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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기자토크] 김치찌개 집과 주스전문점의 차이
승인 2016.06.17  15:32:50
안선혜 기자  | anneq@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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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안선혜 기자] “죄송합니다. 김치가 너무 맛이 없어서 과감히 문 닫습니다. 사장, 직원, 알바 만장일치 맛이 없습니다.”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된 한 음식점 앞에 붙은 알림 문구입니다. 김치찌개를 전문으로 하는 이 가게는 김치 맛이 좋지 않자 과감히 하루 영업을 포기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안내문을 찍어 3일 내로 재방문하면 사리를 서비스로 주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선제적’ 사과인 동시에 어찌 보면 일종의 프로모션이죠.

   
▲ 페이스북에 공유된 서울 모처에 위치한 한 김치찌개집의 사과문.

하지만 동일한 수준의 맛을 제공하겠다는 이 가게의 의지에 많은 이들은 찬사를 보냈습니다. 혹자는 ‘정치도 이러면 안 될까’라는 촌철살인의 한탄을 내뱉기도 했습니다.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위트도 이 한 장의 사진이 널리 공유되는 데 한몫했고요.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종류의 사과문을 보게 됐습니다.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용량 허위 표기를 지적받은 생과일주스 전문점 쥬씨의 것이었습니다.

1500~2800원 선의 저렴한 가격으로 생과일주스를 판매하며 인기를 끌던 이곳에서 1L로 표기한 주스들이 알고 보니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죠. 비판 여론에 직면해 낸 ‘사후적’ 사과문인 것입니다.

이 회사는 가성비를 내세워 보다 친근하게 소비자들에게 다가갔던 만큼 사과 또한 가볍고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풀어내려했던 듯합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사과를 받아주십사 사과주스를 출시한다”는 ‘아재 개그’성 드립을 구사한 걸 보면 말입니다. 커다랗게 새겨진 사과 이미지 위로 무려 1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쥬씨는 사과문을 통해 “일부 매장에 ‘1L’라는 용량표기가 잘못되어 있음에도 수정절차가 늦어 소비자들에게 실망과 불신을 안겨드려 머리 숙여 반성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를 덮거나 숨기지 않고, 잘못을 인정해 쥬씨를 사랑해주시는 소비자분들께 윤리경영과 품질경영에 더욱 힘쓰는 쥬씨가 될 것을 약속드리겠다”고 밝혔습니다.

   
▲ 생과일주스 전문점 쥬씨가 게재했던 사과문. 현재는 내린 상태다.

그런데 소비자들의 반응은 사측의 예상과 달랐습니다. 놀리는 것 같다며 불쾌한 심경을 드러낸 이도 있었고, “사과가 아닌 광고”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많았습니다.

얼핏 이들의 사과가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듯 하지만 메시지와 톤앤매너를 찬찬히 보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겁니다.

쥬씨는 문제가 불거지자 사업 초기 1L라고 표기해오다 올해 1월부터 XL로 정정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만, 이전에 가맹계약을 맺고 오픈한 일부 매장은 과거 표기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해명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빠른 시일 내에 각 지점이 표기를 시정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를 들은 소비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측의 해명대로라면 애초에 1L가 안 되는 음료를 1L로 표기하고 판매했던 건 주지의 사실인데, 그냥 표기를 XL로 변경하기만 하면 되는 것인지, 표기 변경 이전에 1L로 판매했던 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인지 등 어리둥절하기만 합니다. 

한 소비자는 “XL로 수정하길 원하는 게 아니라 1리터를 달라는 건데, 고객의 니즈를 역행하네요”라는 따끔한 일침을 놓기도 했습니다.

너무 장난스럽다는 평가를 의식했는지 현재 사과가 그려진 사과문은 사라졌습니다. 대신 XL로 용량을 표기하며 그렇지 않은 곳도 조만간 수정할 것이라는 취지의 사과문은 여전히 걸려 있습니다.

사과에는 늘 상대가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사과를 받는 이들의 입장에서 사과해야 하는 게 당연합니다.

표면적으로 사과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상은 오해라는 메시지가 주를 이루고 또 미안한 마음으로 제공하겠다는 서비스가 받는 사람들이 별로 원치 않는 것이라면 그 사과는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요? 진정 미안한 마음이 있는 건지 의심부터 사기 십상입니다. 

다소 생뚱맞기도 한 김치찌개집의 사과에 사람들이 감탄한 건 단순한 이유였습니다. 맛이 조금 떨어져도 판매가 얼마든지 가능할 텐데 먼저 시인하고 조치를 취한 솔직함이 그것입니다. 

물론 비즈니스 차원에서 보면 해석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해당 가게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갔을 건 말할 것도 없습니다.

용서를 구하고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한다는 표면적 형식은 동일하나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1일 영업을 중단한 김치찌개 집과 장난스런 언어유희를 구사한 한 생과일주스 전문점의 사과에 대한 평가를 가른 건 결국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에 대한 이해입니다.

아, 잘못해 놓고 사과조차 하지 않는 곳도 많다는 것은 함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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