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Opinion 칼럼 신인섭의 글로벌PR-히스토리PR
PR이냐 홍보냐 그것이 문제로다[신인섭의 글로벌PR-히스토리PR] 용어 통일, 인식 같이해야

[더피알=신인섭] 작년 11월 27일 한국PR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는 ‘Public Relations(공중관계) 분야의 토대 개념 의미에 관한 연구’라는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이 연구는 간단히 말하면 이제 퍼블릭 릴레이션스(Public Relations)라는 영어를 ‘공중관계’라는 우리말로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관련기사: “PR·홍보, ‘공중관계’로 용어 바꾸자”)

논문이 발표된 지 겨우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았기에 이 주장은 아직 한국 언론이나 사회 일반은 물론이거니와 PR학계, 실무자들 사이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진 않다. 

해방 이후 70년 간 퍼블릭 릴레이션스를 우리말로 옮기는 데 관한 본격적인 논의가 없이 현재에 이르고 있던 터라 관심이 가는 일이다.

신문보도 빈도를 보면 퍼블릭릴레이션스는 PR로 줄여 퍼졌다가 홍보, 선전, 공보 등 여러 가지로 불렸고, 1990년대에 이르자 PR이라는 말은 사라지고 홍보라는 말이 부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사전에도 ‘홍보’라는 말이 ‘피아르’라는 말과 함께 수록돼 있다.

정확한 풀이 없는 PR과 홍보

   
▲ 기밀이 해제된 미군 문 서. 하단에 ‘PUBLIC RELA- TIONS, Relations with Ko- reans, The Office of Civil Informations’이라고 표기 돼 있다.

PR이라는 말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것은 69년 전이다. 1945년 8월 15일 해방 후 한국에 진주한 미 육군 제24군단 산하 민간공보처(Office of Civil Information. OCI)라는 기구를 설립한 문서 가운데 ‘Public Relations’라는 낱말이 처음 나온다.

OCI 창설은 1947년 5월 30일이므로 Public Relations라는 말의 등장도 1947년이 된다. OCI 기구에는 113명의 직원이 있었는데 한국인은 76명이었다. 따라서 PR이라는 말과 PR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이 한국인들로부터 전달됐을 것이 틀림없으나 아직까지 그런 기록은 찾지 못했다.

다만 Public Relations(PR)와 홍보라는 두 낱말 모두 정확한 풀이가 일반화돼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한국PR학회 이름에서도 나타난다. 1996년 창립 당시 ‘한국홍보학회’였던 것이 11년이 지난 2007년 ‘한국PR학회’로 개칭됐고, 8년 후인 2015년에 다시 ‘공중관계’로 바꾸자는 주장이 학회 안에서 논의된 것이다.

그러니 Public Relations라는 말이 한국에 소개된 지 거의 70년이 되는 지금까지도 통일된 풀이 없이 PR과 홍보라는 말이 혼재하고 있다.

물론 지난 20년 사이 홍보라는 말이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은 김대중 정권 시에 ‘국정홍보처’가 정부기구로 있었고, 지금도 청와대 ‘홍보수석’이라는 직책이 있는 데에서도 드러난다. 따라서 홍보라는 낱말의 기원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홍보(弘報)라는 말의 시작

홍보는 일본에서 들어온 말이다. 조선총독부가 1920년에 발행한 조선어사전이나 1938년에 발행한 문세영 조선어사전에도 홍보란 말은 없고 해방 후 우리말사전에 나타난다. 그런데 홍보라는 말은 사전보다 훨씬 먼저 신문에 나타났다.

<조선일보> 1923년 12월 17일자에는 일본 황실에 관한 보도자료를 제공한다고 전하고 있다. 1936년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기사에선 만주에 홍보협회라는 단체가 설립돼 언론통제와 국책 선양을 한다는 내용도 실렸다. 이밖에 조선총독부 국문 기관지 <매일신보(每日申報)>는 1943년 ‘홍보 정신대’라는 다음과 같은 기사를 게재했다.

일본 궁내성에서는 금회 니아라?(이황. 二荒) 事務官을 부장으로 한 홍보부를 설치한바 차(此)는 황실에 일반사를 발표할 기관이라더라.

   
▲ 조선일보 1923년 12월 17일자 일본 황실(皇室) 관 련 보도 및 1936년 6월 3일 자 만주 홍보협회 관련 기사(왼쪽), 동아일보 1936년 7월 19 일자 만주국에 반공국책과 국책 선양기관 설립에 관한 보도.

일본에서도 홍보라는 낱말의 기원에 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한 자료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기록은 여기저기 있다. 이상하게도 홍보라는 말은 PR보다 앞서 광고 관련어로 등장한다.

일본 최대의 광고회사인 덴츠(電通. Dentsu)가 1976년에 발행한 <일본광고발달사> 상권에는 ‘홍보사(弘報社)’와 ‘홍보당(弘報堂)’이라는 두 광고회사가 언급돼 있다. 홍보당의 창립은 1886년이다. 해방 전 일본의 유력한 광고회사 중 하나였으나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정부의 언론 및 관계 산업의 통합 때에 없어졌다. 홍보사의 창설 기록은 없다.

그 뒤 홍보라는 말이 선전(propaganda)을 하는 조직으로 대두한 것은 일본이 1차 세계대전 기간에 이른바 시베리아 출병을 하며 ‘홍보반(弘報班)’을 만든 때였다. 홍보조직이 활발한 활동을 시작한 것은 1920년대 초 일본이 남만주철도회사를 설립한 뒤의 일이다. ‘만주홍보협회’처럼 그 활동 때문에 선전선동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띠게 됐다.

GHQ의 일본 민주화정책과 PR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무조건 항복 이후 일본에 진주해 민주화를 시작한 GHQ(General Headquarters. 점령군 총사령부) 맥아더 사령부는 1947년에 퍼블릭 릴레이션스 오피스(Public Relations Office) 설치를 일본정부에 건의(suggestion)하는데 사실상 명령이나 다름없었다.

1949년이 되자 일본 중앙정부 부처는 물론 지방정부에도 PR기구가 생겼는데 그 이름은 각양각색이었으나 압도적인 호칭이 ‘弘(홍)’ 혹은 ‘廣(광)’자를 앞에 붙인 報課(보과), 즉 홍보과 또는 광보과였다. 참고로 일본말에서 ‘弘’과 ‘廣’은 똑같이 ‘코’의 긴소리로 발음한다. 결국 광보(廣報)로 결론이 났지만 그 과정에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1930년대에 일본에서는 PR과 선전에 관련해 10여권의 서적이 출판됐는데 그 가운데는 고야마(小山榮三)가 있다. 그는 1937년에 출판한 <선전기술론(宣戰技術論)>에서 PR을 ‘공중관계(公衆關係)’라고 풀이했다. 따라서 Public Relations를 공중관계로 한 해석은 거의 80년 전에 나온 셈이다. 이 밖에도 1930년대 PR 관련 서적이나 논문에 나오는 PR의 번역은 ‘섭외(涉外)’라는 말도 있다.

이미 살펴본 대로 우리나라에서 홍보라는 낱말의 기원과 발전에 대한 연구는 충분치 않다. 해방 이후 조선·동아일보의 PR(피알) 및 홍보(弘報, 한자 포함)라는 낱말 사용빈도를 조사한 바는 아래 <표>와 같은데 점점 증가 추세를 보이다 70년대 이후 크게 늘고 있다.

신문보도의 PR/홍보·홍보/弘報 사용빈도

   
▲ 1-이 숫자는 4가지 낱말(PR, 피알, 홍보, 弘報(한자)에 대한 단순 빈도 조사이며 두 신문 독자 서비스에 서 얻은 수치다. 하나하나 조사를 하지 못해 경우에 따라서는 광고를 홍보라고 사용한 사례도 포함하고 있다. 2-조선일보는 2000년과 2010년 한 해만을 검색했으며, 같은 기간 동아일보는 검색하지 못했다.

특히 두드러진 현상은 PR/피알과 홍보/弘報의 빈도 차이인데, 80년대 이후 PR/피알이란 말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표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홍보라는 낱말의 한자 사용도 매두 적다.

언론보도 추세로 볼 때 홍보라는 낱말의 사용빈도는 21세기에 들어서 부쩍 증가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은 약 260만부(2014년 기준)를 발행하는 두 신문에 보도되는 홍보라는 말의 파급 효과는 측정하기 힘들 정도이다. 따라서 PR/홍보라는 낱말 변동에 대해서는 이러한 현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왜 이런 언어현상이 일어났는가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약70년 전에 일본에서 PR이라는 낱말의 번역을 둘러싸고 겪은 경험은 우리에게도 숙고할 만한 시사를 던진다. 광고(廣報·광보)와 PR을 같은 뜻으로 받아들여 사용하기로 한 그들의 결정은 그 나름대로 현명한 처사일는지 모른다.

PR에 알맞은 자국어가 없는 것은 비단 일본만은 아니다. 독일이나 러시아도 비슷하다는 말이다. (필자는 컴퓨터에 간자(簡字)가 없어 번자(繁字)로 쓰는데) 중국의 PR단체인 ‘인터내셔널 퍼블릭 릴레이션스 어소시에이션(International Public Relations Association)’ 명칭을 ‘중국공공관계협회(中國國際公共關係協會)’라고 한다. PR이란 말을 ‘공공관계’로, 줄여서는 ‘공관(公關)’으로 했다.

PR이라는 낱말 번역이 얼마나 까다로운 것인가는 같은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미국과 영국 그리고 캐나다 PR협회의 PR정의를 봐도 알 수 있다. 이 세 나라가 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PR협회가 2년 전 PR이라는 낱말의 정의를 30년 만에 개정할 때에도 숱한 논의와 토의 끝에 3개 최종안을 놓고 다수결 투표로 결정한 점을 미뤄봐도 그 복잡성은 충분히 알 수 있다. (관련기사: PR 정의 30년 만에 바뀌어) PR이냐 홍보냐 공중관계냐 논의를 할 때 일본의 경험은 좋은 타산지석일는지 모른다.
 

   

 

 

 


 

신인섭  thepr@the-pr.co.kr

<저작권자 © 더피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인섭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