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중국과 실리 못찾는 외교
무례한 중국과 실리 못찾는 외교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6.02.25 10: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설솎아보기] “사드, 결국 美-中 협상용?”

미국의 사드 한반도 배치를 둘러싸고 한·중 관계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중국의 거듭된 우려에도 한·미 양국이 논의를 구체화하자 중국 정부는 급기야 ‘한·중 관계 파탄’과 사실상의 군사 위협까지 하고 나섰다.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는 23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만나 “양국 관계를 오늘날처럼 발전시킨 노력들이 사드 문제 때문에 순식간에 파괴될 수 있다”며 “사드 배치로 인해 군비경쟁을 초래할 경우 한국의 안전이 보장되는지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발언은 사드가 중국 입장에서 중대한 안보 위협임을 강조하고, 국내 반대 여론을 부추기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외교관이 주재국 야당 대표를 만나 정부와 국민을 위협하는 발언을 내놓은 것은 심각한 외교적 결례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은 23일 워싱턴에서 회담을 갖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논의와 관련해 ‘중대한 진전’을 이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중국은 북한 비핵화 협상과 평화협정 논의를 병행할 것을 미국에 공식 제안했고,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응한다면 궁극적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린 문제임에도 정작 한국은 빼놓고 미중 회담에서 한반도 문제가 결정나는 건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관계 파탄을 말하는 중국의 사드 간섭은 도를 넘었고, 미국과 중국에 주도권을 넘겨준 박근혜 ‘한반도 외교’ 역시 재점검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고, 물밑에서 미국과 함께 북한 평화협정 체결 등을 논의하는 데 정작 한국은 손을 놓고 있다”면서 “냉혹한 국제 정치의 게임에서 우리의 이익을 어떻게 지킬지, 또한 한국외교에 전략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 미국 존 케리 국무장관(오른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서로 마주보며 웃고 있다. ap/뉴시스

<주요 신문 25일자 사설>

▲ 경향신문 = 국회가 토론의 전당임을 증명한 야당의 필리버스터 / '참수작전' 대 '청와대 타격', 남북 협박전 중단하라 / 박근혜 정부 3년 치적 자랑 부끄럽지 않나

▲ 국민일보 = 야당의 필리버스터 최선인지 의문이다 / 관계 파탄 운운하는 중국의 사드 간섭 도 넘었다 / 가계 빚 1200조원 시대 주도면밀한 대책 세워야

▲ 동아일보 = 野, 평생 야당하려고 테러방지법 막는 필리버스터 하나 / 사드는 결국 美-中 협상용이란 말인가 / 가계부채 1207兆, 空約된 '빚 감축' 대선공약

▲ 서울신문 = 박 대통령 남은 2년, 개혁 완수에 올인해야 / 中 대사의 협박성 발언 주권침해다 / 상생 의미 확인한 동네빵집 보호 정책

▲ 세계일보 = 사드 배치는 한국 안보 위한 것…중국 반대 가당찮다 / 테러방지법이 필리버스터에 막혀서는 안 돼 / 대통령이 취임 4년차 맞아 책상 내리치는 경제현실

▲ 조선일보 = 더민주 현역 10명 물갈이, 상습적 막말 의원은 왜 빠졌나 / 국회 혐오 키우는 필리버스터, 그래도 與가 정치력 발휘하라 / '세월호 교실' 방치하는 이재정 교육감 어쩌자는 건가

▲ 중앙일보 = 더민주 컷오프 시대정신 반영했다 / 중국대사의 무례, 한국외교에 전략이 있는가 / 가계부채 급증 방관하며 구조개혁 외치나

▲ 한겨레 = 미ㆍ중에 주도권 넘겨준 박근혜 '한반도 외교' /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철회하고 재협상하라 / 가계소득 2% 늘 때 11.2%나 늘어난 가계부채

▲ 한국일보 = 野 필리버스터 복병 만난 테러방지법 처리 / 한도 넘어선 주한 중국 대사의 외교 망언 / 사상 최대 가계부채, 정밀 대응이 긴요해졌다

▲ 매일경제 = 北 청와대 타격 운운하는데 野 필리버스터 제정신인가 / 고용률 위주의 정책전환 노동개혁에 성패 달렸다 / 브렉시트 리스크 덮친 금융시장 국제공조 강화를

▲ 한국경제 = 노조 기득권 혁파해야 과소 고용 해소된다 / 국민연금을 정치에 끌어들이지 말라는 文 이사장의 고언 / 北은 靑 타격 협박하는데 테러방지법도 못 만드는 국회

중앙일보는 ‘중국대사의 무례, 한국외교에 전략이 있는가’란 제목의 사설에서 “한·중 관계에 ‘파괴’ 운운의 이야기가 나왔다. 주한 중국대사 추궈훙에 의해서다. 추 대사는 김종인 대표를 만나 사드 도입이 실현되면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한 노력이 순식간에 파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이어 “대사가 자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건 당연하지만 이번 발언은 도가 지나쳤다. 한·중 관계 파괴를 언급한 것은 아무리 선의로 해석하려 해도 내정 간섭으로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20여 년 넘게 쌓아온 한·중 우호에 대한 중국의 진의를 의심케 한다. 적어도 중국 외교부 차원의 해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앙은 그러나 “이와 함께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중국이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데 우리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5시간여 만에 쫓기듯이 사드 배치 협의를 개시하겠다고 발표했어야 했느냐는 점이다. 사드 배치는 주권 국가의 자위권적 조치로 중국이 시비 걸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중국의 협력이 필요한 시점에서 미국이 중국을 설득하기도 전에 우리가 먼저 기정사실화한 것은 전략적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관계 파탄 운운하는 중국의 사드 간섭 도 넘었다’란 사설을 통해 “추 대사는 ‘사드 배치는 냉전식 대결과 군비경쟁을 초래해 긴장과 불안을 고조시키는 악순환을 가져올 것’이라며 ‘이런 국면이 닥치더라도 과연 한국의 안전이 보장되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도저히 외교관의 발언이라고 할 수 없는 협박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추 대사는 자신의 발언을 언론에 공개해도 좋다고 했다고 한다. 작심하고 한 말이라는 뜻이다.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로 중국 정부가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 중국은 사드 배치를 문제 삼기 전에 북한이 위험한 불장난을 하지 못하도록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는 게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사드는 결국 美-中 협상용이란 말인가’란 사설에서 “미국과 중국이 23일 워싱턴에서 만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논의와 관련해 ‘중대한 진전’을 이뤘다고 발표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동아는 “미중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왕이 외교부장은 사드 체계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떤 행위도 없어야 한다’는 말로 한반도 배치 반대를 분명히 했다. 중국이 대북 제재 강화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미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보류하는 식의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케리 장관은 아직 사드 배치가 결정되지 않았다며 ‘우리는 사드 배치에 초조해하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 7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직후 ‘사드와 대북 제재는 별개’라며 한국과 사드 배치를 일사천리로 추진하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태도다”라고 지적했다.

동아는 “한국이 자위권 차원에서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결정한 사드가 미중 강대국의 협상용으로 이용된다면 참담한 일이다.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린 문제임에도 정작 한국이 빠진 채 미중 고공 회담에서 결정이 내려지는 데도 찬성할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한겨레는 ‘미·중에 주도권 넘겨준 박근혜 ‘한반도 외교’’란 사설에서 “미중 회담에서 미국은 ‘비핵화만 되면 사드를 배치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충분히 배치를 유보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 문제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우리의 자위적 조치로 우리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결정할 사항’이라고 장담하던 정부의 설명이 초라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어 “미·중 회담 결과에서 보듯이 박근혜 정부의 외교는 전략적이지도 실리적이지도 못하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노선을 수정해 한반도 문제의 주인이 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제공 논객닷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