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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랑 된 치폴레의 홍보전략, 돌파구는 어디에?
부메랑 된 치폴레의 홍보전략, 돌파구는 어디에?
  • 임준수 시러큐스대 교수 micropr@gmail.com
  • 승인 2016.03.08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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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수의 캠페인 디코딩] 명예와 오명 안긴 ‘허수아비 광고’
※ 이 칼럼은 2회에 걸쳐 게재됩니다.

① 치폴레 사태로 보는 ‘진정성’의 양면
② 부메랑 된 치폴레의 홍보전략, 돌파구는 어디에?

[더피알=임준수] 미국에서 십여년 간 무서운 성장곡선을 그린 체인 음식점 치폴레(Chipotle) 는 지난해 불거진 식중독 사태로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진정성(integrity)이 담긴 음식’이라는 기업 철학과 호평 받은 캠페인 전략, 홍보 메시지 등도 비난거리로 돌변했다. (관련기사: 치폴레 사태로 보는 ‘진정성’의 양면)

식중독 사태 이전에도 치폴레가 선보인 ‘허수아비 광고’는 논란을 낳았다. 칸 국제광고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지만 동종업계로부턴 강한 저항을 받았다. 해당 광고에서 치폴레는 자신들은 진정성을 가지고 음식을 파는 양심적 업체이고, 다른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유전자변형생물을 사용해 음식을 만드는 비양심적 기업인 것처럼 암시한다. 당연히 적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아래 영상 참고)

아니나 다를까 패스트푸트 업체들과 정육업체, 술·담배 제조업체 등 소비자 건강을 해치는 대부분 기업의 후원으로 창립된 ‘소비자 자유를 위한 센터’에서는 수차례에 걸쳐 언론을 통해 ‘안티 치폴레’ 광고를 내보냈다.

치폴레를 비판하는 또다른 사람들은 “유전자변형을 가하지 않은 재료만을 사용해 요리한다”는 치폴레의 홍보 메시지에 대해서도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며 집단소송에 들어갔다. 치폴레가 메뉴에 GMO 제품을 절대 쓰지 않는다고 명기하고 ‘G-M-Over-It’이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나, 유전자 변형 콩과 옥수수를 먹고 자란 동물에서 나온 고기와 치즈 등을 팔고 있다는 것이다.

소송을 당하자 치폴레는 성명을 내고 “우리가 파는 음료수는 GMO 재료를 포함하고 있으며, 요리에 사용하는 고기는 GMO 사료로 키워졌다는 점을 늘 분명하게 밝혀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예외적 조항들은 눈에 띄지 않는 홈페이지 구석에 적어놓고, ‘G-M-Over it’ 같은 홍보 카피나 ‘NON-GMO 재료만을 사용해 요리한다’는 문구는 크게 부각시켜 비판을 불렀다.

미국의 농장주, 목장주, 양계·양돈업자들은 치폴레의 브랜드 이미지 광고에서 묘사되는 미국의 농장과 목장의 현실을 매우 못마땅하게 바라봤다. 한때 치폴레 CEO인 스티브 엘스를 자신들의 목장에 초청해서 자신들이 어떻게 채소와 가축을 재배하는지를 보여주고 이야기를 나누려고 시도했지만 거절당하기도 했다. 이들을 불편하게 만든 첫 번째 광고는 2011년 나온 ‘백 투 더 스타트’였다. (아래 영상 참고)

LA마케팅 회사 크리에이티브 아트 에이전시(CAA)에서 제작한 이 광고는 배경 음악만으로도 언론의 관심과 소셜미디어상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애니메이션에 사용된 음악이 콜드플레이의 노래 ‘더 사이언티스트(The Scientist)’를 개사한 것이고, 노래는 유명 컨트리 가수 윌리 넬슨이 불렀기 때문이다.

치폴레는 이 브랜드 영상을 극장 영화 시작 전 광고로 먼저 내보냈고, 2012년 2월 그래미 시상식에서는 전체 2분 분량을 편집 없이 내보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광고는 윌리 넬슨의 ‘더 사이언티스트’가 애절하게 흐르는 가운데 공장형 농장에서 돼지, 소, 닭들을 사육하고 고기로 가공해 팔던 한 축산업자가 양심의 가책 끝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는 결심을 하고 동물들을 초원에 풀어 기르기로 결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이렇게 친환경적으로 키운 고기를 치폴레 트럭이 와서 가져가는 ‘기승전-치폴레’의 결말이 감동을 반감시키긴 해도 수준급 브랜드 이미지 광고로 평가된다.

성공한 브랜드 광고의 ‘명과 암’

긍정적 반응을 얻은 치폴레는 2013년 9월 ‘허수아비’라는 제목의 3분20초짜리 단편 애니메이션 광고를 유튜브를 통해 발표했다.

2011년 ‘백 투 더 스타트’로 칸 국제광고제의 브랜드콘텐츠 부문에서 그랑프리의 영예를 안은 CAA와 치폴레의 PR회사 에델만이 공동 기획하고 아카데미상을 받았던 멀티플랫폼 스토리텔링 프로덕션 문봇(Moonbot)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작품이다. 이 광고 역시 배경음악이 강렬하고 인상적이다. ‘윌리웡카와 초콜릿공장’에 삽입됐던 ‘순수한 상상력(Pure Imagination)’을 피오나 애플이 다소 슬픈 곡조로 부른다.

순수한 상상력을 음악으로 깐 이유는 광고에서 묘사한 장면들이 현실이 아닌 ‘순수한 상상’이라고 방어막을 치기 위해서라고 생각된다. 로봇까마귀가 소와 돼지를 키우는 공장형 축사 같은 설정은 그저 상상일 뿐이라고 말하려는 것이다.

작품의 제작노트에는 이 설정이 상상임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마주할 현실임을 일깨워주려 한다고 적혀 있다. 즉 우리가 먹는 음식들이 대형 공장형 축사의 끔찍한 환경에서 대량 생산, 예쁘게 포장돼 착한 가격에 팔린다고 해도 결국은 우리들의 삶과 환경, 그리고 공중들의 건강을 해친다는 것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 치폴레는 ‘진정성(integrity)이 담긴 음식’을 기업철학으로 내세우며 gmo 제품을 절대 쓰지 않는다는 캠페인을 펼쳤다.

그런데 이 애니메이션에 묘사된 구체적 장면들을 보면 순수한 상상이라기보다는 현실 풍자라는 것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예를 들어 요즘 미국 식품매장에서 닭과 계란을 사려고 포장을 보면 ‘모두 자연산(All Natural)’이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마케팅 술수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아직도 이런 문구를 보고 안전한 제품이라며 사 먹는 사람이 많다.

허수아비 광고에서는 거대한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혀 나오는 ‘100% 쇠고기 같은(100% Beef-ish)’ 제품을 견학하고 우울해하는 허수아비를 로봇까마귀가 ‘모두 자연산’ 닭과 달걀이 생산되는 곳으로 안내한다. 그러나 그곳 역시 성장호르몬을 투입해 닭을 순식간에 부풀게 한다는 점을 안 허수아비가 또 한 번 실망하는 장면이 나온다.

‘미 농무부 인증 유기농(USDA Oranic)’ 심벌이 붙어 있지 않으면 이제 달걀 사 먹기도 두려운 시대에 살고 있지만 비용 문제로 차선을 택하는 사람들에게 ‘자연에서 키운’ 혹은 ‘100% 자연산’ 등과 같은 문구는 심리적 안정을 준다. 양돈·앙계·축산업자들도 이런 문구를 넣어야만 제품이 팔리는 것을 알고 있기에, 광고에서처럼 ‘모두 자연산’의 실체를 폭로하는 순간 업자들은 적잖게 당황할 수밖에 없다.

‘백 투 더 스타트’와 ‘허수아비’에 쏟아졌던 찬사는 금세 사라지고 시장과 여론이 어느새 적대적으로 바뀌는 것을 목격하며, 다시금 평판이나 명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물거품 같은가를 느끼게 된다. 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치폴레는 ‘백 투 더 스타트’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출발점은 역시 공중의 건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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