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실 조선·해운 ‘연명치료’ 택해
정부, 부실 조선·해운 ‘연명치료’ 택해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6.06.0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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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솎아보기] 12조 투입…“큰 그림, 알맹이 안 보인다”

정부가 조선·해운업계에 12조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하기로 결정했다.

8일 정부가 내놓은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에 따르면, 한국은행 등이 대출 형식으로 11조원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고, 정부가 현물출자를 통해 1조원을 조달한다.

결국 조선·해운업계의 부실경영으로 누적된 엄청난 부채는 국민이 떠맡게 됐다. 기간산업인 조선·해운업 붕괴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그럼에도 매번 사후약방문 식으로 국민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구조조정 계획안에 따라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의 조선 3사는 2018년까지 인력 30% 감축 등 10조35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이행해야 한다. 

주요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정부는 그동안 손을 놓고 있다가 위기가 심각해진 뒤에야 마지못해 나선 모양새”라며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겠다지만 무슨 그림도, 알맹이도 안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부실을 키워온 책임은 누구에게도 묻지 않았고, 앞으로의 청사진도 없다”면서 “구조조정이 산업 구조를 뜯어고치는 근본적 수술이 아니라 사망선고 받은 환자에게 연명치료하는 수준에 머무르면 아무리 많은 돈을 쏟아부어도 소용없을 것”이라고 근본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업구조조정 추진계획 및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 합동브리핑’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주요 신문 9일자 사설>

▲ 경향신문 = 최경환ㆍ안종범ㆍ임종룡, 대우조선 관치 실상 밝혀라 / 기업 부실 초래한 경영진ㆍ채권은행ㆍ정부 책임부터 물어야 / 친박으로 심판받고도 청와대에 친박 기용한 대통령}

▲ 동아일보 = 차기정권에 조선ㆍ해운 부실폭탄 돌리는 게 구조조정인가 / '클린 정당' 표방한 국민의당 비례대표 의혹 / '대통령의 오른팔' 새 정무수석, 완장 찰 생각 말라

▲ 서울신문 = 12조 붓는 조선ㆍ해운 구조조정, 더 센 자구책 내놔야 / 국제 제재 비웃는 北 플루토늄 생산 재개 / '빵 셔틀', '토털 수리'…의사 리베이트 이 정돈가

▲ 세계일보 = 대우조선 검찰 수사, 부실 경영 고리 끊어내라 / '관치 금융' 논란 청 서별관회의도 구조조정해야 / 대통령 뜻만 살피는 정무수석으로 협치 되겠나

▲ 조선일보 = '不實'만 청소하고 유망 산업 못 키우면 구조조정 실패할 것 / 국제 정치 무대 한복판서 '반기문ㆍ이해찬 면담' 취소 해프닝 / 5번째 親朴 정무수석, 대선 관여 유혹 완전히 접어야

▲ 중앙일보 = 벼랑 끝에서 겨우 이뤄낸 '국회 원 구성 합의' / 검찰의 대우조선 수사, 핵심 비켜가선 안 된다 / 국민의 쇄신 요구에 한참 못 미친 청와대 인사

▲ 한겨레 = 무책임과 면피로 가득 찬 정부의 구조조정 계획 / 전 산은 회장이 폭로한 대우조선의 부실 내막 /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던지는 충격

▲ 한국일보 =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 타결, 협치로 이어가길 / 구조조정 성패는 원칙ㆍ실행력ㆍ속도에 달렸다 / 벽ㆍ오지 근무 여성의 열악한 환경부터 전면 점검해야

▲ 매일경제 = 구조조정 면피로 끝내지 말고 성과로 말하라 / 부실대학 퇴출 구조개혁법 없이는 속도 안난다 / 리콜 무성의 폭스바겐, 신차 인증 불이익 고려해야

▲ 한국경제 = 조선 3社가 똑같이 30%씩 삭감한다는 정치 논리 / 막 오른 수사, 터지는 궁중 비사…산으로 가는 구조조정 / 채권단이 대한항공에 증자참여 요구할 근거 있나

동아일보는 ‘차기정권에 조선·해운 부실폭탄 돌리는 게 구조조정인가’란 사설에서 “이번 발표는 조선 3사와 한진해운, 현대상선을 모두 끌어안아 다음 정권에 넘기겠다는 대마불사(大馬不死) 선언과 다름없다.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한 대출로 은행 자본을 늘려주는 방식은 국회 동의도 없이 혈세를 꺼내 쓰는 ‘특혜금융’과 마찬가지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경쟁력 제고의 큰 그림 없는 근시안적 대책이라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조선업은 일시적인 부진이 아닌 구조적 불황에 빠진 상태다. 그런데도 정부는 ‘대외 리스크는 없는 상황’이라는 안이한 인식으로 다음 호황기를 기다릴 태세다. 좀비기업의 환부만 덮은 채 다음 정권으로 폭탄을 떠넘기는 셈이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역시 ‘‘不實’만 청소하고 유망 산업 못 키우면 구조조정 실패할 것’이란 사설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는 청사진이 없다는 점이다. 산업 구조조정이란 부실 업종은 정리하면서 유망 산업을 키워 나라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는 작업이다. 하지만 정부는 아무 큰 그림도 없이 부실 조선·해운사만 다그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선은 “결국 구조조정이 산업 구조를 뜯어고치는 근본적 수술이 아니라 수명만 연장하는 대증(對症)요법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래서는 설사 부실기업이 살아남는 데 성공해도 산업 전체의 경쟁력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부실기업들을 윽박지르고 한은에 손을 벌려 구조조정 자금 빌린 것을 성과라고 포장하지 말고, 국내 산업계가 나아갈 큰 방향과 밑그림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 역시 “정부 계획에는 무슨 그림도, 알맹이도 안 보인다”면서 “구조조정의 궁극적 목적은 경쟁력 제고일 텐데 정작 그 부분은 뒤로 밀려났다. 사업재편의 아무런 그림도 없이 기업들만 다그치니 구조조정이 제대로 될 턱이 없다”고 같은 목소리로 비판했다.

한경은 “정부는 부실의 근원인 대우조선과는 부채비율 등에서 하늘과 땅 차이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에 동일하게 ‘생산설비를 30%씩 줄이겠다’고 밝혔다”며 이에 대해 “각사의 기술력이나 생산성, 장기적 생존가능성을 따져 구조조정을 해야지, 일률적이고도 균등한 생산 감축이라는 게 말이 되나. 이건 정치일 뿐 구조조정이 아니다”고 일침했다.

한국일보는 ‘구조조정 성패는 원칙ㆍ실행력ㆍ속도에 달렸다’란 사설에서 “구조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원의 적절성이다. 경쟁력 강화, 산업 고도화 등의 분명한 목표에 따라 지원 여부와 지원 규모가 결정돼야 한다. 대량 실업 등의 파장을 우선 피하고 보자는 정치적 고려가 작용하면 대우조선 사태처럼 종기를 키워 다리를 자르는 실패를 되풀이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정부는 구조조정의 방향을 잡고 전반적 여건을 조성하는 데 머물고, 개별 기업 구조조정은 채권단 판단에 맡겨야 한다. 물론 국책은행 등의 모럴헤저드에 따른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판단에 대한 책임 역시 철저히 채권단이 지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실업 대책도 마련해 재취업을 원활히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사제공 논객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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