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왜 언론에 ‘빨간펜’을 들었나
20대는 왜 언론에 ‘빨간펜’을 들었나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6.03.2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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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기사’ 거침없이 첨삭지도...“미디어가 공정하지 않다는 반증”

[더피알=이윤주 기자] 언론의 역할 중 하나는 사실을 밝혀 널리 알리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인 ‘기레기’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언론에 대한 사회 불신이 깊다.

언론을 소재로 한 영화 ‘스포트라이트’와 관련해 가장 많이 추천을 받은 댓글 중 하나는 이러한 시각을 대변한다. ‘한국은 왜 이런 영화를 못 만들까? 이런 언론인들이 없으니깐!’

언론을 향한 강한 불신의 시선은 20대도 예외는 아니다. 급기야 기성언론이 쏟아내는 말에 공감하기 어렵다며 직접 ‘빨간펜’을 꺼내들었다. 자신들이 만드는 미디어를 통해 ‘문제적 기사’를 거침없이 비판하고 ‘첨삭지도’에 나섰다.

▲ 범죄 사건은 가해자로 기억되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미스핏츠의 '늬우스 빨간펜1'. 사진=미스핏츠 페이스북

20대가 만드는 인터넷 매체 <미스핏츠>는 비정기적으로 ‘늬우스 빨간펜’이라는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기성언론이 내놓은 기사 몇 개를 선정, 이 중 잘못됐다고 판단하는 부분을 과감하게 수정해 보여주는 형식이다.

이에 따라 ‘초등생 2명 꼬드겨 ‘몹쓸 짓’ 대학생 중형…신상공개 면제’(머니투데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몹쓸 짓’이라는 표현을 ‘강간’으로, ‘중형’은 ‘징역 4년’으로 각각 바꿨다. 강간은 강간일 뿐 몹쓸 짓이 아니며 기자 마음대로 중형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미스핏츠의 견해다.

또한 ‘교제 거절한 썸녀 집에 인분 테러한 찌질남’(연합뉴스)이란 제목의 기사는 ‘교제 거절한 상대 집에 인분 테러한 남성’으로 수정했다. ‘지질하다’의 사전적 정의가 ‘보잘 것 없고 변하지 못하다’라는 점을 들어 범죄자를 ‘찌질이’로 축소하지 말라는 당부다. 교제를 거절했다는데 ‘썸녀’가 될 수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 미스핏츠 '늬우스 빨간펜2'. 출처=미스핏츠 페이스북

이와 관련, 이수련 미스핏츠 대표는 “범죄를 서술할 때 여성만 대상화되는 부분에 대해 비판하려 했다”며 “처음 시도했을 때 SNS상에서 공유수도 높았고 기사 소재도 끊이지 않아 활용할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전했다.

20대 독립 언론 <고함20>은 언론에 유감을 표한다는 뜻의 ‘#언론유감’ 코너를 개설해 시즌4를 이어나가고 있다. 한 주간 쏟아진 기사 중 20대들에 대한 왜곡된 정보와 편견 등이 담긴 것을 파헤치고 지적하겠다는 취지다.

▲ <고함20>은 언론에 유감을 표한다는 뜻의 ‘#언론유감’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엄마가 안 가르친 밥상머리 예절…부장님이 나섰다’라는 2월 13일자 <조선일보> 사회면 기사를 도마 위에 올렸다.

신문은 이 기사에서 “예절 교육을 놓고 기업들이 고민에 빠졌다. 예전에는 가정 교육을 통해 자연스레 익히던 기본 예의를 갖추지 못하고 입사하는 20대 중반~30대 초반 신세대 직원들이 많아지면서다”며 “이른바 ‘오피스 예절 교육’, 아이 키우듯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야 한다는 의미에서 ‘오피스 육아’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고함20은 “이 모든 문제가 가정에서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반론을 폈다. 

“‘당신이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당신의 가정문제 때문이야’라는 말처럼 들린다”고 말하며 “이제는 네 탓에서 가정 탓까지 한다는 생각도 든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아랫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히 맞춰야 한다는 점도 인간적으로 평등해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20대 미디어가 자기 시각을 갖고 기성언론을 향해 쓴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현재 미디어(보도)가 공정하지 않다는 반증”이라며 “젊은이들 관점에서는 기성세대 중심으로 쓴 편파적인 내용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정한다’는 것은 해당 내용이 틀렸다는 것을 전제한 것이다. 이는 20대 독자들에게 문제의식을 갖도록 하며 현재 보도하고 있는 내용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식하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김찬석 청주대 광고홍보학 교수의 경우 “온라인 미디어 시대에 뉴스에 대한 사회적 공론이 다양화되는 과정”이라고 바라봤다.

김 교수는 “이러한 현상의 긍‧부정적인 영향보다 우선적으로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며 “영향력이 센 언론의 기사 프레임 중심이었던 것과 다르게 불특정 다수가 참여할 수 있는 ‘개성 중심’ 미디어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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