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 문화를 얻다
스포츠에서 문화를 얻다
  • 김주호 (admin@the-pr.co.kr)
  • 승인 2010.12.0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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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호의 스포츠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월드컵 개막식이나 폐막식은 이들 스포츠 제전이 단순히 스포츠 축제가 아닌 문화와 인류애를 나누는 장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11월 광저우아시안게임 조직위는 개막식을 스타디움이 아닌 강가로 가져가 극장식 객석을 만들어 첨단 LED를 통해 입체적으로 중국인의 문화를 선보였다. 스포츠 제전의 개폐막식은 선수와 스포츠 정신, 문화, 음악, 미술, 이벤트, 방송, 첨단 기술이 함께 하는 종합 축제의 장이다. 개막식은 또한 국가 간, 선수 간 치열한 경쟁의 시작을 알리는 공간이기도 하다.
올림픽을 개최하는 국가 입장에서 보면 행사가 전세계 방송을 타고 중계돼 전세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다는 측면에서 국가를 홍보하는 최적의 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올림픽 개최 국가는 올림픽에서 개막식을 국가홍보의 핵심적 수단으로 활용한다. 그것이 지나쳐 때로는 국수주의에 흐르는 경우도 있다.

전세계 언론 집중 조명…홍보 가치 극대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은 상당히 미국적인 콘서트를 보는 느낌이었다. 새로 지어진 올림픽 스타디움은 처음부터 올림픽 후에 개조를 통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야구장으로 바뀌도록 설계됐다. 클린턴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개막식은 큰 천(샤막)에 그림자를 투영시키는 새로운 이벤트적 요소를 선보였다. 그리고 가수가 운동장 가운데 땅 속에서 부상하는 무대를 통해 등장하는 특수 장치를 활용했다. 하이라이트는 파킨스 병을 앓고 있는 프로복싱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가 거동하기 힘든 상태에서 온 몸을 떨며 마지막 성화주자로 성화대에 불을 붙이는 장면이었다. 개막식이 미국식 영웅 심리를 과시하고 팝음악이 중심이 된 할리우드적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나가노올림픽은 적어도 1990년대 이후 올림픽 개막식으로는 처음으로 낮시간에 개최됐다. 일본 냄새가 물씬 나는 전통 의상과 군무를 많이 선보였다. 무엇보다도 추운 겨울에 스모 팬티만 입은 스모 선수들의 공연이 있었는데, 스모 기술의 단체 시범과 대련 등 일본 전통 스포츠를 알리고 싶은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또 일본의 하이테크 기술적 우위를 과시하기 위해 위성을 통한 중계를 통해 동시 오케스트라 연주를 진행하기도 했다.
시드니올림픽은 아름다운 색체와 예술적 감각이 어우러진 느낌이었다. 특히 개막식은 호주의 산, 바다, 하늘을 피아노선을 통해 내려온 아이를 통해 표현했으며 수많은 말들의 군무도 인상적이었다. 개막식은 호주 역사도 함께 보여주려 했고, 호주 원주민과의 아픈 역사를 청산하는 측면의 스토리도 포함됐다. 성화도 원주민의 우상인 캐시 프리만이 물이 쏟아지는 비행접시 모양의 성화대에서 붙이는 장관을 연출했다.
솔트레이크 올림픽은 애국심과 국수주의적 냄새가 가장 강한 개막식을 연출했다. 그것은 다분히 9.11 테러 후 솔트레이크 올림픽에 대한 취소 여론이 있었던 것까지 감안하면 세계적 화합보다는 테러로 상처 받은 미국인들의 마음을 달래준다는 측면이 강했던 것 같다. 무너져버린 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에서 발견된 찢어진 성조기를 들고 나온 것. 냉전 시대 소련과 대결에서 승리한 미국 하키팀을 단체 성화 봉송 주자로 활용한 점 등이 그것이다. 개막식은 유타대학 운동장을 얼음판으로 바꿔 최초의 빙상 개막식을 개최했는데 대부분의 식전 식후 공연이 얼음판에서 이뤄졌다. 미국다운 아이디어는 개막식의 색다른 모습을 연출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나치면 국수주의로 비쳐질 수 있어
아테네 올림픽 개막식은 그리스 문화를 한껏 보여주려 막대한 역사 소품을 제작한 올림픽이었다. 한편의 역사 공부를 하는듯한 다양한 역사적 유물과 시대적 의상, 그리고 다양한 신들을 상징하는 춤이 함께 했다. 연출자는 운동장 가운데 물을 채워 에게 해를 만들기도 했으며, 물을 가뒀다 순식간에 빠지게 하는 기술은 조직위가 공들여 시공해 선보인 것이었다. 사상 최대의 203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는 스탠드 구조 속에 숨겨졌던 성화대가 움직이며 계단을 만들고, 그리로 올라간 마지막 주자가 성화대에 불을 붙이는 것이었다. 근대 올림픽 개최 108년 만에 그리스 아테네로 돌아온 성화는 폭죽 세례 속에 아테네올림픽의 불을 밝혔다.
‘열정이 살아 숨 쉬는 곳(Passion Lives Here)’이란 슬로건 속에 3만5000여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개최된 토리노 올림픽 개막식은 이탈리아 문화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조화를 보여줬다. 로마시대인 듯한 궁중행렬 속에 깃발 던지기(스판디라토리, Spandiertori) 등이 고전적 전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면, 루치아나 파바로티의 피날레 공연이나 F-1 자동차 경주의 대명사 페라리의 무대에서 자동차 회전 시범은 현대적 이태리 명물의 전형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같은 거장의 디자인적 결합이 합쳐져 최고의 무대를 선보인다.
토리노 개막식은 솔트레이크를 모방해 얼음판처럼 효과를 연출하기 위해 운동장에 대형 무대를 만들었지만 실제 공연은 롤러 블레이드로 이뤄졌다. 토리노 개막식은 비교적 세계적 화합 정신을 담으려고 했다. 존 레논의 미망인 오노 요코가 등장해 메시지를 낭독하고 남편 노래 ‘이매진(Imagine)’을 소개하면, 가수가 나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이태리를 넘어 인류의 보편성을 추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공익 추구+국격 제고에 탁월
베이징 올림픽의 개막식은 사상 최대 205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문자, 화약, 종이, 인쇄술 등 4대 중국의 문물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9만여명이 들어가는 최대 경기장에서 베이징 옛 이름인 연경의 연(燕), 즉 제비를 사람들이 군무로 연출하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운동장 가운데 바닥과 벽에 LED를 통해 대형 화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장예모가 연출했다.
올림픽 개막식은 국가원수가 단 한 줄의 개막 선언을 하는 것 이외에는 어떤 정치적 메시지를 줄 기회도 없다. 식전 공연, 선수 입장, 조직위원장 인사, IOC위원장 인사, 선수 및 심판 선서, IOC 입장 및 게양, 성화 최종 점화, 식후 공연 등이 기본적 개막식 구성요소다. 그러나 개막식은 공식적 요소 이외의 문화 공연, 첨단기술의 접합을 통해 국가홍보라는 요소와 만난다.
올림픽 자체가 그렇고 개막식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국가를 홍보하는 거대한 이벤트 공간이다. 세계의 평화, 화합, 올림픽 정신이 전제가 되지만 결국 그 나라의 전통과 독특함은 나라를 상징하는 요소가 될 수밖에 없고 그것이 조금 지나치면 국수주의적으로 비쳐질 수 있다. 그러나 여러 나라가 올림픽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을 보면 올림픽이 경제적으로는 물론 국가홍보라는 부가적 기대가치가 큰 축제임에 틀림없다. 결국 올림픽은 공익적 요소가 강하고 스포츠 정신을 앞세우지만 거대한 홍보의 장으로서 국가 이미지를 제고시키는 데 개막식이 중요한 요소임에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김주호

제일기획 마스터

(BTL캠패인팀장 ·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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