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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이란 이름의 국민의당 위기[기자토크] 총선 리베이트 의혹으로 ‘새정치’ 이미지 타격…침묵 능사 아니다

[더피알=문용필 기자] 지난 20대 총선에서의 약진 이후 승승장구하던 국민의당의 앞길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번 국회의 유일한 20대 청년 의원인 김수민 의원이 이른바 ‘리베이트 수수’ 의혹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9일 김 의원을 불법정치자금 수수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 의원이 대표로 있던 디자인회사 브랜드호텔이 총선과정에서 선거공보 제작업체 A사와 허위계약서를 작성하고 1억1000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혐의다. 총선 당시 김 의원은 국민의당 홍보위원장을 맡았다.

   
▲ '리베이트 의혹'에 휩싸인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 뉴시스

아울러 광고 대행업체인 B사가 허위계약서를 작성해 브랜드호텔 측에 6800여만원을 제공하는 한편, B사 명의로 계좌를 개설한 후 체크카드를 발급하는 형식으로 당 선거홍보 관련 TF에 6000만원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만약 이 돈이 당으로 흘러 들어가 불법정치자금으로 쓰였다는 결론이 내려지면 국민의당으로서는 자칫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사안이다. 선관위는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박선숙 의원과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도 연루된 것으로 보고 이들을 검찰에 고발조치한 상태다.

의혹은 김 의원의 비례대표 공천과정에 대한 의문으로 확대되고 있다. 공천신청조차 하지 않은 만 29세의 벤처사업가를 ‘7번’이라는 상위순위에 배치하기에는 여러모로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번 사건으로 인해 국민의당은 이미지에 적잖은 상처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이 그간 내세운 핵심 정체성이 다름 아닌 ‘새정치’였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과정에서 거대 양당체제로 상징되는 ‘낡은 정치’를 바꾸겠다며 정치 구원투수, 혹은 대안정당을 자임하고 나섰다. 이같은 메시지는 국민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움직였다. 원내교섭단체 확보는 물론, 38석이라는 성적을 거두며 돌풍을 일으킨 것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20대 국회가 정식으로 개원하기도 전에 ‘리베이트’ ‘불법정치자금’ 같이 새정치와는 거리가 먼 표현들이 언론지상을 장식하면서 국민의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기대감도 한풀 꺾이게 됐다.

의혹에 휩싸인 것만으로도 기존의 구태정치와는 다를 바 없다는 실망감이 드리워지고 있다. 더구나 국민의당은 이제 겨우 창당 4개월을 갓 넘긴 신생정당이다. 신생정당 특유의 신선하고 건강한 이미지가 추락하게 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13일 발표한 정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9일 18.1%까지 상승한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리베이트 의혹’ 관련 보도가 확산된 10일 16%로 하락했다.

당의 대선주자인 안철수 대표의 지지율 역시 14.4%(9일)에서 10.3%(10일)로 떨어졌다. 이번 사건에 대한 의혹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나오는 상황에서 지지율 반등은 쉽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의혹에 휩싸인 박선숙 의원은 안 대표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분류된다.

사건이 불거진 이후 국민의당과 안 대표의 ‘오락가락’ 위기관리 행보도 문제다. 국민의당은 9일 선관위 고발 소식이 알려지자 대변인 논평을 통해 “사실이 아닌 내용”이라며 “당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안 대표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태도는 하루 만에 급변했다. 안 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실여부에 상관없이 국민들께 걱정 끼쳐드린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받았지만 당에서는 사실관계를 적극적으로, 객관적으로 확인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11일에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 의원 공천과정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자체 진상조사단을 꾸려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결국 여론이 악화되자 고개를 숙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위기발생 초기부터 ‘낮은 자세’와 ‘신중론’을 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위기관리에 적극 동참해야 할 당내 중량급 인사들의 발언도 그리 설득력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13일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김 의원 공천문제와 관련, “청년이나 상당히 가치가 있는 분에 대해서는 서류를 직접 만들도록 요구해서 발탁하기 때문에 이 정치관행을 안다면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다”고 언급했다. 새정치를 표방한다는 정당의 원내대표가 ‘정치 관행’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 이른바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진 후 국민의당은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가 하루만에 자세를 낮췄다. 뉴시스.

언론에 의해 김 의원을 영입한 것으로 지목된 김영환 현 사무총장은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비례대표 됐다는 것도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부인하며 “그건 사무총장(박선숙 의원)이 관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본인이 모르는 문제에 대해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고 반박했다. 자중지란이 따로 없는 셈이다.

무엇보다 당사자인 김 의원의 침묵은 의혹을 키우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9일 “사실이 아니다.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의혹을 부인한 뒤 지금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번 사안이 가진 강력한 파장을 감안하면 침묵은 도리어 무수한 ‘설왕설래’를 낳을 수 밖에 없다.

결국 이번 사건은 불법정치자금 여부와는 별개로 국민의당과 당 인사들의 미흡한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위기관리 능력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과연 국민의당이 국민 눈높이에서 이번 악재를 어떻게 수습해 나갈 수 있을까? 신당(新黨)과 구당(舊黨) 사이 시험대에 올랐다.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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