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 수치’로 남을 유승민 탈당
‘헌정사 수치’로 남을 유승민 탈당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6.03.2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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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솎아보기] “새누리의 밀어내기 꼼수”…언론들 한목소리로 질타

[더피알=안선혜 기자] 유승민 의원이 20대 총선 후보 등록 하루 전날인 23일 결국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유 의원은 이날 심야 기자회견을 통해 “이것은 정의가 아니다.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 없다. 권력이 나를 버려도 국민만 보고 나아가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막판까지 유 의원 지역구에 대한 공천 여부를 논의했으나 또다시 보류하면서 사실상 유 의원을 쫓아낸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24일부터는 당적 이탈·변경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탈당·무소속 출마’와 ‘잔류·총선 불출마’ 중 선택하라는 카드를 꺼내 들고 당이 유 의원을 압박한 것이란 분석이다.

주요 신문들은 새누리당의 이같은 조치를 ‘배신자’로 낙인 찍히며 박근혜 대통령의 눈밖에 난 유 의원을 밀어내기 위한 ‘꼼수’라고 보면서, 정치사 내지 헌정사에 수치로 남을 일이라 강도 높게 비판했다.

▲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지난 23일 오후 대구광역시 동구 용계동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새누리당 탈당 및 20대 총선 대구동구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기 위해 도착했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이 걸린 기자회견장 입구에서 지지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주요 신문 3월 24일자 사설>

▲ 경향신문 = 유승민 축출, 막말 비례로 끝난 새누리당의 막장 공천 / 테러방지법 위험성 드러낸 국정원 통신자료 조회 / 열린 사회 위협하는 IS의 브뤼셀 테러

▲ 동아일보 = ‘통치권’에 무릎꿇은 집권당 國政 포기했나 / ‘도로 운동권黨’의 김종인, 무슨 낯으로 표 달랄 건가 / 시리아 참전한 北, 테러조직에 핵무기 확산 주시해야

▲ 서울신문 = 여야 최악 공천 유권자가 제대로 심판해야 / 집권당의 한계 보여준 유승민 탈당 / 천인공노할 브뤼셀 폭탄 테러

▲ 세계일보 = 유승민 찍어 낸 집권당, 과정도 결과도 졸렬하다 / 김종인표 더민주 ‘무늬만 봉합’으로 국민 지지 구하나 / 무고한 시민 희생시키는 테러…경계 수위 높여야

▲ 조선일보 = 대통령 눈 밖 난 유승민 탈당 몰아간 與는 公黨 자격 없다 / 김종인 대표, ‘비례 5선’ 老慾에 물갈이 쇼 했나 / ‘철갑탄에 뚫리는 방탄복’ 눈감아 주고 돈 뜯어낸 군인들

▲ 중앙일보 = ‘유승민 밀어내기’ 정치사의 수치로 남을 것 / 법원 개입까지 불러들인 새누리당 무법공천 / 갈 길이 먼 제1 야당의 정체성 개혁

▲ 한겨레 = 국민 손으로 넘어간 ‘박근혜-유승민’ 대결 / ‘비례대표 파동’의 상처 큰 더민주 / ‘몸싸움과 담합’으로 얼룩진 국민의당 공천

▲ 한국일보 = 여야 공천 혼선, 정당 민주주의가 요원하다 / 법 어기고 대기업 사외이사 맡은 전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 결혼이 ‘금·은수저’나 할 수 있는 나라여서야

▲ 매일경제 = 대한민국 미래 50년 혁신으로 大도약 이루자

▲ 한국경제 = 청와대에까지 이른 북한의 위협, 비상한 경계 필요하다 / 맥주 규제 손본다는 공정위, 우리도 맛있는 맥주 마셔보자 / 중국 반도체 국부펀드의 불공정성 문제

동아일보는 유 의원 탈당과 관련, “통치권의 문제라 어쩔 수 없었다”는 새누리 공천관리위원의 말을 전하면서 “권위주의 시대에나 쓰였던 ‘통치권’이란 용어가 정당의 공천에 등장한 것은 정상이 아니다”고 쓴소리를 냈다.

동아는 “헌정사에 수치로 남을 ‘유승민 공천 미루기’ 행태를 이어갔다”면서 이번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 서청원 최고위원과 원유철 원내대표, 황진하 사무총장 등 실력자들이 ‘나눠 먹기’ 한 흔적이 역력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월호 유족을 향해 ‘시체장사’를 한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을 공유한 후보, 공관위원의 형수가 비례대표 당선 안정권에 배정된 점 등도 꼬집었다.

경향신문 역시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 선정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이번 공천을 ‘친박의, 친박에 의한, 친박을 위한’ 것이라 칭했다. 유 의원계와 친이계 의원들이 경선도 없이 ‘축출’됐다는 시각이다.

경향은 “여론조사 순위, 의정활동 성적과 지역에서의 평판 모두가 앞서는 후보들이 친박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줄줄이 탈락했다”며 이는 유권자를 무시하는 행위라 말했다.

조선일보도 새누리당을 향해 거침 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조선은 “새누리당은 편향된 이념에 갇힌 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당”이었으나 “친박들은 이번에 그 재산을 다 까먹었다. 통합과 포용이 아니라 분열과 배제의 길로 갔다”고 봤다.

이어 “대통령이 특정인에 대해 이렇게 집요하게 보복한 것은 한국 정치 전체에도 극히 좋지 않은 선례(先例)로 남게 될 것”이라 전했다.

중앙일보는 “전국적으로도 집권여당이 이렇게 공천을 기피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공천위가 ‘폭탄 돌리기’ 하듯 시간만 끌다 “형식상 유 의원을 컷오프시키지 않으면서도 제 발로 당을 떠나지 않을 수 없게 꼼수를 썼다”고 전했다.

중앙은 또 ‘유 의원은 3선 중진이지만 이 정도의 전국구 스타 정치인은 아니’었는데, ‘지독한 정치보복의 피해자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지면서 순식간에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 후보까지 넘보게 됐다며, “이런 상황은 공천을 주도한 이한구 공천위원장과 친박계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 질타했다.

서울신문은 “공관위가 마지막까지 유 의원 스스로 탈당하라며 결정을 늦춘 조치는 어떤 이유로든 기회주의적인 데다 떳떳하지 못하다”며 “국민을 우롱하고 유권자의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과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이제 새누리당은 하루빨리 계파 싸움을 종식하고 공천 과정에서 실망한 민심을 돌려놓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집권당의 위상에 맞도록 제대로 된 공약을 내놓아 국민의 심판을 받는 동시에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적 정당으로서 국민에게 믿음을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겨레신문은 김무성 대표를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 대표가 반대하는 시늉만 하고 사실상 방관”했다는 이유에서다. 

한겨레는 ““나는 유승민 의원에게 공천을 주자고 주장했다”는 말 한마디로 ‘유승민 축출 책임’을 면피하려 한 김무성 대표는 스스로 정치 지도자로서 자격이 있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며 강한 어조로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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