤다. 바이럴은 현상이지만 마케팅의 영역이 된지 오래다.

본질은 영원히

인지심리학에서는 인지적 경제성(cognitive economy)이라는 개념을 통해 사람들이 최소한의 노력과 시간 내에 가장 적절한 만족감을 주는 결과를 추구하는 경향을 설명한다. 이는 사람들이 늘 마주하는 결과오류의 이유가 된다.

대체로 고객들은 가성비를 끝까지 추적하지 않는다. 타인의 추적 결과를 편하게 수용하거나, 여전히 본인의 경험과 기억에 의존해 빠르게 결론짓는 편향성(Bias)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왜 그럴까? 바빠서 그렇다. 세상에 제품과 유통자가 너무 많고 정보도 넘쳐나는 까닭이다. 다 보고 판단할 시간 따위는 없다.

‘정보력을 갖춘 소비자’라는 가정은 그래서 부족하다. 그렇게 스스로 믿는 소비자가 있고, 믿게 만드는 공급자들이 제한된 탐색시간을 줄다리기하며 여전히 싸우고 있을 뿐이다. 그 핵심 프로세스에 브랜드가 여전히 존재한다.

   

무인양품이나 샤오미 같은 회사도 그들이 추구하는 바를 소비자들이 수용해 결국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이 브랜드를 구매하면 대체로 좋은 가격에 좋은 품질을 소비할 수 있다는 신뢰가 형성되고, 일단 그러한 브랜드 이미지가 구축되면 이후로는 더욱 빠르고 마음 편하게 구매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

설령 그 브랜드보다 더 싸고 품질 좋은 다른 회사의 제품이 나오더라도 이미 인식상 선점된 브랜드를 쉽게 이겨내지는 못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또 한 번 정보추적과 경험축적, 확신에 이르는 프로세스를 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시간과 노력도 비용이다. 가성비라는 개념은 이러한 비용까지 포함해 이해돼야 한다.

한때 ‘불변의 법칙’이라는 이름이 붙은 전문서적이 유행했었다. 어떤 분야의 매뉴얼이자 가이드로 손색이 없을 내용들이 담겨있었겠지만, 세세한 방법론에 있어서는 지금 시대와 맞지 않는 이야기들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세상은 변했고 마케팅 환경은 더욱 복잡해졌다. 방법론도 분명 변화한다. 하지만 변화가 반드시 진화는 아닐 것이다. 어느 시대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지는 진화로만 변화의 방향이 일관된 적이 있었나.

사실 브랜딩에 있어서는 무엇이 더 진화됐다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본질은 유지되고 있다. 모든 것이 변화할 것 같을 때 필요한 것은 오히려 더욱 본질에 집착하고 자기다움을 탐구하는 것이다. 이동하라는 구호에 맞춰 같은 방향으로 남들을 따라가기만 하면 곤란하다. 지금의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환경들은 단순한 도구에 불과하다.

칼은 그저 칼일 뿐이다. 내가 어떤 요리사인지 (혹은 검투 사인지, 아니면 연필을 깎고자 하는지) 먼저 생각해보자. 그러면 맥락(레시피)이 잡힐 것이다. 그러고 나서 가장 매력적인 요리를 하면 된다. 그것이 선명하게 보이면 손님은 찾아온다. 기대가 충족되면 다시 온다. 반복되다 보면 맥락과 매력에 의해 나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 그 브랜드를 찾아 다시 손님들이 찾아오게 될 것이다. 본질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원충렬

브랜드메이저, 네이버, 스톤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 등의 회사를 거치며 10년 넘게 브랜드에 대한 고민만 계속하고 있음.

 

원충렬  thepr@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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