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_결국_who의_문제+1
#브랜드_결국_who의_문제+1
  • 정지원 (jiwon@jnbrand.co.kr)
  • 승인 2016.06.13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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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텔링1+1] 레킷벤키저의 ‘why’는 과연 무엇인가

브랜드텔링 1+1이란..?
같거나 다르거나, 깊거나 넓거나, 혹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하나의 브랜딩 화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해석.

#브랜드_결국_who의_문제1에 이어...

[더피알=정지원] 바로 그날 런던에 있었다. 옥시 사태에 대한 항의방문단이 레킷벤키저 런던 본사를 찾아갔던 날 말이다. 40분간 본사에서 레킷벤키저 CEO와 미팅을 했다는 소식을 현지 호텔에서 접하면서 이후로도 계속 늦은 밤까지 인터넷을 통해 관련 기사들을 읽어댔다.

▲ 옥시 영국 본사인 레킷벤키저를 항의 방문했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환경보건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옥시 본사 앞에서 항의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수많은 기사들 중 잊을 수 없는 하나의 이미지는 한 명의 소년이다. 피해자들 중에서도 유독 눈에 들어오는 소년을 모두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자기 몸무게의 절반도 넘는 공기통을 끌고 다녀야 하는 창백한 얼굴의 아이.

옥시 사태는 이 소년이 무거운 산소통을 몸에 연결시켜 멍하니 서있는 장면 하나로 모두 정리되고 설명됐다. 요는, ‘사람’의 문제였다는 것이다.

골든 서클의 확장

TED 역대 최고의 조회수를 올렸던 사이먼 사이넥(Simon Sinek)의 동영상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Start with why)’를 많은 이들이 기억할 것이다. 어떤 일을 하든 그 일을 하는 근거, 신념, 즉 존재이유를 철저히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 사이먼 사이넥의 골든 서클.

그가 그린 골든 서클은 이를 더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일의 존재이유(why)를 가장 먼저 생각한 후 왜(Why)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How)을 생각하고 마지막으로 왜(Why)의 결과로 나온 제품이나 서비스(What)를 생각하라는 것이다.

많은 이들에게 회자됐던 중요한 내용이고 공감하는 이론이지만 이 내용에 ‘사람(Who)’에 대한 언급은 없다. 아마도 골든 서클을 더 크게 확대하면 ‘Why-How-What’ 이후에 ‘Who’가 등장할 지도 모른다.

생각의 과정에서조차 생략할 정도로 Who라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하거나 작은 비중이었다. 지금까지의 브랜딩에서의 관점 역시 마찬가지였다. 브랜딩에서 사람이란 늘 고객(customer)이었지 그 브랜드를 실현시키는 사람(who we are)에 방점이 찍힌 적이 거의 없었다.

Why만으로 충분한가

앞으로의 브랜딩은 어떨까? 과연 레킷밴키저의 Why는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져서 그들의 홈페이지를 둘러봤다. 왜 비즈니스를 하는지에 대한 그들의 Why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더 건강한 생활과 더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서(Healthier lives, Happier homes)’ 존재한다고 레킷벤키저는 명확하고도 신념에 차서 말하고 있었다.

▲ 레킷벤키저 공식 홈페이지 이미지. ‘더 건강한 생활, 더 행복한 가정(healthier lives, happier homes)’이란 슬로건이 메인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냥 why’가 아니다. 결국 한 브랜드의 중요한 행동을 결정지을 수 있는 ‘기준으로서의 why’가 돼야 한다. 그것이 바로 사이넥이 설파한 의미심장함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레킷벤키저의 Why는 힘이 없었다. ‘더 건강한 생활, 더 행복한 가정’이라는 그들의 Why에 어마어마한 금이 간 그 순간에도 즉각 행동으로 튀어나와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때에 가동하지 못하는 이들의 Why는 과연 무엇이며 그들은 지금까지 우리에게 무엇을 해왔던 것일까? 이런 브랜드는 결국 고객에게 꼭 지켜주고 싶은 약속이 있었던 게 아니라, 그냥 절실히 팔고 싶었던 무언가가 있었던 것뿐이다.

Who로의 진화

소비자가 어떤 브랜드에 이끌리는 것은 ‘감성’의 영역이다. 하지만 어떤 브랜드가 싫어지는 것은 철저히 ‘감정’의 영역이다.

브랜드의 위기 때마다 사람이 부각되는 것이 바로 그 이유다.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감정이 앞서지만 또 이 상황을 반전시킬 솔루션도 바로 이런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 때문이다.

브랜딩은 아주 사소한 단서 속에 솔루션이 있다. 그것은 인류 공통으로 통할 수 있는 것, 즉 인간적 면모와 이를 바탕으로 한 행동들뿐이다.

향후 브랜딩의 관점은 분명 어느 정도 변화할 것이다. 지금까지 명분 위주의 Why에서 한발 나아가 실질적인 행동의 기준, 그 브랜드만의 의사결정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는 Why가 등장해야 할 것이다.

강력해지려면 Why와 직접 연결된 Who에 대한 내재화가 필연적이다. 브랜드가 조금 더 인간화(Humanization)되어가는 길에 앞으로의 진화된 브랜딩이 있다. 여기에서 인간화란 그저 친근하고 따뜻하고 ‘인간다움(humanlike)’의 의미이기도 하지만 ‘인간을 중심에 둔(Human-centric)’이라는 점에 더욱 방점이 찍혀야 할 것이다.

사람을 중심에 둔다는 것

옥시 사태로 산소통을 달고 사는 소년의 잔상에 얹어지는 또 하나의 이야기를 읽게 됐다. 아프가니스탄 외곽의 작은 마을에서 가족과 살고 있던 주바이다 하산(Zubaida Hasan)이라는 소녀의 사연이다.

2001년 마을을 덮친 거대한 화염으로 당시 9살이었던 소녀는 얼굴과 흉부에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얼굴 아래쪽이 가슴팍에 눌어붙어버렸다. 눈과 입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먹거나 잘 수조차 없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견디고 있었다. (아래 영상)

백방으로 딸을 고쳐보려 애쓰던 아버지는 딸을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는 미군 부대로 데려갔고 수소문 끝에 LA의 성형외과 의사인 피터 그로스먼(Peter Grossman)에게 연락을 취했다.

주바이다의 실물을 본 의사는 즉시 아이를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수차례의 수술이 필요하기에 치료 기간은 3년 정도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그로스먼을 비롯한 의료진은 주바이다의 등에서 피부를 떼어내 이식했고 뭉개진 살점은 점차 어린 소녀의 얼굴로 변했다.

3년간 수차례의 수술을 하는 과정 중에 소녀를 양녀로 맞은 그로스먼은 그녀를 통해 진심으로 특별한 기쁨을 누렸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공유한 한 페친(페이스북 친구)은 이런 짧은 글을 덧붙였다. “때론 단 한 사람을 구하는 것이 세상 전체를 구하는 것 같은 가치가 있는 것 같다.”

가면을 벗고

이 소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생각했다. 옥시 사태로 앙상해진 한 소년이 결국은 산소통을 떼게 되는 과정을 만들어 주는 것이 어쩌면 앞으로 레킷벤키저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들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고.

자기 자식의 일처럼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간에, 최대한 정성껏 풀어가는 과정 속에서 그들의 진짜 Why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온 세상을 온통 아름답게 만들 것만 같은 많은 기업들의 힘없는 Why는 아무 의미가 없다. 시시각각의 브랜드 활동에서 보이는 실질적인 사람을 통한 구체적인 행동이 없다면 말이다.

그럴듯한 Why를 만들어놓고 브랜드라는 가면 뒤에서 나와 더 구체적인 모습의 Who를 제시해 보라. 그리고 모든 브랜드들의 공통 Why는 이것으로 공유하자. ‘Don’t be evil’.(악해지지 말자는 구글의 슬로건)

정지원
제이앤브랜드(J&brand) 대표이사

정교한 맥락과 매력을 통해 이 시대에 필요한 브랜딩 솔루션을 찾아내느라 골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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