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마주한 언론, ‘은근한 비판’ 쏟아내
김영란법 마주한 언론, ‘은근한 비판’ 쏟아내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6.05.1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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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시행령 발표되자 비판적 논조 기사‧사설들로 제언

[더피알=문용필 기자] 지난해 3월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령이 발표되면서 법 적용대상인 언론들이 이에 대한 ‘은근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다만, 김영란법 자체가 공직사회 부패를 방지한다는 건설적 취지에서 마련됐고 찬성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법률안 내용을 직접적으로 지적하기보다 ‘내수경기 침체 우려’라는 명분을 내세워 수정·보완책을 촉구하는 모습이다.

▲ 9일 김영란법 시행령의 주요내용에 대해 설명하고있는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 뉴시스

지난해 법 통과를 앞두고 언론인을 적용대상에 포함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강한 반대의 목소리에서 다소 톤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김영란법에 대한 언론들의 불편한 속내는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 오는 9월 본격적인 법 시행을 앞두고 언론들이 향후 어떻게 여론을 만들어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상파 3사, 한목소리로 ‘경기침체’ 우려

국민권익위원회는 김영란법 시행령을 오는 13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권익위가 마련한 시행령에는 김영란법에서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접대 상한액이 적시돼 있다. 간단히 정리하면 식사(다과, 주류, 음료 포함)는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으로 제한된다.

이는 지난해 법 통과당시 기준으로 예상됐던 공무원윤리강령(식사 3만원, 경조사비 5만원)보다는 상향조정된 금액이다.(관련기사: 언론사 포함된 김영란법, 언론홍보 변화 가져올까) 입법취지와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로 나타난 일반국민 인식수준, 상호부조 성격의 경조문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권익위는 시행령 내용을 발표하면서 “입법예고안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40일간의 입법예고 기간 동안 공청회 등을 통해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바라보는 언론들의 시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아 보인다.

▲ 9일 방송된 kbs '뉴스9'의 김영란법 관련 리포트 화면. kbs 방송화면 캡쳐.

우선, 시행령이 공개된 9일에 지상파 3사는 모두 메인뉴스를 통해 법 시행 이후 ‘내수 경기’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들을 전했다.

KBS ‘뉴스9’는 뉴스 후반부에 김영란법 시행령 관련 소식을 2개 리포팅에 걸쳐 보도했다. 이중 ‘이슈&뉴스’ 코너에선 “명절 선물세트로 인기인 한우와 인삼, 고급 과일세트는 대체로 5만원이 넘는다. 그래서 당장 농축산업계에서는 김영란법의 직격탄을 맞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여기에 ‘시름에 잠긴’ 여의도‧광화문 일대 식당가와 ‘비상’이 걸린 화훼업계의 표정도 담았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경제가 투명해지고 로비자금이 줄어든다면 경제 성장에 긍정적이라는 기대도 함께 나온다”는 멘트로 보도의 균형을 맞췄다.

SBS ‘8뉴스’는 북한 노동당대회 소식 다음으로 김영란법 시행령 관련 뉴스를 배치했다. 논조는 비교적 ‘드라이’했다. “한우와 굴비처럼 5만원이 넘기 쉬운 선물은 대상에서 빼달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선물허용에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고 보도했다. SBS는 따로 분석이나 해설기사를 넣지 않고 관련 보도를 마무리했다.

반면, MBC ‘뉴스데스크’는 3개 꼭지에 걸쳐서 김영란법 시행령 관련 소식을 다뤘다. 꼭지 수만 놓고보면 지상파 3사 중 가장 비중 있게 보도한 셈. KBS와 SBS에서 톱뉴스로 자리잡았던 북한 노동당대회 관련 소식도 김영란법에 밀렸다.

특히 ‘김영란법 고깃집·횟집 영향권, 선물도 제한될 듯’이라는 제하의 리포트를 통해 “고깃집에서 한우를 먹을 경우 1인당 3만원 이하의 메뉴를 찾는 건 사실상 어렵고 호텔 레스토랑이나 한정식집도 1인당 식사비가 3만원 이상인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 9일자 mbc '뉴스데스크'의 김영란법 관련 보도. mbc 방송화면 캡처.

이어 “선물 금액 기준인 5만 원을 적용하면 백화점에서 살만한 선물은 햄이나 참치캔 세트 정도”라며 “저렴한 편인 과일세트나 곶감세트 등도 백화점에선 대부분 5만 원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시행령에 적시된 상한 금액이 현실성에 맞지 않는다는 논조가 읽힌다.

“형평성‧언론자유 차원에선 부적절”

김영란법 시행을 내수경기와 연관지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비단 지상파 방송사 뿐만이 아니었다. 10일자 주요 일간 종합지 및 경제지에서도 기사와 사설을 통해 문제제기에 나섰다.

1면 톱기사로 김영란법 시행령 관련 기사를 배치한 <동아일보>는 “지난해 3월 국회 통과 때 적용 대상에 민간인 신분인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이 포함된 반면 국회의원은 예외 조항을 둬 당초 취지에서 벗어난 누더기법이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며 “이번 시행령안에서 선물가액을 올려야 한다는 농·축·수산업계 요구는 형평성을 이유로 수용되지 않았다. 관련 업계는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고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설을 통해서는 보다 분명한 주장을 펼쳤다. 동아는 ‘내수 위축시킬 김영란법 시행령, 모법(母法)부터 보완하라’는 제목 아래 “한우 선물세트의 90% 이상이 10만 원을 넘는다. 농축수산업계와 화훼업계는 침통한 분위기”라며 “이 법이 시행되는 9월 28일 이후 내수가 급속히 침체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매일경제> 역시 사설에서 비슷한 논조를 보였다. 매경은 “농축수산·외식업 관계자들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소비 감소로 인한 충격이 예상된다며 음식·선물값 허용 금액을 높여달라고 요구해왔는데 이번 시행령은 그런 우려를 잠재우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한국경제> 역시 “입법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부작용은 최소화해야 한다”며 “농어민, 자영업자의 절박한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1면과 2면에 걸쳐 ‘대통령 내수 걱정에도 김영란법, 그대로 간다’ ‘농가 “명절특수 끝났다”’ ‘백화점 “선물 판매량 감소 불가피” 음식점 “누가 마음 편히 밥 먹겠나”’ 등의 제목을 붙인 관련 기사들을 배치했다.

▲ 10일자 한국경제 2면. 한국경제 온라인판 캡처.

<중앙일보>는 ‘한우협회 “김영란법은 수입 쇠고기 권장법”’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내수경기 문제를 거론했다.

중앙은 “실제 (농수축산) 업계에선 김영란법이 이대로 발효될 경우 내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법이 기업 등 경제주체의 심리를 위축시켜 자칫 ‘부정청탁’과 거리가 먼 정상적인 상거래까지 얼어붙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전국한우협회와 한국농축산연합회, 수협 등 관련 단체들의 불만섞인 목소리를 전했다.

또 사설에선 사립학교·언론사 등 민간 영역까지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점을 놓고 “법의 형평성이나 언론 자유 차원에서 부적절하고 적용 대상자도 300만 명이 넘어 법 집행의 실효성이 담보되기 어렵다”며 “과감히 수정해 국민들에게 엉뚱한 불편을 주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도 언론인이 적용대상에 포함된 데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 등의 자녀·친척 취업 청탁을 막기 위한 이해충돌 방지 조항도 제외됐다. 국제적으로 공인된 반부패 정책의 핵심이 빠진 것”이라며 “대신 공직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 대학병원 종사자 등을 적용 대상에 슬쩍 끼워 넣었다. 김영란법을 물 타기하려는 꼼수가 아닐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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