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브랜드 저널리즘을 찾아서
새로운 브랜드 저널리즘을 찾아서
  • 한승재 (mhan@webershandwick.com)
  • 승인 2016.04.2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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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재의 Techtory] 오감형 콘텐츠로 ‘잔상’을 남겨라

[더피알=한승재] 급변한 디지털 트렌드 중 주요한 몇 가지를 짚어보자. 우선 스마트폰을 빼놓을 수 없다. 2006년 아이폰이 등장한 이후 스마트폰 시장 확대와 함께 소셜미디어가 활성화되면서 온라인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3D 프린터가 생겨나면서는 산업 생산구조에 새로운 변화가 일었고,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또 1인 창작자 시대가 도래하며 자기 이야기를 직접 방송으로 제작, 배포하게 됐다. 정형화된 프로그램에 싫증을 느낀 소비자들은 날것의 새로운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저렴한 VR(가상현실)기기들은 새롭고 확장된 경험을 제공한다. 일반인들도 손쉽게 구매해 전에 없던 경험을 하며, 보급형 360도 촬영 카메라로 과거와는 다른 관점의 콘텐츠를 직접 제작할 수도 있게 됐다.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이같은 기술 트렌드 변화에 맞춰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은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할머니 손맛과 같은 콘텐츠란

12년 전 래리 라이트(Larry Light)는 소비자에게 유익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새로운 테크닉으로 ‘브랜드 저널리즘’을 제시했다.

이후 많은 이들이 고객이 원하는 것을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찾아 그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련기사: 한국적 브랜드 저널리즘의 현주소)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스토리형 콘텐츠가 선을 보였고, 브랜드 이야기를 녹인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도 부각됐다.

브랜드 저널리즘을 요리에 비유하면, 재료는 콘텐츠이고 메뉴는 형식이다. 콘텐츠가 참신하다는 것은 신선한 재료로 만들었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하지만 좋은 재료가 있다고 해서 누구나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할머니의 손맛’과 같은 감칠맛 나는 콘텐츠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스토리화해야 한다. 완성된 음식을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서도 요리의 품격이 달라지는데 이는 플랫폼에 해당된다.

요리의 형태는 크게 △읽는 텍스트 △보는 비주얼 △감상하는 영상(애니메이션) 형태로 나눠진다. 인터뷰·칼럼·에세이·백서·블로그 포스팅이 텍스트 형태에 해당되며, 일러스트·사진갤러리·인포그래픽·카툰·웹툰 등은 비주얼 형태, 오디오·비디오·그래픽노블·모션그래픽·다큐멘터리 등은 영상 에니메이션에 속한다. 앞서 요리를 담는 그릇을 콘텐츠 플랫폼이라 했는데 기존 브랜드 저널리즘은 뉴스룸 형태의 채널이다.

플랫폼 개념 뒤흔드는 ‘혼합현실’

VR기술이 각광받으면서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끈 유니셰프(UNICEF) 영상이 있다. ‘시드라의 구름(Clouds over Sidra)’이라는 영상은 요르단 난민 캠프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20세 여성의 하루를 보여준다. 이 영상을 시작으로 유니세프는 VR 콘텐츠 룸(www.unicef360.com)까지 만들어 지속적인 콘텐츠 개발에 힘쓰고 있다.

VR은 사람과의 교감 없는 가상의 오프라인 콘텐츠다. 현재 게임, 의료, 교육 분야 등을 시작으로 다양한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종종 증강현실(AR)과 혼동하기도 하는데 두 가지를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은 현실세계와의 연결성이다. 즉, 내가 보는 장소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을 AR이라고 하면, VR은 무궁무진한 상상 속 세상을 표현하는 것이다.

전세계 네트워크 속도가 빨라지고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는 상황이 나타나면 VR과 AR의 구분은 무의미해지고, ‘혼합현실(Mixed Reality)’ 시대가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얼마 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의 가장 큰 화두는 모바일이 아닌 5G 이동통신 속도였다. 앞으론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콘텐츠 전송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단순히 모바일에서 빠른 인터넷 검색, 사진 전송, 동영상 플레이 따위의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사물과 이미지를 넘어 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3차원 세상을 실시간으로 경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는 것이다.

VR콘텐츠를 만들더라도 지금은 클라이언트 요구에 맞게 3D로 제작해 오큘러스와 같은 기기에 담는다. 말 그대로 담는 것이다.

▲ 기술의 발달로 앞으론 콘텐츠를 담는 것에 끝나지 않고 확장 개념으로 바뀌게 된다.

그러나 앞으론 담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확장의 개념으로 바뀌게 된다. 또한 이미 만들어진 콘텐츠가 아닌 클라우드를 통해 실시간 영상처리 시스템으로 스트리밍된 콘텐츠를 받아볼 날이 머지않았다. 공급과 수요의 조건이 맞아 떨어진다면 콘텐츠 공급 방식과 제작 형태는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관련기사: 마케팅부터 저널리즘까지…VR의 확장성)

새해 첫날 일출을 보기 위해 동해안에 사람들이 몰리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첫 태양을 집안에서 편히 보고 싶은 사람은 동해안 현장에 있는 VR 스티리밍 중계차와 접속해 생방송으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일출과 함께 새벽바람을 맞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함께 느껴볼 수 있겠다.

좀 더 확대해 생각하면 지구 반대편 다른 시간대의 사람들이 맞는 첫날의 태양도 볼 수가 있다. 이런 식으로 VR을 통해 실시간 현장에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역사적인 장면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며 지속적인 자극제로 남게 될 것이다.

스토리 넘어 감성 자극형으로

PR업계는 지금 전통적 저널리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광고시장도 소비자들의 관심사에 맞춰 새로운 접근법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중이다. 틀에 벗어난 시도를 통해 소비자 관심을 끌어내려면 매력적인 스토리텔링도 필요하지만, 시대 흐름에 맞춰 디지털 테크놀로지 기반의 감성형 콘텐츠 개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브랜드 저널리즘 사례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코카콜라 저니(Coca-cola Journey) 홈페이지는 7가지 섹션으로 구분된다. 브랜드(Brand), 비디오(Videos),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혁신(Innovation), 역사(History), 음악(Music), 잠겨져 있지 않은(Unbolted) 등인데 향후 혼합현실(Mixed Reality)이 보편화되는 시점에선 새로운 카테고리가 등장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관련기사: 해외 사례 통해 본 ‘브랜드저널리즘’)

▲ 코카콜라사의 저니 홈페이지(www.coca-colacompany.com) 메인 화면.

예를 들어 코카콜라에서 후원하는 이벤트가 있다고 치자. 유명 가수의 라이브 공연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VR로 감상할 수 있다면 어떨까? 티켓을 구매하지 않고도 코카콜라가 제공하는 브랜드 콘텐츠를 경험하게 되고, 라이브쇼인 만큼 동시 접속해 관람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행사 이후에는 기록 영상처럼 웹서버에 저장돼 미처 보지 못한 사람들이 찾는 중요 콘텐츠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세계적인 공연을 3D 오큘러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앞으로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어디서 처음 시도하느냐 만으로 브랜드 바이럴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TV서 보던 투우 장면을 VR을 통해 몸으로 경험하게 된다면 어떨까? 플라맹고 춤을 객석이 아닌 바로 옆에서 느낄 수 있다면? 스카이다이빙을 실제처럼 대신한다면?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앞으로 개발해야 할 콘텐츠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개인적으로 애용하는 팟캐스트로 테이트 모던 미술관(TATE Modern Art Museum)에서 운영하는 ‘테이트샷(TateShots)’이 있다. 5분에서 10분가량의 짧은 영상으로, 아티스트 한명씩 인터뷰 형태로 구성해 작품과 함께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게 한다.

해당 영상들을 보면서 항상 아쉬웠던 점은 옆에 있는 작품들을 좀 더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현실적인 이유로 직접 가보지 못하지만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입체적인 예술 작품을 현장감 있게 감상할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에 충분한 요소가 된다.

지금은 보고, 읽고, 듣고, 만지고, 맡을 수 있는 오감형 콘텐츠 개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감각과 감성에 호소하는 콘텐츠야말로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경험(Brand Experience)에 대한 잔상을 오래도록 남기게 된다. 감성 자극형 콘텐츠 개발은 새로운 브랜드 저널리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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