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번트 리더십’으로 PR산업 이끌겠다”
“‘서번트 리더십’으로 PR산업 이끌겠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6.03.0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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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한국PR기업협회 회장단 인터뷰

[더피알=강미혜 기자] 주변 표현을 빌리자면 삼고초려 끝에 세 번째로 직(職)을 맡게 됐다고. ‘디지털 이미그런트’이기에 ‘디지털 네이티브’에 가까운 젊은 피들과 함께 변화를 이끌겠다는 포부다. 숫자가 부재한 국내 PR산업 현황 파악에도 두 팔을 걷어붙였다.

한국PR기업협회(KPRCA) 회장으로 선출된 신성인 KPR 사장과 연구교육분과위원장을 맡은 조현일 드림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대외협력분과위원장인 김태연 모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를 만나 올해 계획과 업계 동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 한국pr기업협회 회장으로 선출된 신성인 kpr 대표이사 사장. 사진=이윤주 기자

세 번째로 협회 회장직에 오르셨습니다. 각오나 소감이 남다를 것 같아요.

신성인 회장(이하 신)  요즘은 모든 게 디지털로 가는데 저는 디지털 네이티브가 아니라 디지털 이미그런트(immigrant) 세대잖아요.(웃음) 루키와 같은 신인의 마음과 자세로 노력하려 합니다. 협회 회장은 2004년과 2008년에 이어 8년 만에 다시 맡았는데요, 돌아보면 지난 20~30년간 국내 PR산업은 참 많이 성장했습니다. 이제는 질적으로도 한 단계 더 도약할 때입니다. ‘체인지 포 더 베러(change for the better)’를 모토로 변화를 꾀하는 한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올해도 PR업계가 어렵다는 말들이 많습니다. 특히 클라이언트인 기업이 광고·마케팅 예산을 줄이면서 찬바람이 부는데, 어떤가요?

 어려운 곳이 있는 반면 안정적으로 비즈니스를 꾸려가며 성장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제가 몸담은 KPR만 해도 올 1월 수치를 놓고 보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상승했어요. 실제 고객이나 서비스 영역이 확대된 회사는 매출이나 직원수 등에서 계속 성장세예요. 저는 오히려 PR업이 기회를 맞고 있다고 봅니다. 이전엔 오프라인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온·오프라인 통합으로 더 많은 것들을 소화하잖습니까. 한편에선 디지털 서비스를 요구하고, 영상 콘텐츠의 중요성도 커지는 등 PR회사의 역할과 영역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조현일 위원장(이하 조)  좋은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에 대해 가지치기가 이뤄지는 상황 같아요. 경기가 어렵다 보니 고객사들은 안정을 추구하고 자연스레 모험을 하기보다 검증된 회사들을 찾는 거죠. 상대적으로 신생회사들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봐요. 업계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태연 위원장(이하 김)  공공부문을 제외하면 예년에 비해 비딩 건수가 현저히 줄어든 건 사실이에요. 주변을 봐도 업력이 짧은 회사들은 IMF 때만큼 어렵다고 합니다. 긴축·위기경영에서 최고 단계가 발령됐다고 봐도 무방할 듯해요.

최근 PR업계에서 주목할 만한 흐름은 뭐가 있을까요?

▲ 한국pr기업협회 대외협력분과위원장을 맡은 김태연 모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사진=이윤주 기자

 광고업계에서 PR업계로 이동하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전통매체 광고물량을 크게 줄이고 그 예산을 온라인으로 돌리면서 나타나는 변화예요. 온라인 영상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시리즈로 만들거나, 짧게 소비되는 스낵컬처 형태가 선호돼요. 영상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갖춘 PR회사들이 그 물량들을 많이 흡수하고 있습니다.

 식품, 제약을 중심으로 글로벌PR 수요가 본격화하고 있어요. 특히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큰데요, 작년에 할까 말까 저울질하던 기업들이 올 들어 중국 진출을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내수경기가 워낙 어렵다 보니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발휘된 거죠.

협회 회원사 이슈이기도 한데 최근 PR회사 간 M&A가 많았습니다. 몸집을 키워 역량을 강화하는 취지지만, 달리 보면 단독으로 버티기 힘든 탓에 꺼내든 카드로 생각됩니다.

 고객사들이 원스톱 솔루션을 원해요.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온·오프 통합서비스를 요구합니다. 모든 걸 한 회사에서 다 소화하긴 쉽지 않아요. 그러다보니 각자 전문성과 장점을 갖춘 회사들이 M&A로 시너지 효과를 내려는 겁니다.

 저는 좀 다른 견해인 게 같은 제품이라도 브랜드를 따지잖아요. 일선 마케팅 담당자들도 그렇습니다. 경쟁 비딩 결과에서 큰 차이가 없으면 규모 있는 회사를 선호해요. 무조건 큰 회사를 택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 관행 때문에 상생 차원에서 힘을 합치는 경우도 많을 듯합니다.

 오랫동안 준비한 비딩인데 오리엔테이션 전날 취소 통보를 받은 적이 있어요. 갑자기 BTL팀이 있는 PR회사를 대상으로 하라는 지시가 내려오면서 변경된 거였어요. 심지어 실무단에서 프로세스를 밟아 확정된 결과를 대표이사 맘대로 최종 단계에서 바꾸기도 합니다. 실력과 서비스 품질이 외형으로부터 나오는 건 아닌데 말이죠.

지난해 공공부문 턴키 홍보와 관련, 기획기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몇몇 회사가 ‘홍보대행사’란 이름을 달고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습니다. “돈 주고 신문에 기사 내는 일이 PR이냐”는 세간의 비판도 뒤따랐는데요. 협회에서 선을 그어줘야 하지 않을까요?

 편집권은 전적으로 언론사에 있습니다. 당연히 기사화 여부도 언론이 판단하는 겁니다. 어떻게 PR회사가 기사 게재, 건수, 비용 등을 산정해 사전에 개런티 할 수 있습니까? 그건 정상적인 PR이 아니죠. 협회 윤리강령에도 ‘특정 언론의 기사 보도와 구체적인 결과 보장 등의 상행위는 언론 고유 권한에 위배됨으로 일체 삼간다’고 명시돼있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언론보도를 개런티하는 건 PR이 아니며, 협회 윤리강령에도 어긋납니다. 그런 업체는 저희 회원사가 아니며, 될 수도 없습니다.

▲ 한국pr기업협회 연구교육분과위원장을 맡은 조현일 드림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사진=이윤주 기자

 공공입찰공고를 보면 예산 얼마에 어떤 식의 홍보활동을 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나와 있는데, 그런 과제지시서가 PR업과 맞다고 생각하세요? 절대 아닙니다. PR은 사람과 마인드가 중요해요. 사전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RFP(사업계획서)부터 정교하게 짜고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그런데 공공쪽 담당자들은 이런 업의 특징을 너무 몰라요. 작년 말에도 ‘OO·OO·OO일보 중 한 매체 3회 시리즈 기사 업체 선정, 내용은 이것, 예산 2000만원’ 식의 입찰공고가 떴어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얘기하는 PR활동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조만간 학회에서 공공분야 홍보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하는데 협회 쪽으로 어떤 식의 입찰, 홍보활동이 좋은지 설명해달라고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이런 기회들을 통해 잘못된 관행을 조금씩 개선시켜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협회 얘기로 돌아가서, 올해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듣기엔 국내 PR산업 현황 파악을 위한 조사를 하신다고요.

 광고산업과 달리 PR산업은 데이터가 없던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정기조사를 통해 현황 파악에 나서려 합니다. PR회사 개요, 연매출, 직원수, 주요 서비스, 클라이언트, 최근 업계 변화, 올해 전망 등이 다 포함될 예정인데요. 개별 회사의 세부적인 수치보다는 국내 PR산업의 전반적인 규모를 파악하고, 문제점을 개선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그리는 취지라고 보면 됩니다. 3월 조사를 시작해 5월에 마무리하고 내부 검토 후 오는 6월쯤 결과를 발표할 계획입니다.

조사 자체도 의미 있지만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PR회사들이 얼마나 참여하느냐가 관건일 것 같아요.

 그 점을 고려해 외부기관에 조사를 맡기기로 했습니다.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와 협력할 계획이에요. 일단은 KPRCA 소속 회원사 위주로 진행하면서 바깥으로 다니며 다른 PR회사들의 협조를 구할 생각입니다.

분야별 중점 사업은 무엇입니까?

 교육 분야는 실무 중심의 커리큘럼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연 6~7회 클래스를 12회로 늘리고 참석 인원도 50명에서 70명으로 조정했어요. 이벤트성이 아니라 회원사들의 실질적인 고민을 해결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습니다. 좋은 주제와 강사를 선정해 PR인 역량 강화에 힘쓰겠습니다.

 대외협력 분야는 ‘양보다 질’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매달 진행하던 사장단 모임을 연 6회로 줄여 참석률을 높이면서 네트워크 형성과 배움, 교류 등을 모두 만족시키려 합니다. 커뮤니케이션 트렌드의 이해를 높이고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전문가나 명사를 초청하고, 인재 확보 차원에서 각 학회와 손잡고 서로 윈윈하는 방안도 마련하려고요.

 온라인은 정민아 민커뮤니케이션 대표가 수고해주시는데, 이 자리에 참석 못한 관계로 대신 말씀 전하면 우선 협회 홈페이지를 개편합니다. ‘회원사 소개’ 란과 채용코너가 눈에 띄도록 변화를 줄 계획입니다. 또한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채용소식이나 회원사 동정은 물론 요일별 테마를 구성해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주려 합니다.

▲ 한국pr기업협회 정기 사장단 모임 모습. kprca 제공

1년 단위로 협회 운영위원이 바뀌어 연속성을 갖고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그래서 올해 협회정관을 ‘회장단 임기는 1년으로 하되 연임할 수 있다’로 개정했습니다. 전엔 ‘연임’이 없었어요. 봉사를 오래하는 데 따른 부담도 있겠지만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지속성이 필요한 경우도 있으니까요. ‘서번트 리더십’을 충분히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웃음)

수년 째 협회 회원수가 정체돼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급변하면서 PR과 마케팅, 광고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데, 가입 요건이나 자격 등을 바꿔 외연을 확장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현재는 PR을 주 업종으로 하는 회사, PR윤리를 잘 지키는 회사들에 회원 자격을 부여하고 있는데요. 커뮤니케이션 영역이 타 분야와 융합되는 만큼 회원사들의 컨센서스를 모아 논의해보겠습니다.

▲ 신성인 회장.

PR업을 규정하고 전문성을 나타내는 데 있어 ‘홍보대행사’란 용어도 걸림돌이란 지적이 있습니다. 얼마 전 학회에서도 PR 관련 용어정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고요.

 보통 전문 집단에는 컨설턴시(consultancy), 어소시에이션(association), 펌(firm) 등의 단어가 따라붙는데요. 우리말로 표현하면 PR전문회사가 적절하다고 봅니다. PR업에 대한 합의된 용어 사용이나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려면 업계와 학계, 종사자들이 계속해서 공론화해야겠죠. 이 점에 있어선 더피알의 역할도 크다고 봐요.

 올해로 PR업에 20년째 몸담고 있는데요, PR펌이나 PR컨설팅 등의 용어를 쓰면 꼭 부연설명을 하게 돼요. 그러다 보니 쉬운 말로 홍보대행사라고 소개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이 업의 정체성과 저희 역할을 제대로 나타내려면 PR이란 용어를 꼭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자유롭게 해주세요.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이 ‘광고홍보→노출→인지도→선호도→이미지→이익’에서 지금은 ‘가치→체감→관계→평판→신뢰→광고홍보’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박기철 경성대 교수가 하신 말씀인데 PR인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인용한다고 사전에 허락받고 왔습니다.(웃음) PR도 지속 성장하려면 가치를 더하는 비즈니스가 돼야 합니다. 올해 협회 회장이 됐으니 업계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PR이란 주제를 놓고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과 매체가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반갑습니다. 앞으로 학계, 미디어, 업계 종사자 등이 함께 모여 PR 발전을 위한 일들을 함께 도모하면 좋겠습니다. PR일을 하는, 하려는 사람들이 정말 전문가라는 자긍심과 소신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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