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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신현일의 컨버전스토리] 소비자 관점·가치 소비로 차별화

[더피알=신현일] 요즘 같은 불황에 눈이 번쩍 뜨이는 기사가 있었다. 작년에 8배나 오른 주가로 연일 미디어에 오르내리던 한미약품 회장님이 직원들에게 1100억원 상당의 주식을 나눠줬다는 통 큰 소식이다.

직원 1인당 평균 4000만원 정도의 주식을 개인 보유고에서 지급한 것인데, 직장인들은 부러움을 느낌과 동시에 왜 그런 행운은 항상 나를 피해가나 한탄하게 된다. 그만큼 불황의 시대엔 인생 한방(?)의 요행을 더욱 간절히 기다린다.

   
▲ 정부는 지난해 10월 내수 진작과 소비 활성화를 위해 해외 블랙프라이데이를 본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열었다. 뉴시스

다른 나라 연말할인기간(블랙프라이데이)의 이름까지 빌려가며, 거기에 국가기관까지 나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국가브랜드화한다는 뉴스는 예전부터 있던 백화점 ‘연말 폭탄할인행사’의 이름을 바꿔 한방을 꿈꾸는 요행과 같은 것이다. (관련기사: 코리아그랜드세일 롯데百, 홍보내용과 달라 실망만…)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나 영국의 ‘박싱데이’는 이름에서부터 나름의 스토리와 역사가 있다. 모방은 좋으나 모방에 의한 창의가 없다는 부분이 아쉽다.

얼마나 소비심리가 얼었으면 그러겠나 싶기도 하지만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 국가는 국가다운 전략을, 기업은 기업다운 전략을 내는 게 정수일 것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돌아갈 시간이 없는 속도전의 시대에 살지만 그 돌아가라는 말은 급하면 체하거나 넘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급할수록 내려놓기

한반도가 정말 점점 따뜻해지는 것일까? 춥지 않은 겨울 탓에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이월상품이 아닌 신제품을 내놓고 진작부터 할인경쟁에 들어갔다. 반값은 기본이고 70% 이상 할인도 흔히 볼 수 있다. 소비자에겐 정말 행복한 고민일 수 있지만 기업 입장에선 브랜드 이미지와 수익성, 그 어떤 것도 긍정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나 여전히 아웃도어 브랜드간의 차이를 쉽사리 구분하긴 힘들다. 바뀌는 것이 있다면 가끔 비추는 빅모델들의 얼굴과 산을 바꿔 열심히 뛰는 광고 콘셉트다. 그래서 할머니 회장님(거트 보일·Gert boyle 컬럼비아스포츠웨어 회장)이 등장하는 컬럼비아 다운자켓의 테스티드 터프(Tested Tough) 캠페인은 눈길을 끈다.  (아래 영상 참고)

이 광고는 ‘완벽하지만 더 잘 만들도록 하라(It’s perfect, Now make it better)‘는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면서도 위트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스타마케팅 위주의 아웃도어브랜드 중 단연 눈에 띄는 브랜드 캠페인이 아닌가 싶다. 

미국 2위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Patagonia)는 유명한 일화를 갖고 있다. 암벽등반을 즐기는 파타고니아 창업자인 이본슈나드가 등산 중 암벽 사이에 균열이 생긴 걸 발견했다. 원인이 암벽등반용 쇠못인 ‘피톤’이란 걸 깨달은 그는 바로 피톤 제조를 중단시켰다. 대신 암벽 홈 사이에 끼워 사용하는 알루미늄 초크를 만들어 건강한 등산 캠페인을 펼쳤다는 이야기다.

파타고니아는 소비자에게 우리 제품을 사지 말라고 한다. 순기능의 디마케팅(DeMarketing, 전체 또는 특정 고객의 수요를 일시적 혹은 영구적으로 감퇴시키고자 펼치는 마케팅활동)을 구현하는 대표적 기업이다. 

   
▲ 파타고니아의 ‘우리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 캠페인 포스터.

자사 제품을 덜 사게 하기 위해 이베이(eBay)와 파트너십까지 맺고 소비자들이 새 옷을 사는 대신 헌옷(Used One)을 손쉽게 교환할 수 있는 채널도 활짝 열어 놓았다. 어쩌면 정상적이지 않은 기업이다.

대부분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데 사지 말고 고쳐 쓰거나 교환하라니… 파타고니아의 이런 노력 덕에 직접 재판매·재구매 된 헌옷으로 소비자들의 손에 약 6억원의 돈이 돌아갔다고 한다.

그리고 파타고니아는 앞서 언급한 블랙프라이데이의 무분별한 소비·낭비 문화를 비판하고자 2011년 <뉴욕타임스>에 황당하고도 재미있는 광고를 게재했다. ‘우리 재킷을 사지 마세요. (Don’t Buy This Jacket)’ 캠페인이다. 자사 최고의 인기 아이템을 제발 사지 말라고 애원하면서 덧붙인 친절한 설명은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첫째, 이 점퍼를 만들기 위해 135리터의 물이 소비된다. 이는 45명이 하루 3컵씩 마실 수 있는 양이다.
둘째, 이 제품의 60%는 재활용해 생산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20파운드의 탄소배출이 이뤄졌는데 이는 완제품무게의 24배나 되는 양이다.
셋째, 이 제품은 완성품의 3분의 2만큼 쓰레기를 남긴다.

그러면서 마지막에는 ‘60%가 재활용된 이 폴리에스테르 점퍼는 최고의 퀄리티를 보장하며 그 어떤 제품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때문에 오래 입어도 새 옷 같은 상태를 유지할 것이며 도저히 못 입겠다 싶으면 다시 새 옷처럼 재활용하는 걸 우리가 도울 것이다. 그러니, 여러분에게 꼭 필요하지 않은 이 옷을 새로 구매하지 말아주세요.(Don't buy what you don't need)’라고 덧붙인다.

이어 파타고니아는 2013년에 ‘WornWear(낡아빠진 옷)’라는 의미 있는 캠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해당 캠페인 메시지는 ‘Better than New(새 것보다 나은)’로 새 상품보다 오래 동안 간직해 온 파타고니아의 제품이 더욱 가치 있다는 취지였다.

고객들은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오래된 파타고니아 제품들과 함께 한 사진들을 블로그에 올렸고 서로 공유했다. 1살도 채 되지 않은 아들과 함께 파타고니아 재킷을 입고 등산하는 아버지의 사진과 그 아버지의 재킷을 성인이 된 아들이 물려 입고 등산하는 사진이 나란히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 저 아래에서 뜨끈한 무언가가 올라오는 기분이다.

   
▲ CJ푸드빌 뚜레쥬르가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착한빵 캠페인’ 포스터.
앞서 언급한 파타고니아의 행보로 고객들은 파타고니아의 브랜드 가치, 그리고 그 제품에 대한 강력한 충성심을 갖게 된다. 소비자에게 가격할인이나 이벤트, 모델이미지 등으로 승부하는 것은 어쩌면 단기전에는 유용할 수 있다.

디지털 환경이 도래해 채널이 많아지고 소비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는데 바로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이다. 그 가치가 제품의 가치일수도 있지만 그보다 선행되는 것이 기업이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해야 하는 역할에 대한 고민과 성찰의 메시지다.

거창할 수 있지만 그 메시지는 단순할 수 있으며 단순해야만 한다. 파타고니아의 가치제안도 간단하다. 지구와 함께 살자는 것이다. 이런 ‘성찰’이 불황의 폭풍에도 좀 더 강한 내성으로 견고한 방패막을 세우는데 꼭 필요한 요소라 생각한다.

어려울수록 나누기

이미 유통업계는 차가워진 소비심리에 불을 지피기 위해 1년 내내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소비가 전처럼 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여러 행사와 마케팅 활동으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할 점은 우리의 경제상황은 낮아졌어도 소비자들의 의식수준은 많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나에게 1+1을 제공하는 것도 즐겁지만 남에게 나의 하나를 나눠주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는 마케팅이 된다.
 
CJ푸드빌 뚜레쥬르가 시행 중인 ‘착한빵 캠페인’은 착한빵이 2개 팔릴 때마다 보육시설에 착한빵 1개를 기부하는 사회공헌활동이다. 아웃도어 브랜드인 네파는 작은 선행을 지속해서 실천한 사람을 하루에 한 명씩 찾아 ‘따뜻한 패딩’ 대상자로 선정, 감사의 뜻으로 패딩을 전달하는 ‘따뜻한 세상’ 캠페인을 지난해 진행한 바 있다. (관련기사: 마음 온도를 높이는 사람 이야기)

추운 계절인데 가뜩이나 경제까지 어려워 바깥 온도보다 마음의 온도가 더 낮아지는 요즘이다. 소비자들의 마음의 온도를 높이는 것이야말로 불황의 얼음도 녹일 수 있는 정공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신현일  thepr@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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