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는 왜 ‘젓가락’에 꽂혔을까
청주시는 왜 ‘젓가락’에 꽂혔을까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6.06.0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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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브랜드 새 키워드로...포럼·페스티벌·문화상품 등 다양한 이벤트 전개

[더피알=문용필 기자] 청주시가 최근 ‘젓가락 문화’를 도시브랜드화 하는 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외적으로 누구나 한 번에 연상할 수 있는 지역 대표 명소나 특산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청주시의 이같은 시도가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 지난 3일 열린 한중일 젓가락문화 관계자 회의. 사진: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청주시는 지난 2일 한중일 젓가락문화포럼을 개최하고 3국 젓가락 문화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3국 대표는 공동선언문을 통해 “한중일 3국의 젓가락문화 관련 기관, 단체, 전문가 등이 함께 동아시아문화의 상징인 젓가락 문화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지속발전과 세계화를 위해 힘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각국의 고유한 젓가락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는데 힘쓰는 한편, 젓가락 문화의 자료와 정보를 고유하고 공동연구 및 출판사업을 전개하기로 했다. 또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젓가락 문화’를 공동 등재하는데 협력하기로 했다.

청주시는 분디나무젓가락, 방짜기법 재현 수저, 유기수저세트, 옻칠 나전 수저 등 젓가락 문화상품 100여종도 공개했다. 지난 6일에는 한중일 젓가락문화 협의회를 열어 3국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젓가락 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단행본을 편찬하기로 했다. 또한 ‘생명 젓가락 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젓가락 문화상품의 공동마케팅 활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젓가락을 향한 청주시의 관심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젓가락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이와 연계된 전시, 학술, 공연, 시민 참여형 이벤트 등을 선보이고 같은달 11일을 ‘젓가락의 날’로 선포했다. ‘11월 11일’하면 흔히들 연상하는 ‘빼빼로데이’에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젓가락 페스티벌에는 세계 젓가락 문화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겠다는 청주시의 포부가 담겨있다.

청주시가 젓가락에 주목하게 된 것은 2015년도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되면서부터다. 동아시아 문화도시는 지난 2014년부터 해마다 한중일 문화부처 장관회의에서 발표된다. 청주시는 광주광역시에 이어 두 번째로 선정됐다.

청주시의 젓가락 마케팅을 주도하고 있는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관계자는 <더피알>과의 통화에서 “동아시아 문화도시로서 발전할 수 있는 킬러 콘텐츠를 고민하다가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 젓가락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했다”고 전했다. 이 전 장관은 동아시아문화도시 청주 조직위원회 명예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이후 지난해 상반기부터 로드맵을 수립하고 11월에 젓가락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재단 관계자는 “(결과에) 반신반의했지만 의외로 반응이 뜨거웠다. 알자지라 같은 외신에서도 취재할 정도였다”고 밝혔다.

▲ 지난해 11월 열린 '젓가락 페스티벌'. 청주시/뉴시스

일본이나 중국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젓가락이 하나의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지 못했다는 점도 한몫했다. 재단 관계자는 “우리 국민 모두가 젓가락을 사용함에도 이를 특성화한 지자체는 단 한 곳도 없다”며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젓가락 관련 협회나 전문 박물관들이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특화된 젓가락 콘텐츠가 없다”고 전했다. 틈새시장을 노린 마케팅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지역 또한 젓가락과 적잖은 관련성을 갖고 있다. 청주에서 출토된 과거 유물 중 젓가락과 숟가락 유물이 약 3000여점에 한다. 아울러 고려가요 ‘동동’에는 ‘12월 분디나무로 깎은 젓가락’이라는 구절이 등장하는데 이 나무가 지역에 상당히 분포돼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청주시는 향후 ‘젓가락 문화도시’로서의 입지를 계속 다져나갈 계획이다. 재단 관계자는 “(젓가락을 청주시의) 문화상품화 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며 “실제로 일본에는 젓가락 문화특화도시가 존재한다. 우리도 비슷한 전략을 갖고 있다. 젓가락 장단 등을 이용한 문화공연 콘텐츠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볼때는 젓가락 갤러리나 박물관을 만들 수 있다. 젓가락 페스티벌도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며 “젓가락과 관련한 문화상품을 확장해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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