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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학 전공자들의 취업기상도
커뮤니케이션학 전공자들의 취업기상도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6.04.2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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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흐림’, PR회사 ‘먹구름’

그녀는 왜 인턴을 경험한 후 꿈을 버렸을까? 내가 희망하는 기업은 왜 경력직만 뽑는 걸까? 대학생은 어디서 경력을 쌓아야 할까? 교수들은 제자들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을까? 국민의 알권리를 외치며 언론고시를 준비하던 선배들은 어디로 갔나? 지금 세대는 정말 활자보다 영상이 익숙할까?

[더피알=이윤주 기자] 희망취업 기상도는 사회상을 반영한다. 그렇기에 어느 시대나 인기직종은 존재한다. 하지만 요즘 취업준비생들은 ‘인기’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가 변했다고 말한다. ‘누구든지 가고 싶어 하는 곳’에서 ‘주어진 선택지 중 갈 수 있는 곳’으로.

커뮤니케이션학 전공자들은 현재 어떤 선택지를 쥐고 있을까? 과거보다 훨씬 다양해지고 세분화된 직업들 사이에서 새로운 기회와 고민들이 상존한다. 커뮤니케이션학 교수와 전공학생들에게서 오늘의 취업이야기를 들어봤다.

기자 선호도↓ 영상 관심도↑

신문방송학과로 통칭되던 시절엔 신입생의 사회진출 목표는 크게 기자와 PD 두 부류로 나눠졌다. 당시만 해도 이른바 메이저 언론사에 입성하려면 언론고시라 불리는 난관을 뚫어야 했고, ‘언시 타도’를 외치며 치열하게 준비하는 선배들의 모습은 그리 낯선 장면이 아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전통언론의 평판은 낮아졌고 사양산업이라는 위기론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다. 점점 자본이 저널리즘을 잠식하며 상업화로 기울기 시작했고, 편향된 보도로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언론 불신은 높아진 상황이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셀 수 없는 매체가 난립하고 있지만 메이저 언론 등용문은 더 좁아졌다. 저널리즘 실현이란 이상을 품은 예비 언론인들의 압박감은 높아지는 반면 기대감은 낮아지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최진순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한국경제 차장)는 “학생들이 생각하는 미디어에 대한 인상과 평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일요일에도 출근하고 심지어 광고도 따와야 하는 등 기대했던 업무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면서 환상을 버리고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했다”며 “(요즘 세대는) 굳이 언론사에 입사해 인생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과 함께 창의적이고 멋진 일을 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실제 그의 제자 중 한 명은 케이블에 입사했다가 버티지 못하고 2년 만에 퇴사해 현재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메이저 신문사에 발을 들였던 젊은 기자들 중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기자직에 회의를 느껴 책이나 더 읽겠다며 나온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최근 몇 년 새 주니어 기자들의 이탈이 많아진 것도 언론인으로서 사회적 소명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한다는 괴리감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클릭 유도용 기사만 다루는 등 언론인의 삶이 취준생 시절 꿈꿔왔던 모습과 큰 차이가 있다는 것. 아울러 언론사 내부의 권위적 문화, 비합리적 시스템에 반감을 느끼는 이도 적지 않다.

▲ 대한민국 청년들의 취업기상도는 '흐림'이다.

지방에서 언론 일자리를 찾는 학생들은 취업 문턱에서 더 큰 좌절을 경험한다. 상당수 매체들이 경영난을 이유로 신입 선발을 주저하면서 채용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피가 수혈되지 못하면 언론사도 변화나 혁신에 더뎌질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로컬저널리즘’의 악순환이다.

정상수 청주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지방대 학생들은 취업할 때 그 지역 바깥으로 벗어나기 조심스러워 한다. 타 지역으로 넘어가서 취업을 하면 초짜 월급으로 생활비와 방값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라며 학생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전달했다. 

전통매체가 하락곡선을 그리는 동안 신생매체들은 상대적으로 부상하는 중이다. 텍스트나 영상 외에도 디지털 기반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4~5년 전부터 뉴미디어로 진출하려는 학생들의 수가 전통매체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배정근 숙명여대 정보방송학과 교수는 “기자보다 영상을 다루는 PD 분야를 선호하는 학생이 절대적으로 많다”며 “영상 세대에 걸맞게 자기들끼리 그룹을 만들어 제작활동도 주체적으로 해나간다. 지금의 미디어 트렌드는 영상이다”고 정리했다.

최진순 겸임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전통매체는 과열 경쟁이고 신생매체는 안개 속”이라고 표현했다. 신생매체의 경우 비즈니스 모델이 불확실해 안정적이지 않더라도 커리어 로드맵을 갖고 전략적으로 선택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50명의 학생 중 방송분야 희망자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신문과 뉴미디어 순으로 뒤를 잇는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학생들이 무조건 언론사 입사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분야로 많이 빠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제는 언론사 이름보다는 전문 영역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과거엔 무조건 조중동이 목표였다면 지금은 하나의 전문분야를 설정해 적합한 매체를 찾는 학생이 늘었다.

최진봉 교수는 “영상편집 기술을 요하는 공모전에 참여하는 등 학생들끼리 모여 무언가를 만드는 시도들이 활발하다”며 “몇몇은 스타트업도 시도한다. 하지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적다보니 성공률은 낮다”고 덧붙였다.

백 마디 조언 < 한 번의 인턴

학과 커리큘럼 구성 자체도 바뀌고 있다. 세분화·실무형이 변화의 키워드다. 성민정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과거처럼 신문방송학과 하나가 끝이 아니다. 광고, 홍보, 방송, 미디어 등 영역이 세분화됐다”며 “같은 학과라 해도 교수마다 전공분야도 각기 달라 학생들이 자기에게 맞는 교수를 직접 찾아가 상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상담내용도 막연하지 않고 상당히 구체적이다. 성 교수는 “이 분야는 취업을 어디로 하면 되냐, 인턴은 어떻게 신청하느냐 등 세세하게 질문들을 하는데 학부생뿐만 아니라 고등학생이 찾아오는 경우도 더러 있다”며 “취업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가 전반적으로 빨라지다 보니 자기주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자기에게 필요한 정보를 학교 바깥에서 직접 찾아다니는 학생들도 있다. 서울 소재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A학생은 “솔직히 교수님 조언에는 한계가 있다. 업계 실정을 잘 아는 분도 계시지만, 이론적으로 학문에 접근하는 분도 많다보니 결국 내 길은 스스로 찾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최진순 겸임교수는 “기본적으로 학생들은 진로 및 취업 정보를 접할 때 강단에 서는 교수보단 그들만의 커뮤니티나 관련 직종에 있는 선배들의 조언을 더 의지한다”며 “현업 경험이 없는 교수는 이론 중심이라 현실과는 괴리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 영화 <인턴>의 한 장면. 70세 인턴이 회사에 입사하며 펼쳐지는 내용을 그린 작품이다. 

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필수 과정으로 꼽는 것은 ‘인턴’이다. 실무를 직접 경험해 볼 수 있을뿐더러 일찍부터 경력을 쌓는 기회가 된다. 실제 취업을 앞둔 대부분의 학생은 PR‧광고 분야에서 인턴을 경험했거나 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도교수 추천으로 모 PR회사에서 인턴을 했다는 B학생은 “경력직을 원하는 회사가 대부분인데, 대학생이 어딜 가서 경력을 쌓을 수 있느냐”며 “자연히 인턴 경쟁률이 높다. 친구 중 한 명은 C그룹 입사를 원해서 그 계열회사에서만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전했다.

서울 소재 대학교 광고홍보학과에 재학 중인 C학생은 ‘우회전략’ 차원에서 인턴 경험을 쌓았다. 그는 “입사하고 싶은 회사가 TO가 안 난다. 별수 없이 아무 인턴이나 지원했다”며 “인턴에서 바로 정직원으로 전환되기도 하고 처음부터 신입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후자는 거의 없다”고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주변 친구들을 봐도 1년씩은 인턴을 하더라”며 “높은 곳으로 입사하기 위해서는 낮은 문부터 넘은 뒤 차츰차츰 올라가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반면 인턴을 한 뒤 희망진로를 바꾸게 됐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예상했던 것과 다른 업무를 평생 해나가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경우다.

모 PR회사에서 두 달간 일한 D학생은 인턴 기간 중 좋지 않은 경험으로 진로 계획을 변경했다. 그는 “한 달에 25만원 받으면서 9시부터 6시까지 정직원들과 똑같이 일했다. 그런데도 궁금한 게 있으면 말하지 말고 쪽지로 물어보라는 등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며 “하고 싶었던 일을 경험한 뒤 얻은 건 회의감이었다”고 말했다.

E학생 역시 4개월째 PR회사에서 인턴을 하고 있지만 고민이 많다고. 그는 “PR업계로 취직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이 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겉에서 보는 것과 직접 경험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업무강도가 굉장히 터프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런 점에서 인턴 경험은 스펙 쌓기 이상의 가치가 있다. 사회진출을 앞두고 직무적성을 미리 가늠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E학생은 “주변을 봐도 대부분 인턴 경험을 한다”며 “특히 커뮤니케이션 업계 쪽은 인턴을 하면 입사지원 시 플러스가 많이 돼 더 지원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업계 인재난…공채 정례화 필요”

▲ 중간고사, 인턴면접, 스펙, 취업 등을 위해 펜을 든 대학생들. 뉴시스

졸업 전부터 경력을 쌓기 위한 학생들의 치열함을 바라보는 교수들은 취업 구조상의 문제점을 짚었다. 정 교수는 “제일기획이나 이노션처럼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회사는 인(in) 서울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는 것보다 입사 확률이 낮다”며 “심지어 요즘엔 신입을 뽑지도 않고 경력직을 선호해 학생들 입장에선 더 힘들다”라고 말했다.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 문턱을 밟을 기회조차 갖기 힘들다는 것.

정상수 교수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인력들의 인앤아웃(in&out)이 활발한 해외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수십 명이 들어가고 빠지고 해야 스카웃도 일어나고 개중에서 스타가 탄생할 수도 있다”며 인턴마저도 극소수로 선발하는 국내 현실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자유자재로 피가 돌아야 독특한 인재도 발굴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나오는데 구조적으로 그런 가능성을 막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공채의 정례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업계가 어려워지면서 몇 년 전부터 신입사원을 안 뽑는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며 “인재 발굴과 양성 차원에서 광고·PR회사도 일반 대기업처럼 매년 정기 공채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수들이 취업 시장에서의 구조적 문제에 주목했다면, 학생들의 개인적 측면에서 공통된 바람을 언급했다. 쉽게 말해 ‘갑’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D학생은 2달간 인턴을 경험한 뒤 공무원이 되려고 결심했다. 공공분야를 다루는 PR회사보다는 공무원 직책이 자신에게 맞는다고 생각해서다.

또 다른 학생은 직장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대우받는 정도’를 꼽았다. 사회 구조상 ‘을’의 처지에 놓이게 되는 사회초년생의 걱정을 담은 씁쓸한 현실이다.

김병희 교수는 “사실 요즘 (커뮤니케이션학 전공) 학생들은 업계 진출 시에도 PR회사나 광고회사보다는 PR주, 광고주 등 일종의 ‘갑’이 되길 원한다”고 전했다.

반대로 눈높이를 낮추고 낮은 단계에서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 대기업 보다는 비교적 진입이 용이한 길을 찾는 것이다. 전공불문 일단 입사가 목표다. 여자의 경우 백화점, 식품, 가구업종의 영업팀을 지원하는가하면 남학생들은 IT업종의 스타트업이나 PR회사에서 시작하려는 분위가 읽힌다.

F학생은 “작년까지만 해도 대기업 홍보팀이 목표였지만, 지금은 힘들 거라는 것을 잘 안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봤을 때 입사에 성공해도 적응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홍보대행사(=PR회사)에 먼저 도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서울 소재 대학교에서 올해 갓 졸업한 G학생도 취업 준비 초기에는 대기업을 노크했지만 지금은 마지노선부터 생각한다. ‘(연봉이) 얼마까지 내려갈 수 있느냐’의 선을 가장 크게 고려한다고 했다. “주변 기대감에 걸맞게 일정 수준 이상으로 취업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그래도 이만큼 투자했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연봉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학생들의 바뀐 취업 세태를 언급했다. “예전처럼 2~3년을 더 투자해서라도 (한 분야에) 계속 시도하는 학생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면서 대신 “1순위, 2순위를 정해놓고 전공 분야가 아니더라도 일단 취업부터 하려는 경향이 자주 목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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