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사 비자금 파문, 광고업계 불똥튈라
J사 비자금 파문, 광고업계 불똥튈라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6.03.2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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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자 줄구속 이어 추가 비리 혐의…“가뜩이나 광고시장 어려운데” 파장 예의주시

[더피알=강미혜 기자] 외국계 광고회사 J사의 비자금 조성에 따른 관련자 구속 소식에 광고계가 연일 술렁이고 있다.

광고주와 대행사 간 ‘밀월관계’에 따른 유례 없는 줄구속에 이어, 금융업체 임원에게도 뒷돈을 건넨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확산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는 j사 대표 김모씨가 지난 9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22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KT&G와 거래하며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J사가 금융업체 L사 부회장에게 수억원대 뒷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J사 대표 김모씨 등 3명은 광고주에 대금을 과다 청구하거나 하청업체와의 거래 단가를 부풀리는 식으로 10억원대 비자금을 만든 혐의로 구속돼 큰 파장을 일으켰다.

J사로부터 억대 금품·접대를 받은 KT&G 마케팅본부 팀장급 김모씨도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됐으며, 국내 광고회사 A사 대표 권모씨도 비슷한 방법으로 30억원 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종사자들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다”고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억, 수백억원의 대금을 다루는 광고업의 특성 때문에 가능한 것 아니었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광고계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톱배우를 기용해 TV광고를 제작한다고 했을 때 모델비가 10억원이라 해도 실상은 5~6억원일 수 있다. 배우 이미지 관리를 위해 모델료를 높게 얘기해달라고 기획사 측에서 요청하는 일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광고주가 연간 광고비를 100억원으로 책정했다고 가정하면, 정확하게 나가는 돈인 매체 집행비를 제외하곤 제작 단계나 대대행 업체들에 하청주는 과정에서 세이브(save) 할 수 있는 금액들이 생긴다”며 “얼마든지 (예산을) 유용하기 쉬운 구조”라고 말했다.

광고업계 다른 관계자도 “매체 집행비가 들어가지 않는 대형 이벤트나 오프라인 프로모션 등에 있어서도 비용을 부풀려 산정할 수 있다. 나머지 돈을 ‘킵(keep)’ 하는 게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다”고 귀띔했다.

▲ 광고주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j사 수사결과에 업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뉴시스

또다른 관계자는 “광고회사 속성상 비자금 등을 챙겨 관리할 순 있다”고 보면서도 “일반적이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웬만한 회사들이라면 그런 리스크를 안을 이유가 없고, 설령 누군가가 못된 마음을 먹더라도 감사 시스템이 잘 돼 있어 쉽지 않다. 이번 건은 (광고주) 내부 담당자와 얽혔기에 가능한, 대단히 특수한 사례”고 말했다.

광고계는 이번 J사 파동이 경기침체 장기화와 매체환경 변화로 가뜩이나 광고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부정적 영향을 끼치진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러면서도 업계의 구조적 관행이 아닌, 개인의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된 이슈라는 점을 들어 확대해석에는 선을 긋는 분위기다.

한 중견 광고인은 “국내 광고계에서 이런 비리 혐의가 불거진 게 거의 처음인 것 같다”면서 “불미스러운 사건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업계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 편견이나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정확한 사실관계는 수사가 끝나봐야 알지 않겠느냐”고 말을 아끼면서도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업계 내 자정노력이나 윤리경영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 같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한편, KT&G 측은 이번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더피알>과의 통화에서 “실무자인 팀장만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며 “(수사) 결과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J사의 글로벌 본사는 김모씨의 대표직 사임서를 승인, 관계당국의 수사에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일요신문>이 보도했다.

J사는 1997년 토종 광고회사로 출발해 지난 2001년 다국적 광고회사와 합병했다. 외형은 ‘외국계’로 포지셔닝돼 있지만 내부 시스템 등을 고려하면 한국 광고회사에 가깝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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