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히로시마행이 주는 불편함
오바마의 히로시마행이 주는 불편함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6.05.1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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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솎아보기] 원폭 투하 이후 美 대통령의 첫 방문...“전범국에 면죄부로 작용해선 안돼”

[더피알=강미혜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일본 히로시마 방문 결정을 놓고 한·미·일 삼국 간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정치적 확대해석을 경계하며 ‘비핵 외교’로 선을 긋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히로시마 원폭 희생자들에 대한 ‘사과의 제스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일본이 일으킨 전쟁범죄의 피해국인 한국 입장에선 일본의 ‘이미지 세탁’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1945년 8월 6일 미국의 히로시마 원폭 투하는 2차 세계대전 종전을 이끌었지만, 그로 인해 20만명 이상의 무고한 시민이 희생됐다는 양면적 의미가 있다. 71년 간 역대 미국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찾지 않은 것도 이같은 역사적 민감성 때문이었다.

그런 만큼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은 ‘상징적 사건’으로 여겨지기 충분하다. 오는 26,27일 일본 미에현 이세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히로시마로 이동해 평화기념공원 내 원폭 사망자 위령비에 참배한다는 계획이다.

주요 신문들은 오바마의 히로시마행이 전범국 일본에 면죄부를 주는 의미로 받아들여져선 안 된다고 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미일동맹 강화 속 한국 외교의 현실을 냉정히 직시할 것을 당부했다.

▲ 지난 3월 미국 워싱턴 핵안보 정상회의 중 오바마 대통령이 아베 일본 총리와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다. ap/뉴시스

<주요 신문 5월 12일자 사설>

▲ 경향신문 = 오바마가 히로시마 방문에 앞서 생각해야 할 것들 / 총선 민의 망각하고 ‘도로 친박당’ 선언한 새누리당 / 가습기 살인을 국가와 무관한 개인 문제라던 정부·여당

▲ 동아일보 = ‘殺人살균제’에 무책임 행정, 환경부장관 경질하라 / 美오바마 대통령의 첫 히로시마 방문을 주시한다 / 검찰 ‘최고 劍客’ 소리 듣던 홍만표 변호사의 추락

▲ 서울신문 = ‘백억 수임료’ 최·홍 변호사, 檢 명운 걸고 수사하라 / ‘이란 특수’ 치밀한 후속 조치로 결실 키워야 / 안이한 미세먼지 대책, ‘옥시 파동’ 재현할 텐가

▲ 세계일보 =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 전범국 면죄부 아니다 / 반성·쇄신 없는 정진석 비대위로 무슨 미래 열겠나 / 입양 가로막는 입양특례법 빨리 고쳐라

▲ 조선일보 = 지금은 국회 제도 근본 개혁 위한 千金의 기회 / 히로시마 가는 美 대통령, 日 ‘피해자 행세’엔 선 그어야 / 변호사 1년 수입 91억, '전관예우' 없이 가능했겠나

▲ 중앙일보 = 오바마의 성급한 히로시마 방문 유감스럽다 / 비상벨 수리해야 해운·조선 사태 재발 막을 것 / 검찰, 홍만표 ‘전관예우’ 의혹 비켜가선 안 된다

▲ 한겨레 = ‘전관 검사’ 수사, 시험대에 오른 검찰 /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이 성과를 거두려면 / 지자체 싸움 조장하는 행자부의 지방재정 개혁안

▲ 한국일보 = ‘협치’ 첫 시험대가 될 20대 국회 원구성 협상 / ‘임을 위한 행진곡’은 제창돼야 한다 /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 日 역사책임 흐리지는 말아야

▲ 매일경제 = 노동법 개정하는 프랑스의 담대한 몸짓을 보라 / 靑 직속 미세먼지 범정부 특별대책기구 만들어야 / 오바마 히로시마 방문과 한국 외교의 냉엄한 현실

▲ 한국경제 = 여소야대 믿고 목소리 높이는 노동계…개혁은 주저앉는가 / 中 인민일보에 보도된 최고위급의 경제정책 비판 / 오바마가 히로시마를 방문할 때 잊어서는 안되는 사실

한겨레는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이 성과를 거두려면’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핵무기 없는 세계’를 추구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해왔으며, 이번 방문도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다”며 “미국이 밝힌 취지는 타당성이 없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겨레는 2차대전과 식민지배 등 전범국 일본의 만행을 꼬집으며, “중요한 것은 ‘피해자 일본인’과 구별되는 ‘가해자 일본’의 책임을 분명하게 묻는 일이다. 일제 피해국들이 수긍할 수 있는 내용이 돼야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이) 나름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역시 “피폭의 참화를 초래한 원인 제공자는 일본 자신이란 사실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하며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이 자칫 일본의 피해자 이미지만 부각시키고, 진짜 피해자인 한국·중국 등 주변국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원폭 투하 국가의 현직 대통령이 무고한 희생자를 추모하는 것을 평가절하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여타 언론의 시선과 마찬가지로 “주변국 침략의 역사를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집권기에 이뤄진 방문은 그의 행동을 지지한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경향은 “아베 정권은 군사대국화와 역사왜곡을 일삼고 있다. 심지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과거 정부가 인정하고 사과한 사안조차 번복하거나 수정하려 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이 일제에 대한 면죄부가 아님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한국과 일본이 보다 가깝게 협력함으로써 역사적 차이를 다루어 나가도록 압박하는 의미도 있다’는 뉴욕타임스의 분석기사를 인용해 “미일 관계처럼 ‘과거보다 미래’를 중시하라는 메시지를 던지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아는 “아베 정권이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일본의 전쟁 책임 물 타기에 이용하며 침략과 가해의 역사를 외면한다면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조선일보는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으로 일본의 피해자 행세가 마치 성공하는 듯한 광경을 보면서 오바마가 정말 피해자인 아시아 여러 민족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진다”고 일침했다.

매일경제의 경우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을 “한국 외교의 냉엄한 현실을 새삼 일깨워주는 것”으로 바라봤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일이 더욱 밀착할수록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은 높아지고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는 우리의 딜레마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 매경은 “미국은 핵무기 없는 세상을 주창하면서도 정작 한반도의 가장 큰 위협인 북한 핵에 대해서는 ‘전략적 인내’로 일관하고 있고, 중국은 북한에 대한 통제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한·미 동맹을 견제하는 데 더 열심이다”면서 “미·일 정상이 나란히 히로시마의 위령비에 헌화하는 역사적 장면을 지켜보며 더욱 숨가쁘게 변해가는 국제질서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지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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