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문용필 기자] 투표 종료 직후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은 ‘선거의 백미’다. 환호성과 탄식 등 엇갈리는 각 정당의 희비를 생생하게 읽을 수 있다. 아울러 개표가 진행될수록 시시각각 변하는 판세에 후보자 뿐만 아니라 유권자들도 개표 정보에 시선을 집중하게 된다.
제 20대 국회의원 선거도 예외는 아니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는 총선개표방송 채비를 마치고 13일 투표함이 개봉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만만치않은 저력을 보였던 종합편성채널 JTBC도 페이스북과 손잡고 지상파와의 개표방송 시청률 경쟁에 뛰어들었다. 아울러 케이블 SO와 MCN같은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도 개표방송을 준비 중이어서 이번 20대 총선결과를 지켜보는 시청자의 선택폭은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AR·로봇·그래픽 무장한 지상파 3사
MBC와 KBS는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개표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겠다는 각오다.
KBS는 총선 개표방송 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사당 로텐더 홀에서 출구조사결과와 실시간 투개표 정보를 증강현실(AR)을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폭 24m, 높이 4m의 K월과 특수 입체영상 K모션 등 자사의 최첨단 기술을 대거 동원한다.
MBC는 움직이는 스크린 ‘로봇M’과 당선확률 예측 시스템 ‘스페셜M’ 등 최첨단 기술을 비장의 무기로 내세웠다. 초당 2.5m의 속도로 360도 회전하는 로봇M은 디스플레이 2대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각종 실시간 데이터와 그래픽을 화려하게 입체적으로 구현할 예정이다.
2년 전 지방선거 당시 100%의 적중률을 자랑한 스페셜M은 6개월 간의 연구 끝에 업그레이드를 마치고 출구조사 결과와 개표정보, 역대 선거에서의 유권자 성향 등을 바탕으로 당선자를 예측하게 된다. 스튜디오에 국회 본회의장을 옮겨놓은 듯한 가상현실 공간 M존도 MBC가 이번 개표방송에서 선보인다.
SBS는 스토리텔링과 그래픽에 보다 중점을 두는 듯한 분위기다. 이전 선거에서 관심을 모았던 ‘달리기’ 콘셉트의 영상은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스포츠 중계 전문 캐스터인 배성재 아나운서가 투입돼 마치 실제 경기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영화 캐릭터를 패러디한 영상 등 다양한 그래픽을 통해 재미를 더했다.
‘총선 삼국지’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여야 3당 대표의 지략대결을 드라마타이즈 형식으로 풀어냈다. 기획부터 완성까지 7개월 가량이 소요됐다는 설명이다. 보수와 진보논객을 대표하는 전원책 변호사와 정봉주 전 의원은 ‘보수-진보 토크배틀’에 투입된다.
페북 ‘빅데이터’ 내세운 JTBC…SO·MCN도 가세
종편 중에서는 JTBC의 개표방송이 관심을 모은다. ‘손석희’라는 브랜드 하나만으로도 지상파를 충분히 위협할 수 있다는 평가. 여기에 선거방송 최초로 페이스북이 JTBC의 개표방송에 함께 한다.
JTBC 측은 페이스북과의 콜라보레이션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었던 빅데이터가 활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남긴 선거 관련 ‘언어’를 미국 본사 정치분석팀이 직접 분석한 데이터가 그것이다.
이와 함께 자사 프로그램인 ‘썰전’의 양대패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전원책 변호사가 출연해 손석희 앵커와 호흡을 맞춘다. 이들 3인의 조합은 과거 MBC ‘100분 토론’을 통해 이미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그림이라는 장점이 있다.
비록 규모나 물량공세에 있어서 대형 방송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케이블 SO도 개표방송을 한다. 티브로드는 각 지역별 SO가 자체 선거방송에 나선다. 예를 들어 부산방송의 경우 프로그램 하단에 상시적으로 개표현황을 보여주는 한편, 오후 7시와 11시에 특집뉴스를 편성해 관련 소식을 전할 예정이다.
티브로드 대구방송은 오후 8시부터 10시 30분까지 총 4부로 편성한 개표방송을 준비했다. 지상파 방송사에 비해 비교적 더 견고하게 지역민들과 맞닿아 있는 지역SO의 특성을 십분 활용하는 방향으로 개표방송이 진행될지 주목된다.
최근 새로운 디지털 콘텐트 유통 플랫폼으로 주목받는 MCN도 개표방송을 마련했다. 제다이는 MCN 최초로 시사전문 라이브 뉴스쇼 DSN을 개국하고 개표 라이브 방송에 나선다.
딴지일보 논객이자 팟캐스트 진행자로 유명한 시사평론가 물뚝심송(본명 박성호)과 3명의 시사 전문 크리에이터들이 뭉쳤다. 여기에 음악 크리에이터 5명이 합류해 개표결과와 함께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방송은 물뚝심송의 제다이 유튜브 계정에서 볼 수 있다. 기존의 개표방송들과는 차별화된 참신한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영상 기반 대안매체들과 팟캐스트들도 개표 관련 콘텐츠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