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맨부커상 수상, 일회성 낭보로 그치지 않으려면
한강 맨부커상 수상, 일회성 낭보로 그치지 않으려면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6.05.1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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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솎아보기] 한국문학 세계화 계기 삼아야…번역가 양성도 과제

[더피알=문용필 기자] 한국문학계에 모처럼 낭보가 날아들었다. 한강 작가의 장편소설 ‘채식주의자’가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룬 것. 한국문학이 이를 계기로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영국 맨부커상 선정위원회는 현지시각으로 지난 16일 올해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채식주의자를 선정했다. 한 작가와 그의 작품을 영어로 옮긴 영국인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가 공동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3개의 연작으로 구성된 채식주의자는 개가 죽어가는 어릴적 기억으로 인해 육식을 거부하고 자신이 나무가 되어간다고 생각하는 주인공 영혜를 둘러싼 이야기. 이 과정에서 인간의 폭력성이 그려졌다. 지난 2007년 출간됐으며 2년 뒤에는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아시아 작가의 작품이 맨부커 수상작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한 작가의 작품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올해 만 46세인 한 작가는 현재까지 최연소 맨부커상 수상자라는 기록도 갖게 됐다.

▲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 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 뉴시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서점가에서는 ‘한강 신드롬’이 일고 있다. 인터넷 서점 예스24는 채식주의자의 맨부커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17일 18시 현재 판매량이 전일 대비 약 38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알라딘은 “수상 소식이 집중 보도되었던 (17일) 오전 9시~11시 사이에는 1분에 7권씩 판매되는 등 기록적인 판매량을 보였다”고 전했다.

국내 언론들도 한 작가가 거둔 쾌거에 고무된 모습이다. 주요 신문들은 18일자 사설을 통해 한 작가의 수상을 축하하면서 한국문학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시각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기회를 살리기 위해선 훌륭한 번역가 양성에 힘써야 한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주요 신문 5월 18일자 사설>

▲ 경향신문 = 소설가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과 한국 문학의 과제 / 친박의 패권주의가 새누리를 공멸로 몰고 있다 / 공기 오염원 경유차 천국인 한국, 더 이상 방치 안된다

▲ 동아일보 = 與 비대위 깨버린 친박, 보수정권 내놓고 廢族될 참인가 / 환경부 명예 걸고 닛산車 ‘디젤 게이트’ 입증할 수 있나 / 한강의 맨부커賞, 모처럼 상큼한 K문학의 쾌거

▲ 서울신문 =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 한국문학의 경사다 / 새누리 계파 갈등, 당 와해도 불사할 텐가 / 정규직 고용보호 완화 권고한 OECD

▲ 세계일보 = 친박 비박 계속 싸울 거면 차라리 갈라서라 /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 한국문학의 새 길 열다 / “해외 자원개발 포기”…자원빈국 현실 벌써 잊었나

▲ 조선일보 = 총선 民心 거역하고 당 망가뜨리는 親朴 구제 불능 작태 / ‘한국 소설도 세계적 수준’ 보여준 맨부커賞 작가 한강 / 대기오염 부추긴 디젤車 우대 정책 하루빨리 없애라

▲ 중앙일보 = 새누리, 이럴거면 차라리 당 쪼개라 / 유해화학물질 위협 못 벗어나면 미래도 없다 / 번역의 힘 일깨운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

▲ 한겨레 = 혁신 거부하는 새누리당 친박계의 자멸 행위 / 5·18 희생자 능멸하는 전ㆍ현직 대통령들 / 한국 문학의 쾌거,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

▲ 한국일보 = 새누리당을 난파 위기로 몰고 있는 친박계의 몽니 / ‘막무가내’ 박승춘 보훈처장 경질해야 /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 한국문학 도약의 계기로 삼자

▲ 매일경제 = 비대위·혁신위 출범 무산, 새누리당 내분 한심하다/이공계 병역특례 폐지, 국가경쟁력 훼손 우려 크다/ ‘문학 한류’ 희망 보여준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

▲ 한국경제 = 로스쿨 등록금 끌어내린 정부…가격 개입의 유혹 / 조선3사 생산능력 30% 일률삭감론 말이 되나 / 지방법인세, 세금폭탄도 문제 기초단체 독식도 문제

동아일보는 “해마다 한국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기다려보지만 안타깝게 꿈을 이루지 못했다”며 “해외에서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문학의 터전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먼저다. 이번 수상이 작가 개인의 영예를 넘어 ‘문학의 한류’로 이어지는 도약의 기틀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채식주의자’는 한국 문학이 3세계 변두리 문학에 머물지 않고 세계 문학의 본류에 동참하는 통과 의례를 치러냈다”며 “우리 문학이 더 멀리 도약하고 한국인의 문학 사랑을 되살릴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신문도 “우리 문학이 세계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수상의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종 후보에 올라 경쟁했던 작가들 중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르한 파무크 등도 끼어 있었다”며 “그런 쟁쟁한 후보들의 프리미엄을 제치고 세계가 우리 문학의 성취를 알아본 것”이라고 이번 수상을 높게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한강 작가의 수상으로 표절 및 문단권력 논란과 장기불황 등으로 침체에 빠진 한국문학은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를 문학의 터전을 제대로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한국문학번역원을 중심으로 스미스와 같은 젊고 열정적인 원어민 번역가들을 양성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모처럼 찾아온 문학의 세계화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노벨문학상은 타령을 한다고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작가와 번역가, 독자들이 저변을 차근차근 다져 옥토를 만든 뒤에야 수확할 수 있는 열매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역시 ‘번역의 힘’을 강조했다. 신문은 “‘채식주의자’는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한 획을 그었다. 우리 소설도 언어장벽을 넘어 외국에서 얼마든지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그간 제기돼 온 번역의 중요성을 확인시켰다. 삶의 폭력성을 천착해 온 한강의 문학세계를 유려하게 옮긴 번역자 스미스의 뒷받침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한국 문학은 외부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문학의 보고라고도 할 수 있다. 이 보고가 세계인을 향해 열리려면 번역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며 “훌륭한 번역이 함께할 때 한국 문학이 노벨상을 받는 날도 더 빨리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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