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06-25 17:37 (화)
일단 한 번 써보시라니까요!
일단 한 번 써보시라니까요!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6.02.19 10: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황기 뚫는 무료 체험 마케팅

[더피알=조성미 기자] “써보고 결정하세요.” 이 말의 바탕에는 제품이든 서비스든 일단 사용하면 자사 고객으로 만들 수 있다는 기업의 자신감이 깔려있다. 소비자 역시 돈 쓰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어 쌍수 들고 환영. 홈쇼핑에서나 봤을 법한 ‘무료 체험 마케팅’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7일 국내에 진출한 ‘넷플릭스’. 미국을 비롯한 유럽 등에서 성장해온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선두주자다. (관련기사: ‘코드커팅’ 시대, 넷플릭스의 안방사수 전략) 하지만 한국 시장은 공략하기 만만찮은 상대다. 빠른 인터넷과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에 따라 콘텐츠를 접하는 다양한 채널이 이미 있는 상황이다.

넷플릭스가 꺼내든 카드는 ‘무료 체험’이다. 지난 1월 한 달 간 신규가입자를 대상으로 1개월 무료 체험이라는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 일반 소비자를 비롯한 다수 언론들이 앞 다퉈 체험기를 쏟아내며 초기 시선 끌기에 성공했다.

벅스는 NHN엔터테인먼트의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코와 함께 월정액 서비스를 약 90% 할인된 금액에 제공하는 파격 멤버십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벅스 관계자는 “니나노 클럽은 그 동안 없던 음악 멤버십을 도입한 것”이라며 “이용자 확보 차원에서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일주일’이 주는 마법

서비스의 진입장벽을 허물어 초기 사용자 유입을 꾀하는 것에 대해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행동경제학에서 얘기하는 ‘보유효과(endowment effect)’로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일정 기간 특정 제품을 보유하게 되면 마치 나의 소유물로 느껴지게 되고, 제품에 대한 애착이 생겨 높은 가치를 부여하게 된다”며 “체험 후 반품 시엔 자신의 소유물을 잃게 된다는 생각에 효용의 감소분이 금전적 환불액보다 크게 느껴진다. 결과적으로 반품을 하지 않게 되는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서대웅 브랜드액션 대표는 소비자의 체험을 유도함으로써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을 ‘문전 걸치기 전략’으로 봤다. 서 대표는 “영업사원들이 닫히는 문에 발을 밀어 넣는 것으로 시작되는 설득의 전략 중 하나”로 비유하며, “기업에게 마음의 문을 닫으려는 고객에게 작은 부탁을 하고 그것을 시작으로 지갑까지 조금씩 열어가게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람은 태도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성향을 지녔기 때문에 일단 조그만 부탁이라도 들어주게 되면, 원래 받아들이지 않을 얘기에도 귀를 기울이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공짜 사용을 제시한다고 해서 소비자를 팬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를 제대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유형에 따른 체험기간 설정이 중요하다.

▲ 국내 스트리밍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무료 체험’ 카드를 빼든 넷플릭스.

김 교수는 우선 “제품의 속성을 탐색하는 것만으로 성능파악이 가능한 탐색재(search good) 보다는, 직접 사용해봐야 성능을 알 수 있는 경험재(experiential good)인 경우가 체험 마케팅에 효과적”이라며 “써보지 않고서는 제품의 매력을 알기 힘든 제품과 한 번 익숙해지면 그 매력에서 헤어나기 힘든 경우 효과적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체험 기간 역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서 대표는 “단순히 가격할인이나 기간연장 등으로 소구하면 정상조건으로 이용한 소비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고, 자칫 값어치 없게 비춰질 수도 있다”며 “초기 프로모션 효과와 함께 리스크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 역시 “냉장고, 세탁기 등의 기능적 제품은 괜찮지만 게임기, 인형, 장난감처럼 재미를 제공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경험적 제품인 경우에는 체험하는 동안 싫증이 나서 더 이상 쓰고 싶어지지 않을 수 있다”며 “지나치게 짧아도 효과를 보기 힘들지만 소비자가 아쉬움을 남길 수 없을 만큼 긴 무료체험 기간은 오히려 제품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적당한’ 체험 기간을 전면에 내세워 캠페인을 전개하는 사례도 있다. SK텔레콤의 통화 플랫폼 T전화는 서비스의 특장점을 코믹하게 알린 바이럴 캠페인에 이어, ‘일주일만 만져봐’란 슬로건을 내세웠다. 며칠만 사용해보면 실생활에서 서비스의 편의와 효용성을 실감, 스마트폰 유저들의 습관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구매정당화를 위한 ‘미끼’

이처럼 체험 마케팅이 속속 이뤄지는 것은 불황기 생존의 또 다른 단면으로 해석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2012년 3분기 이후 한국 내수(유통) 시장에서 업태 간 명암이 뚜렷이 갈리면서 편의점과 온라인(모바일 포함) 시장을 제외한 소매업태들이 고전하고 있다”며 “최근 대기업들까지 공짜 마케팅을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초과공급 시장에서 기존 고객들의 관심을 받고 구매를 촉진하기 위함”이라고 진단했다.

▲ ‘일주일만 만져봐’란 슬로건으로 체험마케팅을 진행한 sk텔레콤 t전화와 월정액 서비스를 약 90% 할인된 금액에 제공하는 파격 멤버십 서비스를 선보인 벅스.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선뜻 구매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소비자들에게 무료나 환불 보장 등을 미끼로 ‘실패해도 큰 탈은 없다’며 접근하는 전략인 셈이다.

“불황에는 보수적으로 소비하면서 아무래도 위험추구 성향은 감소한다”고 말하는 김지헌 교수는 “소비자들은 자신의 구매를 타인으로부터 정당성하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를 찾으려는 성향이 있는데 불황일수록 ‘이유에 근거한 선택(reason-based choice)’이라 불리는 행위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때 체험마케팅은 자신의 구매정당화를 위해 필요한 좀 더 효과적인 이유를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