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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CJ 인수합병, 논란은 진행형경쟁업체들 독과점 우려…여론전 가열
  • 최연진 한국일보 산업부장
  • 승인 2016.02.0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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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 연초부터 국내 정보기술(IT) 업계를 뜨겁게 달구는 논란거리가 있다. 바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CJ오쇼핑의 CJ헬로비전 지분 53.92% 중 30%를 약 1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양사의 합병 예정 기일은 내년 4월 1일이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을 인수한 뒤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할 계획이다.

   
▲ 참여연대 간사가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CJ헬로비전 인수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렇게 되면 현재 인터넷(IP)TV 가입자 약 325만명을 갖고 있는 SK브로드밴드는 CJ헬로비전의 케이블TV 가입자 420만명을 더해 유료방송 가입자가 총 745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경쟁업체 KT의 경우 IPTV 가입자 약 640만명에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 위성 가입자 약 200만명을 합쳐 총 840만여명이지만 업체 단위로 보면 CJ헬로비전을 품은 SK브로드밴드가 단번에 시장 1위로 등극하게 된다.

SK텔레콤이 이같은 빅딜을 단행한 것은 유선시장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SK텔레콤은 그동안 이동통신시장에서 약 50%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해 왔지만 인터넷TV를 포함한 유선시장에선 KT에 밀렸다. 한때 케이블TV 업계 3위 씨앤앰 인수를 검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자기기인” vs “아전인수”

이번 인수합병이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유는 두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국내에서 통신업체가 케이블TV업체를 인수하는 것이 처음이다. 여기에 SK텔레콤은 국내 최대 이동통신업체이고 CJ헬로비전은 케이블TV 1위 업체다. 따라서 양사의 합병이 관련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상태여서 갖가지 논란이 터져 나오고 있다.

SK텔레콤은 넷플릭스처럼 거대한 글로벌 유료방송 서비스업체들이 국내에 상륙하는 만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인수합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KT, LG유플러스 등 경쟁업체들은 오히려 SK텔레콤이 이동통신과 케이블TV를 결합해 저가 상품으로 시장을 독식하면 독과점 횡포가 나타날 수 있다며 합병을 반대하고 있다.

특히 경쟁업체들은 경영진들이 돌아가며 SK텔레콤을 두들기고 있다. KT의 임헌문 매스총괄 사장은 지난해 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자기기인’(自欺欺人)에 비유했다. 스스로 믿지 않는 말과 행동으로 남까지 속이는 일이라는 뜻이다.

임 사장은 “정부의 섣부른 합병 결정은 시장 독점을 강화해 요금 인상, 통신 산업 위축 등 부작용을 불러 올 것”이라며 “SK텔레콤이 인수합병 후 5년간 5조원을 투자하겠다는데 지난 5년 간 양 사의 투자비용을 합친 액수보다 적다”고 꼬집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도 1월 중순 기자간담회를 갖고 “통신은 경쟁 구도가 정해져 있고 업체도 세 곳뿐이라 웬만해서 적자가 나지 않는 굉장히 좋은 사업”이라며 “SK텔레콤은 이번 인수를 통해 땅 짚고 헤엄치는 식으로 더 편하게 사업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유료방송 시장에서 지배력이 커져 이용료를 대폭 올릴 수 있다”며 “경제학자들에게 의뢰해 분석한 결과 합병 후 3년 내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점유율이 49.6%에서 54.8%, 초고속인터넷 점유율은 25.1%에서 40%로 급등해 시장 경쟁이 제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윤용철 SK텔레콤 PR실장이 CJ헬로비전 인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경쟁업체들이 잇따라 공격하자 SK텔레콤도 그 동안의 침묵을 깨고 1월 16일 긴급 언론브리핑을 열어 반격에 나섰다.

윤용철 SK텔레콤 홍보실장은 “현행법상 업체가 유료방송 요금을 임의로 인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요금이 오르면 가입자가 대규모 이탈할 것”이라며 “객관성이 떨어지는 분석 결과로 시장 경쟁 제한 운운하며 아전인수격 해석과 주장을 반복하는 경쟁사 행태에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반박했다.

그만큼 합병 허용을 결정해야 하는 주무부서인 미래창조과학부는 골치가 아프게 됐다. 이에 미래부는 2월 15일까지 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열어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와 논의해서 합병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정부는 특히 해외 사례들을 참고할 방침이다. 방송통신업계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된 이동통신업체 관련 M&A는 총 21건이다. 이 중 미국은 합병을 불허한 경우가 많고 유럽은 사안에 따라 승인과 불허가 엇갈렸다. 해외에서 불허한 경우는 시장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거나 M&A 이외에 다른 방법으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판단된 사례들이다.

   
▲ 3일 열린 'SKT-CJ헬로비전 인수합병 전문가 토론회'에서 김성환(왼쪽 세번째)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가 인수합병 구도를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해외서도 승인-불허 엇갈려

대표 기업이 2011년과 지난해 두 차례 M&A를 시도했다가 정부 불허로 좌초된 미 이동통신업체 티모바일이다. 미국 시장점유율 13%로 4위인 티모바일은 매년 재정이 악화돼 매각을 추진했다. 이에 이동통신 2위 AT&T와 3위 스프린트가 인수를 타진했으나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와 법무부 반독점국(DOJ) 반대로 무산됐다.

당시 FCC는 티모바일이 시장의 ‘가격파괴자’로 통신비 인하에 큰 역할을 하는 만큼 합병하면 경쟁업체 수가 줄어 독과점 우려가 있다고 봤다. 지난해 미국 케이블TV 1위 컴캐스트와 3위 타임워너케이블의 합병 시도는 시장 경쟁을 직접 제한하지 않아도 단일 업체의 세력이 너무 커질 것으로 보고 불허됐다.

반면 문제 해결 방안을 충분히 제시하거나 상호보완성을 인정받은 업체들은 조건부 승인됐다. 2014년 독일 이동통신 4위인 텔레포니카와 3위 이플러스의 M&A는 이동통신망 30%와 보유 주파수 일부를 알뜰폰(MVN0)업체와 신규 업체에 매각하는 조건으로 승인됐다.

미 AT&T와 위성방송업체 다이렉티비 합병은 AT&T의 인터넷(IP)TV 서비스 지역이 22개주 뿐이어서 전국 방송이 가능한 다이렉티비와 결합하면 상호보완성이 있다고 인정돼 지난해 정부 승인을 받았다.

관건은 양사 합병에 따른 시장 지배력의 변화다. 과연 경쟁업체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독과점에 가까운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저가의 결합상품으로 경쟁 상황을 제한할 것인가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해외 사례를 참고하더라도 양사 합병이 생각보다 시장 지배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더 나은 서비스와 더 나은 가격을 보장해 준다면 승인할 것이고, 반대로 시장 독과점 상황이 심해져 경쟁을 제한하는 요소가 된다면 불허 쪽으로 쏠리게 될 전망이다.
 

최연진 한국일보 산업부장  thepr@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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