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도 내용도 부적절했던 옥시의 사과
시기도 내용도 부적절했던 옥시의 사과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6.05.03 09: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설솎아보기] 진정성 의심...“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해야”

100여명의 사망자를 비롯해 수백명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낸 옥시가 2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과했다. 사고 발생 5년 만에 처음이다. 그러나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되고 검찰 수사가 영국 본사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부랴부랴 마련한 ‘등 떠밀린 사과’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타 사프달 옥시 한국법인 대표는 이날 “가습기 살균제로 피해 입으신 모든 분과 그 가족 분들께 머리 숙여 가슴 깊이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독립 기구를 만들어 피해자에게 포괄적 보상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옥시 측의 이같은 태도 변화에도 불구하고 사과에는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일단 사과 시기가 너무 늦었고, 구체적인 보상안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위한 ‘인도적 기금’ 100억원은 이미 나온 얘기다.

옥시는 정확한 피해 규모도 “따로 집계한 게 없다”고 했고, 사건의 은폐·조작 등 각종 의혹에도 사실관계는 밝히지 않은 채 “죄송하다”고만 했다.

기자회견은 5분 만에 끝났고 영국 본사의 임직원은 단 한 명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옥시는 “피해자들이 공정한 보상을 받도록 하겠다”면서도 대상을 “정부에서 인정한 1, 2등급 피해자”로 제한했다.

주요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사과는 가해자가 피해자 앞에서 자기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소상히 밝히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옥시의 사과는 시기도, 내용도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옥시는 정화조 청소에나 쓰는 화학물질을 팔면서 인체에 해롭다는 사실을 상식적으로 몰랐을 리 없다”면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해 소비자를 우습게 보면 회사문 닫는다는 인식을 심어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가습기 살균제 피해 기자회견이 열린 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아타 사프달 옥시 한국법인 대표가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주요 신문 5월 3일자 사설>

▲ 경향신문 = 대법관ㆍ검사장 친인척 밝히고 로스쿨 합격했다니 / 옥시 사과 진심이라면 자체 진상 규명에 나서라 / 정운호 법조비리 의혹, '몸통 로비'도 밝혀야

▲ 동아일보 = 구조조정에 韓銀 끌어들여 '부채 공화국' 비난 피할 셈인가 / 北의 우방 이란도 정상회담에서 북핵 반대했다 / 로스쿨 '성공한 부정입학' 취소 못한다는 교육부

▲ 서울신문 = 손 맞잡은 한ㆍ이란 정상, '제2 중동붐' 기대 크다 / 옥시 파동으로 필요성 커진 징벌적 고액 배상 / 공정성 보장하도록 로스쿨 선발 방식 고쳐야

▲ 세계일보 = 사실로 확인된 로스쿨 비리, 근본 개혁 서둘러야 / 옥시는 피해 보상과 진상규명에 최선 다하라 / 북 노동당대회 앞두고 늘어나는 추가 도발 경고

▲ 조선일보 = 北은 우방국 이란 대통령의 "核 반대" 새겨들으라 / 이제야 머리 숙인 옥시, 충분한 賠償만이 속죄의 길 / 제주 기지 훼방꾼 때문에 허비한 세금 탕감하라는 더민주

▲ 중앙일보 = 이란과 경제협력 성공하려면 마음부터 얻어야 / 옥시 영국 본사, 진정 사과한다면 수사 협조하라 / 신뢰 잃은 로스쿨 입시,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 한겨레 = 거부당한 옥시의 부실하고 뒤늦은 사과 / 한 달 뒤 현실화할 '국정원 독재', 막아야 한다 / 로스쿨 '금수저 입학' 논란 더이상 없어야

▲ 한국일보 = 3당 체제의 원내 사령탑, 노련한 협상가가 필요하다 / 北 핵 행로 더욱 좁힌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 / 교육부의 로스쿨 입시 조사 발표, 의혹 해소에 미흡하다

▲ 매일경제 = 한-이란 52조원 협력추진사업 후속조치 잘 챙기길 / 옥시측 보상과 별개로 英본사 개입여부 규명돼야 / 모바일 셧다운제 시행해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막아라

▲ 한국경제 = 구조조정, 정부는 할 일 다 한다고 말할 수 있나 / 엔저 끝? 일본 경제 동요 심상치 않다 / 북한 추가 핵도발은 스스로를 점점 궁지로 몰아갈 뿐이다

한겨레는 ‘거부당한 옥시의 부실하고 뒤늦은 사과’란 제목의 사설에서 “옥시레킷벤키저가 2일 기자회견을 열어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보상안을 내놨다.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 판매를 시작한 지 15년 만이고, 사회문제로 떠오른 지 5년 만이다”고 전했다.

그러나 “옥시의 기자회견 도중 피해자와 가족들이 나와 ‘이제 사과하면 뭐 하냐’, ‘죽은 아이를 어떻게 살려낼 것이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피해자와 가족들은 따로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 침묵하다가 사과하는 것은 쇼에 불과하다. 살인 기업 옥시의 사과는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수사에 나서고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을 벌인 뒤 나온 사과는 진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옥시의 사과는 시기가 너무 늦었을 뿐 아니라 내용도 부실했다. 옥시 측이 밝힌 보상안은 전혀 구체적이지 않았고, 그동안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솔직한 고백이 없는 사과는 제대로 된 사과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역시 ‘이제야 머리 숙인 옥시, 충분한 賠償만이 속죄의 길’이란 사설을 통해 “옥시는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인정한 후 4년 반 동안 피해자들이 380차례 이상 시위를 했는데도 면담 한 번 해주지 않았다. 시민단체들의 불매 운동이 벌어지자 억지로 사과한 것 아닌가 하는 인상마저 준다. 피해자들이 진정성 있다고 느끼기엔 늦어도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조선은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영국 본사가 어느 정도까지 개입했는지,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문제를 은폐·조작했는지 등을 확실하게 밝혀내야 한다. 옥시는 이제라도 피해자들을 찾는 데 적극 협조하고 드러난 피해는 끝까지 책임지며 속죄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신문은 ‘옥시 파동으로 필요성 커진 징벌적 고액 배상’란 사설에서 “옥시는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를 우리나라에서만 팔았다. 정화조 청소에나 쓰는 화학물질이어서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상식적으로 몰랐을 리 없다. 인체에 치명적인 생활용품 유통을 방치해 1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사고는 나라 밖에서 알면 낯 뜨거울 후진국형 참사다. ‘제2의 세월호 참사’라며 국민들이 분노하는 까닭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업이 소비자를 무서워하지 않고서는 제2의 가습기 참사를 막을 수 없다. 불매 운동이 한창인 지난주에도 롯데마트, 홈플러스, 이마트는 옥시 제품의 대대적 판촉행사를 진행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해 소비자를 우습게 봤다가는 영영 회사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인식을 심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옥시 영국 본사, 진정 사과한다면 수사 협조하라’란 사설에서 “만약 이 같은 사건이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 발생했다면 옥시 측은 어떤 조치를 내놓았을까. 옥시의 사과가 정말 진정성에 바탕을 둔 것이라면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경향신문은 ‘옥시 사과 진심이라면 자체 진상 규명에 나서라’는 사설에서 “사과 내용을 뜯어보면 진심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돈 몇 푼으로 어물쩍 넘어가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옥시는 검찰 수사와는 별도로 자체 진상 규명을 벌여 그 결과를 피해자와 가족들 앞에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 그런 다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제공 논객닷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