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업그레이드 하는 ‘젊은 감각’
일상을 업그레이드 하는 ‘젊은 감각’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6.06.1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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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주도 도시재생 프로젝트 잇따라

[더피알=이윤주 기자] 작은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는 청년들이 있다. 이들은 무심코 지나쳤던 공공의 문제를 짚는다. ‘왜 그럴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해 ‘이렇게 하면 어떨까?’라는 행동으로 옮긴다. 무심히 지나쳤던 공공장소들이 청년들의 손을 거쳐 변화하고 있다.

‘예민한 안테나’는 대학생과 갓 졸업한 취업준비생이 기획한 프로젝트다. 이들의 ‘안테나’는 140여일째 수신 중이다.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최재혁 씨는 “사람들이 당연시 여기는 행동 중에도 잘못된 것들은 존재하기 마련인데, 그러한 것에 변화를 주고 싶어 시작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예민한 안테나가 기획한 <쓰레기 줍는데 걸리는 시간>은 이같은 취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지하철 역 내에 버려진 음료수 캔을 누군가가 줍기까지 걸린 시간을 재고자 했다. 음료수 캔은 행인들의 발에 채여 굴러다니지만 줍는 이는 아무도 없다. 어느새 1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주워야 시간을 재지..’라는 문구로 영상은 끝난다.

▲ 예민한 안테나에서 진행 중인 '테이크백 캠페인'. 예민한안테나 페이스북.

<민원...하면 될까?>라는 영상에는 부산 사상구에서 색이 바란 횡단보도를 발견하고 이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는 과정이 담겨있다. 관공서에서 민원접수 문자메시지가 도착하고 도색작업까지 걸린 시간은 10일. 변화란 생각보다 쉽게 일어난다는 것이 이들의 메시지다.

이들은 현재 1회용 컵을 쓰레기통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거리에 버려진 컵들을 모으고 ‘너는 테이크아웃 하지마’라는 문구가 담긴 팻말을 세웠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해결책도 제시한다. 1회용 컵을 카페에서 수거할 수 있도록 ‘다 마신 테이크아웃 잔 우리 카페에 버리세요’라는 포스터를 카페 앞에 붙이는 운동을 시작했다. 굳이 음료를 구매한 카페가 아니더라도 가까운 카페에서 1회용 컵을 버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민한 안테나는 이 운동에 동참할 카페들을 모집중이다. 최 대표는 “나 하나 바뀌면 세상이 바뀔 수도 있다. 이런 작은 행동들이 모이면 결국 변화로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나타냈다.

▲ 버려진 1회용 컵들을 모아놓고 '너는 테이크아웃 하지마'라는 팻말을 세워놨다. 예민한안테나 페이스북.

대학생들이 모여 만든 연합동아리 ‘어반그라운드’에게 도시는 하나의 놀이터다. 도시 구석구석, 훼손되거나 버려진 공간에 그들만의 유머를 더한 설치물들을 만들어놓았다.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짓게 만드는 것은 물론, 실용성까지 더했다.

동작구청의 의뢰를 받아 대방동 제비공원에 설치한 벤치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테트리스 모양으로 만들어져 이리저리 이동하며 앉을 수 있도록 했다. 위협적으로 보이는 담장 위 철조망에 음표를 달거나, 훼손된 점자 보도블록에 게임 캐릭터를 붙이기도 했다.

어반그라운드는 현재 서울 양천구를 변화시키기 위한 ‘양천100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구현된 아이디어 100개를 책으로 엮어 출판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후에도 소규모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어반그라운드의 독특한 활동은 이미 입소문을 타고있다. 지난 2월에는 ‘나는 대한민국의 20대다’라는 제목의 공익광고를 찍기도 했다.

유승하 대표는 “(공공장소에는) 당연히 망가지는 것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공공기관에서 고치는 게 맞지만 빠르게 이뤄지기는 힘들다”며 “대학생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공공기관이 손대지 못하는 작은 부분들을 손볼 수 있다. 대학생 뿐만 아니라 시민까지 동참한다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내비쳤다.

▲ 어지럽게 놓여있는 자전거를 한 군데에 모은 ‘자전거 주차장’과 쓰레기를 일렬로 정리해놓은 ‘쓰레기 정류소’. 어반그라운드 제공.

라우드프로젝트(LOUD Project) 역시 대학생들이 시작한 공공 프로젝트다. (관련기사:“생활 속 작은 실천, 변화가 느껴지나요?”) 3명의 대학생에게서 나온 아이디어를 통해 일상을 업그레이드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버스정류장에 ‘] ▶▶▶▶▶ [’ 모양의 시트지를 붙여 긴 줄 사이를 지나가야 하는 보행자를 위한 길을 만들어주는가 하면, 하수구가 이빨모양이라는 점에 착안해 담배꽁초를 버리지 못하도록 스마일 스티커를 붙였다. 지하철 3호선 좌석 밑에는 하트 모양의 스티커를 붙여 ‘쩍벌’을 방지하기도 했다.

공공프로젝트를 하나의 사업으로 발전시킨 사례도 있다. 미대생들이 졸업후 자신들의 재능을 살려 만든 ‘공공미술프리즘’은 사회적 기업으로 활동한 지 어느덧 13년째에 접어들었다.

유다희 대표는 “(공공프로젝트에 나선 청년들도) 초반에는 흥미를 느껴서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공공은 큰 책임감이 필요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금처럼 재능을 기부하는 활동에 그치지 않고 다음 스텝으로 연결돼야 하는데 아직은 이들을 뒷받침할만한 사회적 체계가 많이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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