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 갈등, 언제까지 되풀이해야 하나
‘임을 위한 행진곡’ 갈등, 언제까지 되풀이해야 하나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6.05.1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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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솎아보기] 합창 vs 제창, 대통령 결단 촉구

[더피알=안선혜 기자] 국가보훈처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36주기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齊唱)과 기념곡 지정을 불허해 논란이 일고 있다. 

원하는 사람에 한해 합창단의 노래를 따라 부르도록 하는 기존 합창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기로 한 것. 참석자의 ‘자율 의지’를 존중한다는 게 이유지만 시민단체와 야당은 5·18 정신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 5·18광주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식을 이틀 앞둔 16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36주년행사위원회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연 뒤 '임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뉴시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지난 1997년 5·18이 정부기념일이 된 이후 줄곧 참석자가 다 함께 부르는 제창곡이었다가, 보수단체가 이념적 성격이 배어 있는 노래를 다같이 부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2009년부터 합창곡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지난 13일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기념곡 지정과 제창을 요청했는데, 불허로 결정되자 합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협치의 정신을 깼다며 박승춘 보훈처장의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또한 보훈처에 재고를 요청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국론 분열이 생기지 않는 좋은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하겠다”고 화답했기에, 긍정적 해결을 기대하던 입장에서 반발이 큰 모양새다.

주요 언론들은 8년째 되풀이되고 있는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했다. “모처럼 조성된 협력의 정치 분위기가 망가질까 우려된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주요 신문 5월 17일자 사설>

▲ 경향신문 =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는 협치 거부다 / 폭스바겐 소송한 노르웨이 국부펀드로부터 배워야 할 것 / 세계 80위로 떨어진 한국 환경정책, 이대로 둘 수 없다

▲ 동아일보 = 靑 안종범·강석훈 경제 투톱, 전권 쥐고 구조조정하라 / 5·18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을 왜 보훈처장이 결정하나 / 사드든, 美 MD체계든 北위협 맞설 모든 수단 확보해야

▲ 서울신문 = 19대 국회 민생법안 결자해지해 오명 씻어야 / ‘공기 질 173위’ 대한민국, 숨쉬기가 두렵다 / 생활 화학제품 유해성 심사 강화하라

▲ 세계일보 = ‘임을 위한 행진곡’ 갈등 이제 끝낼 때 됐다 / 환경정책 비웃는 공기 질 세계 최하위권의 현실 / 옥시 유해성 알고도 막지 못한 시스템 손질해야

▲ 조선일보 = ‘디젤車 배출 가스 조작’ 철퇴 가해 국민 건강 지켜야 / 법조 비리, ‘전관예우’ 못지않게 ‘親分예우’ 심각하다 / 내년 5·18 땐 ‘제창·합창 대립’ 재연되지 않아야

▲ 중앙일보 = ‘청와대 추종당’ 안되겠다는 정진석·김용태 / 가습기 살균제 국내 유통업체도 철저히 수사하라 / 경유차 오염 실태 확인하고도 대책 못 내놓는 정부

▲ 한겨레 = 임을 위한 행진곡 파문과 대통령의 ‘광주 인식’ / 위험성 큰 ‘한·미·엠디’ 공동훈련 참가 / 정부가 키우는 ‘집단탈북 의혹’

▲ 한국일보 =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지 못할 이유가 뭔가 / 경유차 규제 정책 서둘러 미세먼지 줄여나가야 / 정치 위선과 도덕 불감증이 낳은 남미 위기

▲ 매일경제 = 공기질 최하위권 불명예 미세먼지 대책 시급하다 / 구조개혁 속도 내라는 OECD 충고 새겨들어라 / 19대 마지막 본회의 생산적 입법의 장 돼야

▲ 한국경제 = ‘공기 질 세계 173등’이라는 이 괴이쩍은 소동 / 신산업 규제 여전…21세기 한국에 ‘적기조례’ 망령이 / 해외자원개발은 아예 포기하자는 것인가

경향신문은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는 협치 거부다’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번 결정을 내린 기저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에 종북 색깔을 입혀 5·18의 대의를 지우려는 대통령의 퇴행적 역사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향은 “국론 분열을 일으키지 않는 좋은 방법을 찾도록 대통령이 지시한 것이 오히려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결과가 됐다”며 ‘국론 통합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내려진 결정으로 알고 있다’는 청와대의 해명을 놓고도 “보훈처에 책임을 미루려는 비겁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 또한 “왜 보훈처장이 이 문제의 결정권을 쥐고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 5·18 노래 문제로 모처럼 조성된 협치의 분위기가 깨져선 안 될 일”이라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놓고 갈등을 더 키우지 않으려면 보훈처에 결정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결정하고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미국 해리 트루먼 대통령 등의 예를 들어 대통령의 책임과 결단을 촉구했다.

조선일보는 8년째 되풀이되고 있는 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면서 “대통령은 내년 5·18 기념식 때는 이런 논란이 재연되지 않도록 충분한 검토와 설득 과정을 거쳐 결론을 내리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역시 대통령의 책임을 강조한 부분이다.

이 신문은 “제창으로 바꿔야 한다는 쪽이나 합창을 유지해야 한다는 쪽이나 타당성이 있고 반대하는 이유도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이 일 하나로 여야정이 한자리에 모여 실업과 일자리, 산업 구조조정 문제들을 논의하겠다고 했던 합의까지 깨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찬반에 서기보다는 민생문제 해결로 시선을 돌리는 모습이다.

한국일보는 보훈처의 이번 제창곡 지정 거부를 놓고 “보훈·안보단체 전문가들의 의견을 이유로 한 근시안적 결정”이라 바라봤다.

“이 노래가 북한에서도 불리고 있고, 노래 탄생 배경이 반체제적이라는 보수단체의 반대 논리는 반대를 위한 반대에 불과하다”며 “북한이 이용하는 게 문제라면 ‘고향의 봄’이나 ‘우리의 소원은 통일’같은 노래도 초등학생에게 가르치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라고 한국은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굳이 협치를 위한 정부 양보로 볼 것까지도 없다”며 “멀쩡히 제창돼 오던 노래를 정부가 갑자기 합창으로 바꾸어 평지풍파를 불러일으켰으면, 이를 바로잡아 국가적 논란을 해소하는 것 또한 정부의 당연한 책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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