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느 모임에서 최경주 선수를 만났습니다. 운이 좋게도 작은 테이블에 서로 마주 보고 앉아 2시간여 식사를 하며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느 호칭을 선호하는지부터 물어 봤습니다. 최경주재단의 이사장이니 이사장님이라고 하면 어떻냐는 제의에 닭살 돋는다고 손사래를 치면서 오랫동안 정이 들어온 ‘최프로’라는 호칭이 제일 좋다고 합니다. 잘 알고 지내던 편안한 친구처럼 꼬치꼬치 물어보는 질문에도 성의껏 대답 해주는 태도에서 진정한 스타의 모습을 봤습니다. 최프로의 운명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갈렸다고 합니다. 중학교시절 역도를 했었는데 고교 1학년때 역도를 해 본 사람들 모두 나오라고 해 나가보니 12명이 나왔는데 6명씩 나눠 한 팀은 역도부, 다른 한 팀은 골프부라고 정해줘 골프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시작했다고 합니다. 연습장이 없어 해변 모래사장에서 연습을 했고 가끔 차로 3시간 거리인 광주의 골프장에서 실전 연습을 했답니다. 그래서 한타 한타를 신중에 신중을 기해 치는 버릇을 들였다고 합니다. 당시 얼마나 연습을 했는지 채를 잡은 손이 펴지지 않아 손가락 하나씩 펴서 풀어야 한 적이 많았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광주 골프장에서 라운딩 하는 최 경주 학생을 본 독지가가 서울로 전학을 권유하고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했답니다.
1997년 한국 상금왕이 되었는데 그때만 해도 한국 성적을 인정해 주지않아 PGA 투어 도전이 불가했지만 어찌어찌 운이 닿아 일본투어에서 우승하게 되고 그 성적을 기반으로 미국 PGA에 도전하게 됩니다. 미국PGA 퀄리파잉 테스트 5라운드 마지막 18홀에서 약 3미터 퍼팅이 들어가면 통과, 못 넣으면 탈락이었을 때 간절히 기도했는데 갑자기 퍼팅라이가 선명하게 보여 침착하게 퍼팅을 성공시킬 수 있었습니다. 골프중계를 보면서 한 번도 웃는 걸 못 봤다고 하자 웃는 것은 집중력을 상실하는 것이라며 PGA에서 한 인상 한다고 합니다. 보통 연습은 오전 4시간, 오후 4시간씩 하는데 반복 연습의 단조로움 때문에 시작해서 15분이 고비라고 합니다. 한라운드에서 각 샷이 성공할 확률은 18%라고 하는데 의도대로 성공하려면 샷당 1만번, 퍼팅의 경우는 2만번의 연습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연습해야만 그 이미지가 머릿속에 매뉴얼로 기억되고 상황에 맞추어 작동한다고 합니다.

“완전한 성공을 이루기 전에는…”

한국, 아시아, 미국 내 투어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시차적응 노하우를 물었더니 무조건 비행기 타기 전 하루를 현지 시각에 맞춰 생활하면 현지에 가서 적응이 쉽다고 합니다. 집중력을 위해 눈의 빠른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몸의 컨디션이 완벽하면 오버페이스가 생겨 실수를 많이 하게 되지만 몸에 이상이 있으면 그것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신중하게 되어 스코어가 더 좋아지는 경우가 많답니다. 컨디션 점검을 위해 1,2,3,5,7시간을 자보고 음식이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김치찌개, 된장찌개, 설렁탕, 계란과 토스트 등을 먹어 보고 가장 몸에 효과적인 것을 찾아 낸답니다. 성공요인은 자신에 대한 믿음, 확신과 자신감 그리고 주변의 격려와 지원이었다고 회상합니다. 지금도 미국에 처음 갔을 때 자신을 ‘잡초’에 비유하며 끊질긴 생명력을 유지해 완전한 성공을 이룰 때까지 돌아가지 않겠다는 초심을 다시금 가슴속에 촛불을 켜 되새기고 있었습니다. 그는 또 최경주재단을 운영하며 불우청소년, 지역사회, 골프 꿈나무 지원 등 나눔과 봉사에도 열심입니다. 또 한해가 가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 하기보다는, 아직 남아있는 시간들을 고마워 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 이해인의 12월 엽서에 나오는 싯귀처럼 아쉽고 서글픈 한해의 마지막 달입니다. 2011년 새해를 기대하며 내가 바라는 ‘희망’을 이루기 위해 최경주 프로의 초심처럼 도전의 닻을 올리고 한 해 동안 우정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감사카드 한 장 띄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