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는 거울이다
신뢰는 거울이다
  • 강대선 (admin@the-pr.co.kr)
  • 승인 2010.12.05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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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선의 재미있는 CSR 커뮤니케이션

신뢰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믿고 의지한다는 뜻이다. 신뢰는 타인과 과거에 나누었던 직접, 간접의 어떤 교환에 기초해 타인의 행위가 나의 관심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반영할 것이라는 나의 인지적 과정, 즉 기대이다(이온죽, 2003). 신뢰는 개인 또는 조직이 상대방의 행위에 대해 끊임없이 감시를 하거나 통제를 하지 않아도 원하는 바를 위해 노력하고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다(김병섭/박흥식, 1999). 신뢰를 얻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사회생활에 참여해 타인들의 기대를 자신에 대한 평판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는 사회적 지식의 이전과 상호작용에 근거하고 있다(Luhmann, 1979). 결국 신뢰에 대한 학자들의 견해를 보면 신뢰는 인지적 과정이며 믿음 그리고 평판의 상호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신뢰는 사회적 자본
미국의 정치철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는 1995년 발간한 그의 대표작 트러스트(Trust : The social Virtues and the Creation of Prosperity)에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신뢰라고 정의했다. 이 책에서 그는 “경제적 현실을 검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한 국가의 복지와 경쟁력은 하나의 지배적인 문화와 특성, 즉 한 사회가 고유하게 지니고 있는 신뢰의 수준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이며 사회구성원들이 서로를 믿는 고신뢰 사회이면 경제적으로 번영하고 구성원들이 상대를 불신하는 저신뢰 사회이면 경제적 번영이 힘들다”고 주장했다.
한국사회의 신뢰 수준은 어떠한가? 2001년 World Value Survey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스웨덴이 6.63점, 일본이 4.32점, 미국이 3.36점을 나타내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2.73점으로 스웨덴의 절반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사회의 신뢰 수준이 낮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한국사회는 신뢰 수준이 낮은 것일까? 사회학자들은 저신뢰의 원인으로 한국사회의 역사적 특수성과 가치관의 변화를 지적한다.
먼저 역사적 특수성 측면에서 보면 민족간에 총부리를 겨누었던 6.25전쟁과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급속한 경제발전, 그리고 권위주의적인 통치시대를 겪으면서 불신이 생존을 위한 선택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이 학습을 통해 강화되면서 신뢰 보다는 불신이, 남을 믿기 보다는 믿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는 생각이 만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국가를 이끌고 있는 공공부문의 신뢰는 땅에 떨어진 수준이다. 2010년 SBS 조사에서 100점을 기준으로 경찰 43.1점, 법원 39.8점, 정부 33.5점, 검찰 33.2점, 국회는 최하위인 18.9점으로 나타났다.
사회구성원의 가치관도 급격히 변하고 있다. 서강대 나은영 교수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깨끗이 옳게 사는 게 중요한가, 풍부하게 사는 것이 중요한가’를 조사한 결과 1979년에는 깨끗하게 사는 게 중요하다는 응답이 64.2%였으나 2010에는 29.8%로 감소했고 풍요롭게 사는 게 중요하다는 응답은 1979년 35.9%에서 2010년에는 70.3%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좀 실수가 있더라도 풍요롭게 살아야 한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아지는 가치관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소통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여러가지 사회자본 중에서도 사회구성원간의 신뢰를 경제발전의 핵심요소라고 설파한 후쿠야마는 사회적 자본은 한 사회, 또는 그 특정 부분에 신뢰가 정착되었을 때 생긴다고 주장하며 사회적 자본을 획득하려면 공동체 규범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으며 같은 맥락에서 충성심, 정직, 책임감 따위의 덕목을 획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국가든 사회단체든 기업이든 각 주체는 사회와 사회의 주요 이해관계자에게 신뢰를 획득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공동체 규범에 따르는 솔선수범 정신과 공동체에 대한 충성심, 정직,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4일 제 8차 미래한국리포트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소통이 되지 않는 주요 이유가 신뢰 부족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을 신뢰할 수 있다고 응답한 국민은 28%에 불과하고 처음 만난 사람은 16%만이 신뢰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가족이나 이웃은 더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처음 만난 사람을 믿을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결국 가까운 사람들과는 터놓고 지내지만 낯선 사람은 믿지 못하는 이중적 소통행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미래한국리포트는 원활한 소통은 믿는 사회를 기대할 수 있고 믿는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제안하고 대화를 통해 국가적 과제에 대해서는 신뢰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결국 소통의 가장 큰 전제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의 신뢰와 커뮤니케이션 이슈
지난 6월 파이낸셜뉴스에서 직장인 4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신뢰지수는 100점 만점에 54.2점으로 국내 기업에 대한 신뢰는 전반적으로 낮은 것으로 집계되었다. 위험 최소화 노력은 72.3점, 글로벌 경쟁력은 54.7점, 연구개발 재투자는 53.8점, 고객이익 실천은 44.2점, 사회공헌활동은 41.4점으로 조사됐고 전반적인 신뢰도도 55.3점에 불과했다. 5대 기업신뢰 요소 중 기업 이익을 지키는 위험 최소화 노력은 높은데 반해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점수가 낮게 나온 것은 기업사회공헌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일 것이다. 기업경영에서 신뢰에 관한 주요 이슈는 대략 세가지로 구분 할 수 있다. 먼저 Governance Issue이다. 이는 기업 경영에서 의사결정의 합리성과 민주성에 관한 이슈이다. 우리나라처럼 고속성장과 압축성장의 역사를 가진 기업에서 과정과 절차의 합리성, 구성원의 민주적 합의를 거친 의사결정은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IMF 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며 동양적 Governance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두번째는 Financial Issue이다. 이것은 기업의 회계적 안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이슈이다. 주식회사 역사와 더불어 회계 안정성과 투명성은 기업 신뢰의 핵심요소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엔론사태가 발생한 이후 기업의 회계적 투명성은 흔들리게 됐고 세계적인 관심사로 부각됐다. 더구나 IT기술 발달로 인해 전세계가 거미줄처럼 연결돼 지구촌 어느 한곳의 신뢰상실이 전 지구촌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Social Responsibility Issue이다. UN Global Compact, GRI 가이드 라인, ISO26000 등 글로벌 CSR 이슈들과 각 기업이 속한 국가와 지역의 공동체적 신뢰와 책임을 강조하는 시민운동의 활성화로 인해 기업들의 Social Responsibility Issue는 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여타 이슈들보다 기업 신뢰에 대한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기업신뢰 구축 기반과 신뢰증진의 핵심요인, 그리고 신뢰회복의 지렛대인 Governance Issue, Financial Issue, Social Responsibility Issue는 기업신뢰에 대한 주요 커뮤니케이션 이슈라고 할 수 있다.기업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신뢰는 거울에 비쳐진 나의 모습처럼 타인에게 투영된 기업에 대한 전반적 평가이며 인식이다. 더구나 신뢰는 거울처럼 한번 깨지면 붙이기 어렵다는 것을 기업들은 명심해야 한다.

강 대 선

STX그룹 홍보실장

광운대 경영학과 졸업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서강대 언론대학원 석사

前 하나대투증권/SK텔레콤 근무

前 서울여성가족재단 홍보위원

前 Creative Marketing Club회장

스카이72 Marketing Consulting Committee 위원

한국PR협회 운영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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