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안선혜 기자] 자유경제원이 개최한 ‘이승만 시 공모전’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시 두 편이 당선됐다가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주최 측은 뒤늦게 해당 사실을 알고 홈페이지 게시 삭제 및 법적 대응 검토 등 수습에 나서고 있다.
자유경제원은 지난 3월 1~7일 이승만 전 대통령 탄생 141주년을 기념해 ‘제 1회 대한민국 건국대통령 이승만, 시 공모전’을 진행했다.
총 15편의 수상작 중 문제가 된 작품은 최우수상에 선정된 ‘To the Promised Land(약속된 땅을 위해)’와 입선작인 ‘우남찬가’다.
두 시 모두 전체 내용을 보면 일반적인 찬가이지만, 각 행의 첫 글자만을 세로로 읽으면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듯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일명 ‘세로드립’이다.
최우수작의 경우 ‘니가가라 하와이(NIGAGARA HAWAII)’라는 문장을, 입선작은 ‘한반도 분열’ ‘친일인사 고용’ ‘민족 반역자’ ‘한강다리 폭파’ ‘보도연맹 학살’ 등의 문구를 읽을 수 있다. 니가가라 하와이는 고(故) 이 전 대통령의 하와이 망명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이 두 편을 포함한 수상작들은 지난 24일 열린 시상식을 거쳐 작품집에 실렸으며, 이미 출간까지 마친 상태다.
자유경제원 측은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4일 수상 취소 및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교묘한 사술을 통해 행사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이로써 주최 측 및 다른 응모자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다”는 입장이다.
자유경제원 관계자는 <더피알>과의 통화에서 “당사자가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통해 저희 쪽에서도 알게 됐다”면서 “홈페이지에 게시된 작품을 삭제하고 법적 대응 등을 논의하는 등 기본적인 조치들을 취하고 있지만, 출판된 책에 대해서는 아직 어떻게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놓고 법적 책임을 묻기는 다소 어려울 것이란 의견을 표했다.
전선룡 변호사(법무법인 Lawtto)는 “비방 목적이 없이 쓴 글이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고, 순수 창작물로 판단될 경우엔 (주최 측) 취지에 다소 맞지 않더라도 문제되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양재규 변호사는 “(법적으로) 문제를 삼자면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 등을 적용해볼 수도 있겠지만, 둘 다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경우 생존하는 사람이 아닌 역사적 인물이고, 역사 자체가 학문의 영역이다 보니 다양한 해석과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때문에 부정적인 언급을 했다고 해서 모욕이나 명예훼손을 성립시키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내비쳤다.
업무 방해와 관련해서도 양 변호사는 “모든 작품이 아닌 응모작 중 몇 개만이 수상작으로 선정된 것으로, 이는 심사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한 것이기에 업무 방해를 인정받기도 쉽지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