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일기 논란’ 나이키가 얻은 것, 잃은 것
‘욱일기 논란’ 나이키가 얻은 것, 잃은 것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6.03.1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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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례 간과한 뒤늦은 조치…제품 판매 올랐어도 브랜드 이미지 생채기

[더피알=안선혜 기자]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귀향’이 누적 관객수 270만을 넘어섰고, 청년 윤동주 시인의 이야기를 담은 ‘동주’는 1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일제강점기를 살아간 이들의 아픔을 스크린에 담아낸 두 영화가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극장가 풍경이 무색하게 한쪽에선 일본 제국주의 상징인 욱일기를 모티브로 한 제품이 완판 기록을 세우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졌다.

▲ 욱일기를 모티브로 한 에어조던12 레트로 더마스터. 출처=나이키 홈페이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내놓은 에어조던 시리즈 12번째가 그에 해당한다. 지난달 27일 전 세계 동시 발매된 ‘에어조던12 레트로 더마스터(Retro the Master)’는 욱일기를 본뜬 디자인으로 국내에도 한정판으로 출시됐다.

에어조던 시리즈는 미국의 전설적인 농구스타 마이클 조던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농구화 브랜드로, 나이키는 매년 새로운 디자인으로 출시하거나 과거 시리즈를 리뉴얼해 내놓는다.

12번째 시리즈는 1996년 첫 선을 보였는데 욱일기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9년과 2013년에도 특유의 햇살 문양 때문에 욱일기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실제 나이키는 2013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에어조던12에 대해 “욱일기와 드레스 부츠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리뉴얼 모델은 기존 것에서 색상만을 검정으로 바꾼 것이다.

해당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온라인상에서는 “한국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라는 질타가 터져 나왔고 일부에선 불매운동 여론까지 조성됐다.

▲ 나이키의 욱일기 논란을 보도한 채널a 방송 화면.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는 와중에도 나이키는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다가 뒤늦은 9일에야 “최근 조던12와 관련해 민감한 부분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며 “나이키코리아는 향후 국내에서 조던12 제품 판매를 중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나이키의 이같은 대응을 두고 아쉬움의 목소리를 전한다. 조던12 시리즈는 과거에도 욱일기 논란으로 국내에서 불매운동이 일어난 ‘전례’가 있기에 충분히 관리 가능한 이슈였다는 것.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는 “한국에는 아예 출시하지 않는 게 더 좋았을 것”이라며 “사전 필터링을 통해 (미국 본사에) 문제를 제기했더라도 나이키코리아의 목소리가 잘 안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국내에서는 욱일기가 독일 나치 문양과 진배없이 받아들여지지만, 서구권에서는 그 온도를 보다 낮게 인식하는 데서 오는 딜레마라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나이키의 브랜드 이미지도 생채기를 입게 됐다. 최장순 엘레멘트 공동대표는 “제품 판매가 올라간다고 브랜드 가치가 제고되지는 않는다”며 “(욱일기라는) 부정 연상 이미지가 추가됐기에 국내 시장에서는 이로울 게 없다”고 말했다.

‘마케팅 근시안(Marketing myopia)’에 빠져 단기 세일즈에만 치중하고 장기적 브랜드 관리에서 리스크를 안게 될 가능성에 대한 염려다.

최 대표는 그러면서 “로컬 시장에 대한 이해나 문화적 코드 분석이 덜 됐다”며 “과거 불거졌던 논란을 다시 상기시키면서 약해져 가는 부정 연상 이미지를 다시 인출시킨 것”이라고 봤다.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적 문화와 정서코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구설에 오른 사례는 종종 있어왔다.

지난 2014년 한국 진출을 앞둔 상황에서 이케아는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세계지도를 판매해 국내에서 공분을 일으켰다.(관련기사: 이케아 향한 소셜 호감도 급락) 구글 역시 맵(map) 서비스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했다가 논란이 일자 일본 계정에서는 일본해로, 국내 계정에서는 동해로 변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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