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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저널리즘, 지속성 가지려면기존 매체와의 관계설정, 운영예산 등 걸림돌
브랜드 저널리즘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건 2년 남짓이다. GE, 코카콜라, 시스코, 레드불 등 선진 사례가 소개되면서 공신력을 가진 기업 채널에 대한 로망을 불어넣었다. 국내에서도 앞선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저널리즘’이라는 용어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한국적 상황에서 브랜드 저널리즘이 서 있는 좌표를 확인해봤다.

국내 기업 브랜드 저널리즘 현황 (←클릭)
② 브랜드 저널리즘의 가능성과 한계

[더피알=안선혜 기자] 삼성전자와 현대차, SK, CJ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저널리즘적 요소를 도입해 기업미디어 변화를 꾀하면서(관련기사: 한국적 브랜드 저널리즘의 현주소) 브랜드 저널리즘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는 추세다.

이중대 웨버샌드윅 부사장은 “온드미디어(owned media·자사미디어) 관련 RFP(제안요청서)에도 브랜드 저널리즘을 접목한 제안을 달라는 요청이 포함되기 시작했다”며 “메가 브랜드라 할 수 있는 코카콜라, GE, 맥도날드, 시스코(Cisco) 등의 사례들이 국내에 많이 공유되면서, 관심이 높아진 듯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표 기업과 브랜드들이 선제적 시도에 나서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브랜드 저널리즘이 도입 단계에 있다고 본다.

유승철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 교수는 “삼성전자 등에서 새로운 시도는 보이지만, 브랜드 저널리즘은 구조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일”이라며 “결국 조직이 바뀌지 않으면 콘텐츠 외형 역시 바뀌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김명진 프럼 대표는 “국내 기업들이 소셜 허브 전략 등을 통해 블로그를 중심 플랫폼으로 삼고, 여러 소셜 채널을 연결해 콘텐츠를 뿜어내는 식의 시스템은 갖췄지만 콘텐츠 전략이 부재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해당 기업이나 브랜드만의 고유한 캐릭터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기업 SNS 계정에 올라오는 많은 콘텐츠들을 보면 이게 어느 기업 거였는지 구분하기 어렵다”며 “브랜드가 장기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성과 일치하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이야기할 때 하나의 채널이 만들어지는 것”이라 제언했다.

그러면서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 콘텐츠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도록 편집국 체계가 R&R(Role & Responsibility)을 기반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조직과 프로세스, (브랜드 속성에 맞는) 콘텐츠 전략”을 강조했다.

콘텐츠 앞서 아이덴티티

이중대 부사장 역시 “브랜드 저널리즘을 콘텐츠 생산 방식에 국한시켜 이해하면 안 된다”면서 “브랜드가 지향하는 비전, 미션, 원칙, 철학 등 아이덴티티(identity)가 잘 세팅돼야 브랜드 스토리텔링 방식에 저널리즘을 도입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기자들의 콘텐츠 생산 방식을 따라하되, 보다 근본적으로는 기업 고유의 명확한 정체성을 설정해 놓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 GE리포트가 발행한 언임파서블 미션(Unimpossible Missions) 영상 중 한 장면. 브랜드 저널리즘의 선진사례로 꼽히는 GE는 각종 콘텐츠를 통해 기술 기업 이미지를 확실히 가져간다. (이미지 클릭 시 영상링크로 이동)

브랜드 저널리즘 도입 시 콘텐츠에 대한 중요성은 강조되는 추세지만 예산 확보는 쉽지 않은 관문이다. 이 부사장은 “비용이 제일 많이 들어가는 건 콘텐츠 인력 확보”라며 또한 “얼마나 예산이 있느냐에 따라 광고 집행 여부도 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 역시 예산 문제를 지적하며 “일단 미디어를 오픈했으면 과감한 투자를 해서 끌어가야 하는데, 여전히 저예산에다 영세업체를 써서 운영하는 체계로 가다보니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고 한계를 짚었다.

시스템을 갖춰 전략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담당자 개인기에 기대는 수준에 머문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기존 매체에 묻지마 투자 성격으로 (광고)비용을 많이 쓰는데, 그 비용을 조금만 기업미디어 구축으로 옮겨와도 좋을 것”이라며 “다만 기존 미디어와의 갈등이 생겨 쉽지 않은 점이 있기에 서서히 이동시켜야 할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신문과 방송 등 전통매체와의 관계는 국내 브랜드 저널리즘 도입에 있어서 또 다른 ‘걸림돌’(?)로 작용한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브랜드 저널리즘의 긍정적 효과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는 언론사 기자들이 기업미디어를 일종의 경쟁매체로 보고 속보 경쟁시 ‘물 먹었다’고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라며 “수많은 기자를 안티(anti)로 돌려세우면서까지 저널리즘 방식을 추구하기보다 보도자료 배포하면서 블로그에 동시에 올리는 선에서 타협하는 것”이라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저널리즘’이란 용어를 내세우는 것도 기업에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실제 국내 브랜드 저널리즘 도입 사례라고 불릴 만한 기업들도 저널리즘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데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채널 현대카드를 두고 레드불TV와 비슷하다고 말하면서도 “기업이 미디어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는 (브랜드 저널리즘과) 일맥상통하지만, 저널리즘 방법론을 활용해 기사식 블로그 구성을 하는 건 아니다”며 “현대카드의 색이 묻어 있는 동영상 플랫폼을 만든 것”이라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뉴스룸 개편 당시 브랜드 저널리즘으로의 확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니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브랜드 저널리즘을 구현할 때 겪는 또 하나의 어려움은 삼성전자나 LG전자처럼 제품 가짓수가 많고 방대한 조직에서는 뉴스룸에서 모든 콘텐츠 하나하나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큰 건이 아니고서는 보통 개별 사업부 마케팅팀이나 SNS팀, 영업팀 등에서 각개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 삼성전자(위)와 LG전자의 블로그 이미지 중 일부.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어 각 담당부서에서 개별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한다.

소셜 상에서 단일한 목소리를 내지 못해 어찌 보면 이슈발생의 가능성이 내재돼 있는 셈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실행하는 각 부서 및 협업 에이전시를 대상으로 가이드라인을 숙지시키는 교육이 필요하다 강조한다.

돌발 상황을 예방하는 동시에 유사시 적절한 대응책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해외에서 ‘통합뉴스룸’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인데 모든 부서 간 원활한 공조를 돕는다.

뉴스룸 내지 브랜드 저널리즘을 운영하는 주체는 기업마다 조금씩 다르다. 삼성전자나 현대차, 신세계 등은 커뮤니케이션팀, 혹은 홍보팀 내 사내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조직에서 이를 담당한다.

반면 현대카드는 브랜드 담당 부서에서 채널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채널 운영 시 브랜딩에 방점을 두느냐, 대내외 커뮤니케이션에 포커스를 맞추느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지면광고에서도 삼성전자 뉴스룸 로고를 삽입해 디지털 공간을 넘어서 오프라인에서도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가져가는 모습이다.

현대차도 지난해 11월 ‘고잉홈(Going Home)’이란 온라인 광고캠페인을 뉴스룸을 담당하는 문화홍보팀에서 제작한 바 있다.

실향민 노인이 3D 디지털로 정교하게 재현된 평북 구성시의 고향을 찾는 내용을 담은 이 영상은 공개 일주일 만에 조회수 1000만건을 돌파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현대차 문화홍보팀에선 올해도 이같은 임팩트 있는 영상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주요 신제품을 론칭하는 언팩행사를 자사 공식 블로그를 통해 생중계하는 건 이젠 익숙한 풍경이 됐다. 지난 2월 있던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 S7’과 ‘갤럭시 S7 엣지’를 공개하면서도 생중계를 비롯해 다양한 관련 콘텐츠를 뉴스룸에 게재했다.

흘러간 언론사 홈페이지 따라잡기?

한편에선 기업들의 실적 내기용 팬수와 조회수 확보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존재한다. 기업들의 커뮤니케이션이 방법론적으로 좋아져서 100만명 이상의 팬을 확보하는 등 성과를 내는 곳도 있지만, 실상 팬이 얼마다 하는 건 다 허수라는 지적이다.

김명진 대표는 “이용자와 채널의 릴레이션(관계) 지수에 따라 타임라인 노출이 이뤄지는데, 이용자 타임라인에 뜨지 않으면 친구도 아니다”며 “유튜브 영상 조회수 역시 광고 몇 번 집행으로 200만, 300만 뷰를 달성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몇 명이 봤다고 내세우는 건 별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어떤 긍정적인 목소리가 얼마나 전달됐는지 센티멘탈 분석(Sentimental Analysis)이 필요하다”며 정성적 데이터 분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몇몇 기업에서 진행된 사이트 업데이트를 놓고는 언론사 사이트 베끼기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김철환 적정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최근에는 기존 미디어들도 달라진 콘텐츠 소비 환경에 발맞추기 위해 콘텐츠 형식을 파괴하고 있는 마당인데, 브랜드 저널리즘을 시도한다는 기업들이 사이트 UI나 콘텐츠 형식을 과거 인터넷신문 것을 따라하고 있다”며 “뉴스 콘텐츠도 사람들이 잘 안 보는데, 기업들의 콘텐츠가 진부한 형태로 나간다면 더 외면받을 것”이라 말했다.

김 소장은 “이제는 지정된 공간으로 사람들이 찾아오기 보다는,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던져주는 걸 받아 보는 방식으로 콘텐츠 소비 형태가 바뀌었다”며 “플랫폼을 갖는 건 의미있는 일이지만, 여력이 없다면 반드시 콘텐츠 허브를 가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밝혔다.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 채널을 키우지 않고는 허브를 만드는 것조차 어렵기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쫓는 게 버겁다면 먼저 소셜 채널을 키우는 데 집중하라는 조언이다.

김 소장은 “지금껏 브랜드들이 과장되고 판타지를 심어주는 허구에 기반한 스토리텔링을 해왔으나, 소셜 공간에서는 유통되지 않을 콘텐츠들”이라며 “정보로써 가치가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브랜드 실증주의’를 추구하라”고 권했다. 마치 연구소를 운영하는 것처럼 연구 결과 내지 실험 결과를 보여주면서 스토리텔링하는 방식이 그 예다.

플랫폼 논쟁…소셜 먼저 허브 먼저

콘텐츠 생산을 위한 인력 확보에도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 유승철 교수는 “미국에서는 기업 내부에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인력들을 많이 채용하는 추세”라며 “실제 저널리즘 전공자들이 기업으로 많이 가기도 하고, 언론사 인력을 영입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물론 외부 회사에 맡길 수도 있지만, 콘텐츠 관리나 핵심 퍼블리셔로서 권한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내부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중대 부사장은 “브랜드 저널리즘으로 간다는 것은 기업의 온드미디어를 강화한다는 뜻”이라며 플랫폼 전략을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브랜드 저널리즘은 기업 및 브랜드가 일종의 언론으로 거듭나서 소비자, 투자자, 지역사회, 언론 등에게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의미”라며 “대내외 이해관계자들의 관심 사항을 분석하고, 어떤 콘텐츠 유형으로 공유할지 계획을 세워 편집 캘린더도 마련하라”고 조언했다.

또한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맞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멤버들이 어느 정도는 내부에 세팅돼 있어야 한다”며 “채널별 페이드 미디어(paid media)도 연계돼야 하고, 주요 영향력자들을 통한 언드미디어 커버리지(earned media coverage·무료로 얻어진 광고효과)를 얻어내는 노력도 기울일 것”을 강조했다.

브랜드 저널리즘의 지속적인 전개를 위해서는 고위 간부급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예산 차원에서도 그렇고, 기업 내 주요 기능(혹은 부서)별 임원들에게서 뉴스룸 취재 원칙에 대한 이해를 구할 때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바텀업(bottom-up)은 안 된다”며 “톱다운(topdown)으로 투자가 이뤄져야 달라질 수 있다”며 최고의사결정자의 결단을 촉구했다.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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