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화학품 성분표시 의무화? 홍보문구부터 손질하자
생활화학품 성분표시 의무화? 홍보문구부터 손질하자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6.05.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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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사항과 배치되는 이질적 단어들…작은 아이디어로 ‘저항적 소통’ 제안

[더피알=강미혜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이슈화되면서 탈취제와 방향제, 살충제 등 생활 속에서 흔히 사용되는 화학제품 전반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살균·보존제 성분이 들어있지만 공산품으로 분류돼 정확한 성분명이나 함유량 등을 알 수 없다는 점이 불안요소다.

이들 제품은 대부분 분무 형태라 피부 접촉이나 호흡을 통해 흡입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용기나 포장지에 성분 표시가 돼 있지 않아 안전성이나 유해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일상용품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른 채 구매해 주의 없이 습관적으로 사용해 온 셈이다.

▲ 가습기 살균제 여파로 생활화학품 전반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옥시 제품이 진열돼 있는 대형마트 매대. 뉴시스

이 때문에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화학제품들의 성분표시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가운데, 한편에선 특정 제품들의 과도한 홍보 메시지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공소통 캠페인 ‘라우드 프로젝트(LOUD project)’는 여름철을 앞두고 출시되는 가정용 화학제품들에 불필요한 미사여구가 사용되고 있다며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예를 들어 파리모기 살충제는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사용상 주의사항으로 ‘환기가 되지 않는 곳에서는 살포하지 말 것’ ‘분사제의 냄새가 날 경우 충분히 환기할 것’ ‘피부나 음식물에 닿지 않도록 할 것’ 등이 명시돼 있다.

▲ 가정용 살충제에 향기를 강조한 제품 패키지 예시. 출처=라우드 프로젝트 사이트(loudproject.com)

그런데 용기에 표기된 홍보문구를 보면 ‘천연’과 ‘자연’, ‘OO향’ 등의 단어들이 쓰일 때가 많다. 내용물이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경고하면서 이질적 표현을 덧입혀 구매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라우드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이종혁 광운대 교수(공공소통연구소 소장)는 “살충제라는 제품 본질에 걸맞지 않는 홍보 메시지, 주의사항과 배치되는 행동을 유발할 수 있는 어휘들이 지나치게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제75조 의약외품 기재상의 주의에는 ▲제품 특징은 허가된 범위에서 충분히 객관성 있는 내용만을 기재할 것 ▲효능·효과를 거짓 또는 과장하는 인상을 주는 약리작용을 기재하지 아니할 것 ▲사용상 주의사항은 알아보기 쉽도록 명확하게 기재할 것 등이 명시돼 있을 뿐 홍보문구에 대한 별다른 기준은 없다. ‘향기’ 등을 소재로 한 제품소구가 일반화돼 있는 이유다.

▲ 가정용 살충제 '향기 홍보'에 작은 저항을 위해 라우드가 제작한 픽토그램. 

이 교수는 “결국 안전을 위해 살충제나 살균제 구입시 상표와 홍보메시지 보다는 주의사항을 꼼꼼히 읽어봐야 한다”면서도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지나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 픽토그램을 통한 ‘저항적 소통’을 제안했다.

가정용 살충제 용기 등에 간단한 이미지와 함께 ‘냄새 맡지 마세요’라는 문구를 삽입해 스스로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 방식이다.(사진 참고)

이같은 작은 아이디어를 적용함으로써 제품의 올바른 사용법과 유의사항을 정확하게 알리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교수는 “과도한 홍보문구는 단기적 판매율 상승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 차원에서 보면 제품 신뢰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예상치 못한 위기에 봉착할시 그런 홍보·마케팅 활동이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며 소비자와의 상호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PR활동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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