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상사’vs‘그리고 상사’
‘그러나 상사’vs‘그리고 상사’
  • 최환규 (admin@the-pr.co.kr)
  • 승인 2010.12.05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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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규의 갈등 코치

필자가 교육생에게 잘 사용하는 작업 중 하나는 종이컵을 이용한 창의적 활동이다. “지금 눈 앞에 종이컵이 있다고 가정하고 종이컵을 활용해 만들거나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가능한 많이 적어보세요”라고 주문한다. 과연 몇 가지나 적을 수 있을까? 대부분은 10가지를 넘기지 못하고 포기한다. 반면 욕조, 세면대 등 조금 황당하게 보일 수도 있는 활용법을 보여주면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아!”하고 탄성을 지른다. 교육생들이 종이컵 용도를 생각보다 적게 적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종이컵 용도를 적을 때 자신의 과거 경험을 토대로 했기 때문이다. 종이컵을 다양하게 활용해본 사람이거나 사고 틀이 유연한 사람은 여러 가지를 적을 수 있지만 경험 내에서만 해결책을 찾으려는 사람이거나 경직된 사고 틀을 가진 경우에는 활용 범위가 제한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행동은 업무에도 영향을 미친다. 직장에서 업무 회의를 하면 “참신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소리를 상사로부터 흔히 듣게 된다. 상사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신입사원이 상사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고 약간은 엉뚱한 아이디어를 내놓게 되면 주변 선배나 동료들이 일제히 신입사원을 향해 “그 아이디어가 현실적이라고 생각해?” “그런 아이디어는 이미 다 해 본거야” 혹은 “그런 생각은 친구끼리 놀러 갈 때나 해”라는 핀잔을 듣게 된다.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말했는데, 칭찬을 하기는커녕 면박을 줘 다음에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먹이 찾는 법 가르쳐 주지 않는 어미 새
물론 아이디어의 실용성을 냉정하게 검토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현실성에 대한 검토가 지나치면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우리는 흔히 자신의 머릿 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말로 표현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내 말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혹시 참으로 바보 같다고 핀잔이라도 듣지 않을까?’ 등의 걱정과 두려움을 떨쳐 버리고 용기 내어 말을 했는데 상대방이 “그것도 아이디어라고 말하는 건가?”라고 반응하면 더 이상 자신의 아이디어를 말할 용기가 나지 않고 두려움을 갖게 된다. 이런 경험이 몇 차례 반복되면 ‘그래, 아무리 말해봤자 소용없어. 나만 바보가 될 텐데 조용히 있자’라는 생각을 한다.
이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흔히 택하는 방법은 ‘기다림’이다. ‘어차피 내가 말해봤자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니까 그냥 기다리고 있다 부장님이 결정을 내리면 그대로 하는 게 제일 속 편해’라고 생각하면서 더 이상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게 된다. 이런 부하의 모습을 보는 부장은 속이 터져 ‘아이고 답답해. 아무리 기회를 줘 봤자 결과는 똑같으니 다음부턴 내가 그냥 결정해야지’라고 결심하고는 자신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부하에게 지시하게 된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상사는 더욱 일방적으로 지시하게 되고 부하는 무조건 상사가 시키는 대로 하는 수동적인 사람이 된다. 이것은 먹이 찾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는 어미 새와 같은 경우이다. 새끼에게 먹이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느니 내가 찾아다 먹이는 것이 더 속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부장의 경우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주도성, 자발성과는 거리가 먼 의존적인 관계가 고착되는 것이다.
이런 관계는 상사에게도 부하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약 새끼 새가 스스로 움직여 먹이를 먹지 않고 어미 새가 먹여줄 때만을 기다린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새끼 몸집이 커지면서 어미 새가 물어다 줘야 하는 먹이 양도 점점 더 커져 어느 순간 어미 새가 감당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어미 새도 새끼 새도 모두 불행한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결국 부하가 수동적이 되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고, 이런 부하와 함께 일하는 상사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도대체 어디까지 내가 해 줘야 하지?’라는 생각과 함께 지치게 되고 어느 순간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되는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사항에 대해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리더의 역할’이고 또 다른 하나는 ‘조직원과의 관계’이다. 일반적으로 조직에서는 직급이 높은 사람을 리더라고 하지만 리더십을 발휘해 성과를 높이는 것과 직급과의 관계는 별개의 문제다.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집단 활동에 참여하게 하는 역할’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보면 부하를 수동적으로 만드는 부장은 리더로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부하의 아이디어를 존중하고 인정해줘야
다음은 조직원과의 관계를 살펴보자. 상사가 부하에게 업무를 지시할 때 성공을 경험했던 자신의 방법을 부하에게 요구하게 된다. 자신이 경험하지도 익숙하지도 않은 방법으로 업무를 해야 하는 부하는 마음 속으로 두려움을 느끼고 긴장하게 되는데, 긴장이 크면 클수록 실수도 많아지고 성과는 오히려 떨어지게 돼 자신감을 잃게 되고 상사로부터 질책을 받게 되는 악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조직에서 갈등을 만들어 내는 주요 원인이 된다.
부하의 업무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부하에게 익숙한 방법으로 업무를 할 수 있고 부하가 안전하고 편안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심리적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 안에서 문제의 답을 찾게 된다. 이렇게 탐색 작업을 하는 도중에 상사로부터 자신이 낸 아이디어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게 되면 부하는 도중에 포기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상사는 부하의 아이디어에 대해 ‘해결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장애물’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부하의 노력을 좌절시킨 것이다.
따라서 상사는 부하가 좌절하지 않고 끈질기게 문제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응원할 필요가 있다. 즉, 상사는 부하의 아이디어에 대해 ‘어떻게 하면 이 아이디어를 활용할 수 있을까?’ ‘이 아이디어를 가치있게 만드는 방법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것이 상사가 할 수 있는 생산적인 역할인 것이다. 부하의 아이디어에 대해 비판하지 않고 좀 더 나은 아이디어로 만들기 위해서는 부하가 말하는 아이디어에 대해 ‘그리고’라는 접속사를 사용해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를 사용하게 되면 비록 엉뚱하거나 허접스럽게 보이는 아이디어라도 여러 사람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보태지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브레인 스토밍의 원리인 것이다. 이렇게 부하의 아이디어를 존중하게 되면 부하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마음에서 마음껏 아이디어를 내놓게 되고 이런 과정 속에서 가치있는 아이디어가 쌓여 가게 된다. 부하 직원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업무에 임하게 되면 성과 또한 높아지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부하가 능력을 발휘하면 할수록 부하의 성과가 높아지고 이런 부하와 함께 하는 리더 역시 주변으로부터 역량 있는 리더로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부하가 가장 신나게 일할 때는 상사나 동료로부터 ‘인정’을 받을 때다. 상사로부터 자신의 의견이 부정당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때 부하는 자신이 인정을 받는다고 느낀다. 따라서 상사와 부하는 경쟁자가 아닌 함께 목표를 공유하는 파트너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서로를 인정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바란다.

● 최환규 코칭엔진 대표

coaching365@naver.com


고려대/

고려대 일반대학원/

가톨릭대 상담심리대학원/

일본 Kyoei System Bureau/

한국액션러닝협회 인증코치/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국제코치협회(ICF) 인증코치(A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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