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이윤주 기자] 연출된 장면 속 홍보인과 기자는 어떤 모습일까. 누군가는 ‘실제로 저렇다고?!’ 생각하지만 일선 홍보인의 반응은 둘 중 하나다. 서글픈 모습에 공감하거나 과장된 연출에 웃고 넘기거나. 그들이 등장하는 영화를 현실을 사는 홍보인의 시선에 비춰봤다. |
# 대기업 홍보팀장 이상훈은 술집에서 벌어진 회장의 폭행 사건 기사화를 막기 위해 언론사 국장을 만난다. 장소는 고급 횟집.
갖은 종류의 술과 음식이 차려져 있지만 국장은 “음식으로 로비하는 게 제일 저열한 거지”라며 “음식은 손 안대고 술만 마시겠다”고 신경전을 벌인다. 맥주와 소주를 섞어 계속 권하는 국장. 내일자 조간으로 기사를 풀겠다고 은근한 협박(?)을 이어간다.
상훈은 술잔을 계속 받아 마시며 관행대로만 해달라고 한다. 협조를 안 하면 언론사에 싣는 광고를 빼겠다며 맞수를 둔다.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지 않습니까.”
↳ 홍보인이라면 한번쯤은 볼만한 영화에요. 홍보팀장이 하는 일 중 하나는 잘못된 기사나 부정적으로 나온 기사를 쓴 언론사 데스크를 만나는 일입니다. 큰 사건이면 사장을 대동하기도 하고요.
저 장면처럼 살벌한 분위기라기 보단 화기애애할 때가 많아요. 실상 잘못은 회사나 오너가 했지 홍보팀장이 한 건 아니니까. ‘본론’도 바로 꺼내지 않아요. 에둘러 다른 얘기를 하다가 잠깐 부탁하죠. “잘 봐주십쇼.”
↳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런 일엔 돈, 상품권 등 대가가 따랐어요. 그걸 받으면 그 자리로 오케이지만, 안 받으면 광고를 요구해요. 사안에 따라 천만원대에서 몇십억대까지요. 사실 영화처럼 틀어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최근 한 대기업과 모 신문사가 갈등을 빚다 광고가 몇 달간 끊어진 일도 간혹 있어나지만요.
↳ 실제로 엄청나게 큰 사건이 아니고선 광고를 무기로 쓰는 일은 드물어요. 저런 접대자리는 많아요. 크고 작은 기사라는 차이만 있을 뿐이죠.
↳ 담당기자는 모르고 윗선끼리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어요. 일명 ‘고공플레이’라고 해요.
↳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 노골적으로 드러내진 않죠. 돌려 말하면서 핵심으로 들어가야지, 대놓고 하면 기자가 자존심 상해합니다.
↳ 노출하면 안 되는 내용을 물어보면 회사기밀이라고 대답하거나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에 말 못 한다고 해야죠. 기자들 경조사를 챙기거나 안부전화를 하지만 저 정도는 아니에요.
그가 대낮부터 술을 마시는 이유
# 점심부터 소맥을 연거푸 마신 상훈은 회사로 복귀한다. 로비에서 껌을 꺼내 씹는 모습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사무실 한 가운데서 헛구역질을 몇 번 하고 자리에 앉은 상훈.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쉬고 이내 테이블에 일렬로 정리된 신문 기사들을 살펴보기 시작한다.
↳ 흔히 홍보인은 술이 세야 한다고 하죠?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과거엔 심했어요. 사무실에서 자는 한이 있더라도 술자리에선 끝까지 목적을 달성해야 하니까 견뎠죠. 만취한 기자를 엎고 집에 데려다 주다가 발목 삔 모 과장이 생각나네요.
↳ 낮에 술 마시는 경우가 많진 않고 간혹 있어요. 하루는 너무 많이 마셔서 3시쯤에 사우나를 다녀오겠다고 하고 회사를 나왔어요. 그러다 사우나에서 잠든 거죠. 눈을 뜨니 밤 12시였고 회사, 기자, 가족 등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가 찍혀 있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