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KDI, 경제 진단 온도차
대통령-KDI, 경제 진단 온도차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6.03.0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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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솎아보기] “나쁘지 않아” vs “성장세 둔화”...현실 동떨어진 인식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발표한 ‘3월 경제동향’을 통해 “최근 주요 지표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경고했다.

KDI가 ‘경기 둔화’라는 표현을 쓴 것은 작년 1월 이후 14개월 만이다. 메르스 우려가 높았던 지난해 7월에도 KDI는 “성장세가 약화됐다”는 정도에 그쳤다. 비관적 전망에 소극적인 국책연구기관마저 공식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실제로 1월 설비투자지수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5.5%로 떨어졌다. 지난달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6%에 그쳐 금융위기가 진행 중이던 2009년 4월 이후 가장 낮았다. 공장 가동률이 80%를 넘어야 경제가 정상적으로 돌아간다고 보면 심각한 수치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상장기업 현금배당 현황은 전년보다 기업수가 8.2% 늘고, 배당금 총액은 28.8% 증가했다. 경기불안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안하고 현금을 비축해두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7일 박근혜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대외 여건이 어려운 가운데도 경제 상황이 당초 소비절벽이나 고용절벽을 걱정했던 것만큼 나쁘지는 않은 수준”이라고 ‘경제 낙관론’을 폈다. 국민의 경제 불안 심리를 달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경제인식이란 지적이 나온다.

주요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투자부진→가동률 하락→매출·고용 감소→소비 위축→경기 침체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침체한 소비를 활성화하는 처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조개혁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투자 확대를 유도하더라도 소비가 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며 “소비하기 좋은 여건을 조성하고 박 대통령은 선거용 낙관론을 펼 것이 아니라 비상 경제 관리에 돌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난달 1일 인천항이 수출입 물량 부족으로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주요 신문 3월 8일자 사설>

▲ 경향신문 = 안철수, 새누리당 개헌선 저지엔 관심 없나 / 연합훈련 시작한 한ㆍ미, 한반도 위기관리 필요하다 / 경기 침체 심화시키는 기업 투자 축소

▲ 동아일보 = 이한구는 '청와대 공천' 믿고 물갈이 밀어붙이나 / "성장세 둔화" KDI 선언과 딴판인 대통령의 경제낙관론 / 교수 철밥통 위해 수강권 사고파는 대학이 정상인가

▲ 서울신문 = 여야, 쟁점 법안 '결자해지' 책임 다해야 / 사상 최대 한ㆍ미 훈련, 北 도발 대비에도 만전을 / 소청委 온정주의 버려야 복지부동 잡는다

▲ 세계일보 = 자중지란 국민의당 그새 창당 정신 잊었나 / '중구난방' 청년 고용대책…컨트롤타워부터 세워라 / 강의까지 사고파는 부끄러운 상아탑

▲ 조선일보 = 김종인 대표, '운동권黨 청산' 말 그만하고 행동하라 / 대기업發 불황 中企ㆍ자영업 숨통 조이기 시작했다 / 한 권이라도 책 읽은 사람이 65%밖에 안 된다니

▲ 중앙일보 = 알파고의 도전, 인공지능 산업 발전의 전기 돼야 / 중국 경제의 새 길 '공급측 개혁'을 공략하자 / '새누리당 여론조사' 문항ㆍ기법 공개하라

▲ 한겨레 = 통신 제조ㆍ서비스업에도 그늘 드리우는 테러방지법 / 어이없다 못해 참담한 대통령의 경제 인식 / 미래세대인 청년들이 선거의 주인공이다

▲ 한국일보 = 야권의 이전투구, 무얼 위한 것인가 / 복지부동 공무원 퇴출, 공직혁신 출발점 삼기를 / 총선 앞두고 집단 목소리 내기 시작한 청년세대

▲ 매일경제 = 기술혁신 강조하는 中國 구조조정에 적극 대응하라 / 또 고개든 총선 포퓰리즘 결국 유권자가 심판해야 / 중구난방 청년일자리 정책 실효성 있게 정리하길

▲ 한국경제 = 과감한 개방으로 부산이 다시 비상하고 있다 / "경제법안은 왜 외면하십니까?"라는 질문, 야당은 듣고 있나 / 마이너스 금리 위험성 경고한 BIS

동아일보는 ‘“성장세 둔화” KDI 선언과 딴판인 대통령의 경제낙관론’이란 사설에서 “KDI는 7일 ‘국내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경기 하강을 ‘우려’한데서 성큼 나아가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공식 선언한 것이다. 국책 기관이 이런 판단을 내놨다는 것은 정부에 요란한 경고음을 울린 것과 다름없다”고 전했다.

이어 “같은 날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 상황이 당초 소비절벽이나 고용절벽을 걱정했던 것만큼 나쁘지는 않은 수준’이라고 느닷없이 경제 낙관론을 폈다. ‘재정 조기집행 등의 정책효과가 본격화하면 경기 개선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KDI 분석과는 정반대의 발언까지 했다”고 꼬집었다.

동아는 “이 같은 발언은 국민의 경제 불안 심리를 달래기 위한 대통령의 배려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수출과 국내총투자율 등 10개 경제지표에 일제히 적신호가 켜지는 등 구조적 장기침체에 빠졌다는 6일 전경련 보고서와도 동떨어진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안보와 경제가 동시에 위기를 맞은 비상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불과 두 달도 안 돼 대통령의 경제인식이 위기에서 낙관으로 바뀐 이유가 총선에서의 경제 심판론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한겨레 역시 ‘어이없다 못해 참담한 대통령의 경제 인식’란 사설을 통해 “박 대통령은 경제 낙관론의 근거로 ‘수출은 1월보다 감소폭이 줄어들었고, 고용도 청년층 고용률 증가와 함께 전체 취업자 수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박 대통령의 경제 인식은 너무 안이할뿐더러 우리 경제가 맞닥뜨린 어려움을 이해하고나 있는지 심히 걱정스럽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하루가 멀다 하고 잿빛 통계들이 쏟아지고 있다. 생산과 소비, 투자는 물론 수출과 고용 등 어느 것 하나 긍정적 신호라곤 찾아보기 힘들다. 무엇보다 가계소득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다 보니 사람들은 소비를 늘리려 하지 않는다. 1200조원을 훌쩍 넘긴 가계부채는 소비 여력을 짓누르고 있다. 대통령의 판단은 현실과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고 꼬집었다.

조선일보는 ‘대기업發 불황 中企·자영업 숨통 조이기 시작했다’란 사설에서 “6일 전경련이 수출·생산·소비 등 10대 경제지표가 죄다 마이너스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수출은 14개월째 줄고 있고 30대 기업 매출도 1년6개월 내리 줄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4%까지 떨어져 2009년 금융 위기 때보다도 낮다”고 전했다.

이어 “세계 경기 침체로 주력 업종을 선도해온 대기업들이 부진에 빠진 것이 원인이다. 모든 지표는 경제 상황이 위기 국면에 접어들었으며 정부와 재계가 기업 구조조정과 산업 재편을 서둘러야 한다는 경고음을 울려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중소기업과 자영업 종사자의 상황이 심각하다. 지금이라도 이들을 지원하는 교육 프로그램과 사업 자금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경기 침체 심화시키는 기업 투자 축소’란 사설을 통해 “이런 상황에서 4대 구조개혁만 추진하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정부의 외침은 공허하게 들린다. 악순환 고리를 끊으려면 침체한 소비를 활성화하는 처방이 필요하다. 이제라도 정부는 국민의 소득수준을 향상시키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사제공 논객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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