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PR은 ‘뮤지엄위크’처럼
비영리PR은 ‘뮤지엄위크’처럼
  • 임준수 (micropr@gmail.com)
  • 승인 2016.05.30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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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수의 캠페인 디코딩] 7일, 7#, 7색
※ 이 칼럼은 2회에 걸쳐 게재됩니다.

① 뮤지엄위크의 7일, 7#, 7색
② 캠페인의 5가지 교훈

[더피알=임준수] 전 세계의 미술관, 박물관이 참여하는 ‘뮤지엄위크(MuseumWeek)’라는 소셜미디어 캠페인이 지난 3월 26일부터 일주일간 펼쳐졌다. 주최 측은 ‘트위터상의 첫 번째 전 세계적 문화 이벤트’라고 홍보했다. 비영리기관의 잘 짜인 전략PR의 사례로 평가된다.

이 캠페인은 2014년에 시작했는데 해가 갈수록 참여하는 기관과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는 69개국 3000여개의 미술관과 박물관이 참여했다. 캠페인 웹사이트(museumweek2016.org)를 방문하면 프랑스와 영어를 선택할 수 있다.

2015년에 낸 홍보물을 보면 뮤지엄위크 캠페인은 트위터사와 프랑스 12개 박물관이 공동 기획하고 프랑스 정부가 후원한 행사임을 알 수 있다.

홍보물의 인사말에서 프랑스 문화소통부장관 플뢰르 펠르랭(Fleur Pellerin, 프랑스 입양 한국인으로 잘 알려진 인물)은 뮤지엄위크 캠페인은 프랑스에서 기획하고 전개한 지구적 행사로, 프랑스의 문화적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귀중한 자산이다”라고 소개하면서 2014년 첫 번째 박물관 주간 캠페인이 유럽 내 700여개의 조직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26만개의 트윗을 끌어냈다고 평가했다.

그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2015년부터 프랑스를 넘어 전 세계의 박물관과 미술관 등을 대상으로 하는 범지구적 이벤트로 발전했다. 규모나 장소에 관계없이 어떤 기관이라도 일주일 동안 7개의 테마로 이 사이버 캠페인에 동참할 수 있다.

트위터 공식 블로그에 따르면 지난해엔 64개국 2200개 기관이 참여했다. 2004년에 발사돼 11년을 비행해 2014년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 혜성 표면에 착륙하는 데 성공한 유럽 우주국(ESA)의 로제타 탐사선이 트위터 공식 계정이 ‘우리도 참석할 수 있냐’고 묻자, ‘우리는 세계 어느 곳의 누구에도, 심지어 우주 공간에도 열려 있다’고 재치 있게 답하기도 했다.

요일별 미션으로 유대강화

박물관 주간 동안 캠페인 주최 측이 제안한 요일별 테마와 해시태그는 다음과 같다.

월요일 귀 박물관이 유지해온 비밀을 발견하라. 전시장 뒤 공중들이 볼 수 없는 장면을 살짝 공개하라. #secretsMW
화요일 귀 박물관의 사람들을 소개하라. 명사나 익명의 독지가, 설립자 혹은 박물관의 아이콘 또는 현재 직원 누구라도 좋다. 그들의 전문성에 대해 이야기하라. #peopleMW
수요일 귀 박물관의 건물, 정원, 혹은 장소에 얽힌 이야기를 하라. 시각을 바꿔서 귀 박물관을 소개하라. #architectureMW
목요일 귀 박물관에 있는 유무형의 문화적 유산에 집중하라.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이 귀 박물관이 전시 중이거나 소장하고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하라. #heritageMW
금요일 귀 박물관의 미래를 위한 기획이나 개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혁신적 프로젝트를 공유하라. #futureMW
토요일 귀 박물관 소장품에 대해 흥미로운 통찰을 줄 수 있는 설명이나 이야기를 공유함으로써 콘텐츠를 더 확대해 보여줘라. #zoomMW
일요일 귀 박물관에 대해 당신이 사랑하는 것을 공유하라. 귀 박물관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을 홍보하는 기회로 여겨라. #loveMW


요일별 테마의 전개에서 먼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조직의 사람과 유무형의 문화적 유산을 설명한 후, 미래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잠재 관람객들과 정서적 유대를 강화하는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아울러 해시태그에 나타난 전략에서 주최 측의 세밀한 기획력이 돋보인다.

세밀한 기획력과 협업

월요일의 테마(#secretsMW)를 이용한 트윗에선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재치 있는 글이 눈에 띄었다. ‘교육관에 가면 앤디 워홀의 소 벽지(cow wallpaper)가 있는데 셀피 찍기 아주 좋은 곳입니다’라는 트윗이다. 713명이 좋아했고 290명이 리트윗 했다.

워싱턴DC의 국립문서보관서(National Archive)의 경우 주최 측이 기획한 테마에 딱 들어맞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메시지를 올렸다. “(우리 국립문서보관서에 전시된) <미합중국 건국의 아버지> 벽화 속에는 링컨 대통령의 모습이 숨어 있습니다. 그게 보이시나요?”였다. 43명이 좋아하고 73명이 리트윗을 보냈다.

▲ 국립문서보관서는 월요일(#secretsmw) 테마에 맞춰 호기심을 자극하는 메시지를 올렸다.

예상대로 뮤지엄위크의 첫 번째 테마인 '우리 박물관의 숨겨진 비밀’은 언론으로부터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전 세계적 규모의 캠페인이 개시했다는 점도 뉴스가치가 있었지만,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내는 숨겨진 이야기가 연성뉴스거리로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조직의 사람을 소개하는 화요일의 테마(#peopleMW)에서 눈길을 끄는 기록은 주최 측이 행사의 기획과 집행을 했던 실무진을 소개하는 순간이었다. 트윗의 링크를 따라가 보면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전략 담당, 웹 콘텐츠 제작 담당, 콘텐츠 매니지먼트 담당, 편집 이사들과 함께 두 명의 리서치 연구원이 있다. 캠페인 주최 측이 리서치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록이다.

수요일의 테마(#architectureMW)에는 뛰어난 건축물로 정평이 난 세계의 수많은 박물관이 자신의 외양을 뽐냈다. 미국 건축의 아버지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작품인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이나 스페인 발렌시아시의 예술과학단지(CAC) 내에 있는 해양박물관 등이 도전장을 냈다. 물론 열린 해시태그를 이용해 바르셀로나에 있는 카사 밀라(안토니오 가우디 작품)처럼 은근슬쩍 숟가락을 얹는 기관도 있었다.

▲ 스페인 발렌시아시 예술과학단지(cac) 내에 있는 해양박물관은 수요일 테마(architecturemw)에 멋진 외양을 뽐냈다.

목요일의 '우리 박물관의 유무형의 문화유산 알리기 행사’(#heritageMW)에는 테마에 맞게 문화유산을 통해 관광업을 진흥시키려는 조직들의 참여가 돋보였다. 이를테면 스페인 정부 관광청의 공식 트위터 계정(@spain)에서는 <게르니카>를 관람하는 관객들을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스페인 문화유산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피카소를 홍보했다.

금요일 테마(#futureMW)는 어떻게 보면 박물관·미술관들에게 가장 큰 도전일 수 있다. 옛것을 소장하고 전시하는 박물관이 미래에는 어떻게 관객을 맞을까 하는 고민은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가령 기술의 진화에 따라 박물관이 제공하는 안내미디어도 진화하고 있다. 요즘 전 세계 주요 박물관들은 대부분 아이팟 터치에 기반을 둔 멀티미디어 투어 가이드를 제공한다. 언젠가는 영화 ‘스타워즈’에서 나온 것 같은 홀로그램을 이용해 미술가가 자신의 작품을 직접 설명하는 날이 올 지도 모를 일이다.

대영 박물관은 온라인을 통해 3D 물체를 보여주고 공유할 수 있는 웹사이트 스케치팹(SketchFab)을 통해 아메넴헤트 3세의 두상 등 소장품 몇 개를 3D 프린팅해서 공유해서 팬들의 참여(engagement)를 높였다. 426명으로부터 좋아요를 받았고, 403개의 리트윗을 기록했다.

▲ 대영박물관은 금요일 테마(#futuremw)로 소장품을 3d 프린팅해서 공유했다.

토요일의 테마인 '당신의 콘텐츠를 확대하라'(#zoomMW)에도 세계 여러 미술관은 물론이고 개인들의 참여가 이어졌다.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에 있는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에서는 초현실주의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의 <환각을 유발하는 기마투우사>를 올렸고, 서울시립미술관은 미술관으로 오는 정동길에 있는 표시를 확대해 트윗했다. 어떤 이는 루브르 박물관의 주요 명작인 안토니오 카노바의 <프시케와 큐피트>를 근접 촬영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일요일의 테마인 #loveMW로 올라온 트윗에서는 수많은 미술관이 가장 아끼는 보물을 선보이는 것 외에도 뮤지엄위크의 성공적인 행사를 축하하고, 종료되는 것을 아쉬워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을 읽을 수 있었다. 가장 돋보인 것은 MoMA이다.

▲ 일요일의 테마(#lovemw)에서 뉴욕현대미술관은 마티스의 <춤> 앞에서 원을 그려 흉내 낸 사람들의 게시물을 올렸다.

세계의 주요 미술관에서 사진 촬영이 엄격히 통제되는 것과는 달리 MoMa에서는 사진 촬영이 자유롭게 허용됐기 때문에 그만큼 팬들이 올린 트윗이 많았다.

사람들은 피카소나 고흐, 살바도르 달리, 잭슨 폴록, 마르크 샤갈, 앙리 마티스, 앤디 워홀 등의 걸작 앞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며 MoMA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특히 마티스의 <춤> 앞에서 원을 그려 흉내를 낸 사람들이 찍어 올린 사진을 보면서 이런 표현이 뮤지엄위크 캠페인 주최 측이 기획단계에서 꿈꿨던 팬들의 참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뮤지엄위크 캠페인은 문화 자산을 가진 비영리기관들이 협업을 통해 어떻게 퍼블릭 릴레이션즈(PR)의 중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뛰어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궁극적 PR목표는 공중과의 관계 자산을 늘림으로써 미래의 박물관 관객과 후원자를 늘리는 것이다. 물론 이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미술관들은 지역 언론에 자신만의 독특한 역량이나 흥미로운 사실을 홍보할 기회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의 팔로어를 늘리는 부수적 효과도 얻었으리라 본다.

캠페인 웹사이트 평가 페이지에서는 캠페인이 거둔 성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하는데 전체적으로 15만3033건의 트윗과 53만1230개의 리트윗을 이끌어냈다. 요일별 트윗 양을 보면 건축과 빌딩, 조형을 테마로 한 수요일에 참여가 가장 많았음을 알 수 있다.

참여 국가들의 대륙별 분포뿐만 아니라, 국가별 참여 기관과 트윗도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립중앙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세종문화회관, 넥슨 컴퓨터박물관, 국립김해박물관, A.C.C.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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