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폭행, 비리…‘위기관리 사각지대’ 놓인 중견·중소기업
갑질, 폭행, 비리…‘위기관리 사각지대’ 놓인 중견·중소기업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6.03.2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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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 이슈 대형 위기로…잇단 헛발질로 경험부재 여실히 드러내

#. 대장균과 식중독균 등이 검출된 떡볶이를 멀쩡한 제품으로 속여 판매한 송학식품은 “대장균 검출 제품을 지방자치단체 통보에 따라 전량 수거·폐기했고 유통시킨 사실이 없다”고 허위로 사과문을 올렸다가 거짓임이 들통 나 곤혹을 치렀다.

#. 금복주는 결혼을 앞둔 여직원에게 회사를 관두라고 압박했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사과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여직원에 대한 사과는 한 마디도 언급돼 있지 않고, 향후 법적 소송에 대비한 문서만을 해당 직원에게 보내면서 비판을 키웠다.

#. 운전기사에게 상습 폭언과 폭행을 가한 김만식 전 몽고식품 명예회장은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다가 다소 뒤늦게 사과해 진정성 논란을 낳았다. 대국민 사과까지 했지만 여론에 등떠밀려 억지로 한 모양새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 유아용 물티슈 시장 1위 업체인 몽드드는 대표가 마약 복용 및 차량 절도·도주 등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서 대형 위기를 맞았다. 당시 회사는 “사실 확인이 불가능하다”며 대표가 사퇴했다는 입장만을 전했고 매출 급락은 막을 수 없었다.

▲ 결혼 여성 퇴사를 강요한 금복주 관련 언론 보도. sbs 뉴스 화면 캡처.

[더피알=안선혜 기자] 최근 중소·중견기업들이 잇달아 위기 상황에 직면하며 경영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이슈 발생시 미숙한 대응이 되레 위기를 키우며 ‘관리의 사각지대’를 고스란히 나타내고 있다.

위기에 대비한 원칙과 프로세스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데다 경험, 인력, 자원 등이 부족한 데서 오는 실책이 많다.

앞서 언급한 몽고식품의 경우 김 전 명예회장의 사퇴 방침 등을 담은 사과문을 언론보도 후 이틀이 지나서야 홈페이지에 게재했으나, 정작 피해를 입은 기사에게는 사과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당시 김 전 회장 측은 언론의 취재 요청에 자신의 아내를 대신 바꿔줬는가 하면, 회사 측도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 시민단체 대표가 몽고식품 창원공장 정문 입구에서 김만식 몽고식품 전 명예회장의 운전기사 폭행 및 폭언을 비판하는 1인 시위를 하는 모습. 뉴시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듯한 사진이 자사 경기서부지사 페이스북에 올라와 곤혹을 치른 네네치킨은 무려 4차례에 걸쳐 사과문을 게재했다.

본사 측에서 문제의 사진을 삭제하는 조치는 빨랐지만, ‘서민 대통령과 서민 치킨이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인터넷 상에 떠도는 사진을 사용해 제작했다’는 해명과 구구절절한 설명을 덧붙여 2차, 3차로 이슈가 재생산됐다. (관련기사: ‘일베논란’ 네네치킨, 남일 아니다)

이처럼 위기 상황에 처한 중소·중견기업들은 법과 여론 사이에서 법무적 판단만을 내려 거센 역풍을 맞기도 하고, 미숙한 대응 메시지로 곤궁에 처하는 광경이 종종 벌어진다.

전문가들은 중소·중견기업들의 미흡한 위기관리는 결국 경험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각 그룹사나 대기업들의 경우 다양한 이슈들에 노출되면서 위기관리 시스템을 발전시켜왔지만,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내부 역량과 ‘맷집’을 키울 만한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는 “대기업들은 앞서 경험해 보고 여러 이해관계자 투자 등을 통해 (위기관리 역량이) 딴딴해졌는데, 중소·중견기업들은 대개 창사 이래 처음 위기상황을 맞다보니 대응과정에서 허점을 바로 드러낸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변화한 미디어 환경이 이슈 발생시 주목도나 사회적 파급력을 키우고 있다.

정 대표는 “자극적으로 다루기 좋은 소재가 온라인·소셜 채널을 타고 퍼져나가면서 오프라인으로까지 전이되는 추세”라며 “과거에는 메이저 매체들이 중소·중견기업에서 발생한 일들에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온라인에서 특정 사안이 이슈화되면 이를 크게 다루는 일이 많아졌다”고 현황을 전했다.

▲ 지난 2011년 10월 이윤재 피죤 회장이 임원 청부폭행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달라진 사회 분위기에 발맞추지 못하는 오너 경영자들의 마인드도 위기를 발생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몽고식품 회장의 운전기사 폭행이나 과거 피죤 이윤재 회장의 임원 청부폭행 등의 사건은 조직 내 오랜 관행이나 잘못된 문화를 엿보게 했다.

이들 중소·중견기업의 관리되지 않는 위기는 경영에 크나큰 타격을 준다는 점에서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소규모 회사일수록 들끓는 여론에다 불매운동 등의 움직임이 더해지면 버텨낼 여력이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실제 대장균 떡볶이 파동으로 홍역을 앓았던 송학식품은 지난해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회장의 청부폭행과 배임·횡령 혐의로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피죤은 한 때 50%에 육박했던 시장점유율이 20%대로 폭락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피죤의 구멍 난 기업명성, 광고로 땜질될까)

지난해 12월 운전기사 폭행으로 물의를 빚은 몽고식품은 올 1월 기준 매출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매월 꾸준히 생산되던 간장이 5톤 트럭 25대 분량에서 13대로 줄었다며 여러 언론을 통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 대표는 “‘갑질’ ‘폭행’ 등 소셜에서 흥행하기 좋은 자극적인 요소들이 부각되면서 중소·중견 기업들의 위기상황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며 “B2B 기업은 규제기관의 제재 이외에 별 영향이 없을지 모르지만, 소비재 기업들은 평판과 매출에서 직접적 타격을 입기 십상”이라며 실질적 개선과 선제적 대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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