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안이한 ‘민의 인식’
대통령의 안이한 ‘민의 인식’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6.04.19 09: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설솎아보기] 반성 없고 개각도 거부…조기 레임덕 우려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번 선거의 결과는 국민의 민의가 무엇인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한 “민의를 겸허히 받들어서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민생에 두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4·13 총선 결과에 대한 박 대통령의 첫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선거 닷새 만에 나온 발언 치고는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나온다.

집권당이 원내 2당으로 추락했음에도 깊은 자성이나 인식 변화를 찾아보기 어렵고, 친박을 통한 새누리당의 막장 공천과 상명하복식 당청관계에 대한 반성도 없었다. 청와대 참모진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았고, 구체적인 변화의 청사진도 제시하지 않았다.

주요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4·13 총선이 ‘박근혜 3년’에 대한 국민의 중간평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박 대통령은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한 뒤 새롭게 시작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발언으로 볼 때 박 대통령은 기존의 국정 운영 스타일을 바꾸지 않을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대통령이 안 바뀌면 전임 대통령들처럼 레임덕이나 불행한 임기 말을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주요 신문 4월 19일자 사설>

▲ 경향신문 = 국정 실패 심판받은 박 대통령, 아직 정신 못 차렸다 / 임기만료 공공기관 90여곳, 낙선자 일자리 전락 안된다 / '염전노예' 사건에 솜방망이 처벌한 사법부

▲ 동아일보 = 반성 없는 朴 대통령, 국민에 지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 두 野, 선거승리에 취해 벌써 권력다툼 돌입했나 /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살인죄 여부 밝혀내라

▲ 서울신문 = "민의 받들겠다"는 朴대통령, 쇄신의지 보여 줘야 / 경제 외치며 대승한 거야, 경제 외면하는가 / 소규모 민간 건축물 지진 대책 마련하라

▲ 세계일보 = 박 대통령, 국회와 소통ㆍ협력하는 리더십 발휘하길 / 당권에 눈멀어 또 싸움질하는 친노ㆍ친박 / 구마모토 지진 구호 지원에 적극 참여해야

▲ 조선일보 = 박 대통령, 野와 대화 열어줄 '징검다리 인물' 필요하다 / 이번 임시국회로 앞으로 4년 나라가 어디로 갈지 보일 것 / 韓銀, 금리 인하도 양적 완화도 안 된다면 다른 대안 내놔야

▲ 중앙일보 = 박 대통령의 실망스러운 '총선 인식' / 국회선진화법, 19대 국회 문닫기 전 개정하라 / 구조조정 방해하는 정치인도 함께 퇴출시켜야

▲ 한겨레 = 한마디 반성 없이 '총선 민의' 말할 자격 있나 / 총선 뒤 실종된 '집단 탈북' 사건 / '살인 가습기' 사건 은폐 의혹, 철저히 밝혀내야

▲ 한국일보 = 박 대통령의 총선 패배 인식 너무 안이하다 / 여야 3당, 4월 임시국회에서 진정한 변화의지 보여야 / 독소조항 제거해야 할 테러방지법 시행령ㆍ규칙(안)

▲ 매일경제 = 朴대통령과 與野, 민생 챙기기에 한마음 돼라 / 가습기살균제 제조ㆍ판매 예외없이 책임 규명해야 / 출입국 심사인력 대폭 늘려 공항 입국대란 해소를

▲ 한국경제 = 미ㆍ일 엔저 충돌, 글로벌 시장 프레임이 또 바뀌나 / 중국도 하는 구조조정, 한국선 못 한다 / 국민이 어떻게 투표해도 구태 정치는 변함이 없다

중앙일보는 ‘박 대통령의 실망스러운 '총선 인식'’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선거 닷새 만에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4·13 총선 인식’은 실망스럽다. 일각에서 선거탄핵, 투표탄핵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사나워진 민심의 요구에 크게 못 미쳤다”고 전했다.

이어 “민심은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진솔한 사과와 새로운 변화를 알리는 인적 쇄신을 기대했다. 하지만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엔 사과도 없었고 쇄신의 청사진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앙은 “4·13 총선은 ‘박근혜 3년’에 대한 국민의 중간평가였다는 점을 박 대통령은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대통령은 지난 3년간 대구·경북 편중 및 수첩인사의 반복, 청와대·정부와 긴밀한 의사소통의 결핍, 집권당과 국회에 대한 권위주의적 자세 등으로 지지자들을 등 돌리게 했다. 좀 더 민심에 근접한 총선 인식을 내놓고 당·정·청 쇄신 의지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동아일보 역시 ‘반성 없는 朴 대통령, 국민에 지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란 사설에서 “20대 총선의 민의는 ‘박 대통령과 친박의 오만에 대한 심판이자 대통령부터 확 바뀌어야 한다’는 국민의 명령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발언에는 깊은 자성이나 인식 변화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동아는 “어제 발언으로 볼 때 박 대통령은 기존의 국정 운영 스타일을 바꾸지 않을 것 같아 안타깝다. 대통령이 안 바뀌면 전임 대통령들처럼 레임덕을 맞을 수도 있다. 2004년 절체절명의 심정으로 ‘천막당사’로 이사했을 때처럼 몸을 낮춰 민심 수습방안을 내놓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박 대통령, 野와 대화 열어줄 '징검다리 인물' 필요하다’란 사설을 통해 “대통령 발언에는 여당의 패배에 대한 책임 인정과 반성이 없었다. 야당과 대화하겠다는 의지도 부족했다. 하지만 국정 운영의 기조를 바꾸겠다는 생각도 읽힌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조선은 “이제 박 대통령에게 남은 선택은 별로 없다. 스스로 밝힌 대로 민생 경제 활성화와 4대 부문 구조 개혁을 계속 추진해 나가려면 야당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박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도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야당을 국정 운영의 공동 파트너로 받아들이고, 대통령이 직접 야당 사람들을 수시로 만나 적극 설득하고 양보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한국일보는 ‘박 대통령의 총선 패배 인식 너무 안이하다’란 사설에서 “이날 모두 발언은 평소보다 크게 짧은 6분에 그쳤고, 총선 결과와 20대 국회와의 협력 방안 등에 대한 언급은 겨우 44초에 그쳤다. 발언 내용과 길이 양면에서 총선 참패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인식이 얼마나 안이한지를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총선에 대한 사실상의 첫 공식 언급인 만큼 제법 밀도 있는 반성과 사과로써 ‘국민의 심판’에 응답할지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박 대통령의 소극적 언급은 그저 한 마디 걸치고 넘어가려는, 마지못한 것처럼 비친다. 말로는 민의에 따르겠다면서도 그에 저항하는 듯한 권력의 행태에서, 본격적 권력누수가 시작되고 있음을 본다”고 비판했다.

기사제공 논객닷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